Boy`s Love 터치 미 어게인 2009/11/04 11:25 by 제절초

언제부터였을까?

야마시타 토모코 씨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내가 포스팅한 건 주점 아키라 부터지만... 음.

그 뒤로 사랑하는 마음에 검은 날개를, 일루미네이션 등 계속해서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 포스팅 하는 터치 미 어게인 말고도 아직 장미의 눈동자는 폭탄이라는 작품이 한 권 더 남아있다.(...)

사실 그것보다 더 대단한건 나올때마다 사고 있는 나와, 나올때마다 사면서도 매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작가다.

여전히 그림은 어딘가 모자라보이지만 그 거침없는 감정표현과 엄지를 세울 수 밖에 없는 대사빨은 늘 이 작가에게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기대에 배반당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책 전체에 유난히 S도가 높다.(...)

터치 미 어게인, 숨을 멈추고, 헤비 슈거의 괴롭힘, 캔디드 레몬 필, nuotatore nel cantero!(nuotatore는 수영선수, nel 은 ~에서, 에, cantero 만 사전에 없어서 해석을 못하겠다 orz), 스타☆스피카☆스펙트럼 등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터치 미 어게인의 토오다는 아무리 봐도 S

숨을 멈추고의 아쿠타도 S(자, 타칭)

헤비 슈거의 괴롭힘의 사사키도 S

캔디드 레몬 필의 에이스케도 S

nuotatore nel cantero!의 키시모토도 S

스타☆스피카☆스펙트럼 만 그럭저럭 순애물...(한쪽이 먼저 죽어버린 뒤의 일이라 사실 S를 파악할 수가 없긴 하다.)

소고기 덮밥도 그럭저럭 순애물...(자기가 한사코 공을 하겠다며 칭얼거리며 떼쓰는 공이 귀여웠다.)

...이렇게 쭉 늘어놓고 보면 만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S가 지배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S스럽고도 주옥같은 대사가 많이 나오는 것도 사실.

토오다는 심심하면 오시키리를 때리긴 하는데 아무튼 좋아하긴 한다. 그러면서 '때리는 것보다 더 심한 짓을 하고 싶어' 같은 말도 하고.(웃음)

숨을 멈추고의 토오다는 걸핏하면 주인공 사카타에게 '사카타 씨 애널을 마구 헤집고 싶어...' 라던가 '그래. 난 귀여워! 주니어는 너무 험악해서 갭이 굉장하지만!!' 이라던가 '아침이지만 당신의 애널을 내 정액 투성이로 만들어서 마비될 정도로 휘젓고 싶어!!' 같은 대사를 뻔뻔스럽게 해 댄다.

(뭐 그렇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 나오는 모든 공 캐릭터중에 토오다가 제일 귀엽다. 일단 외모는 어떻게 봐도 꽃수 캐릭터면서 억지부리고 울고 얼굴 붉히고 하는 모든 장면장면이 토오다를 예쁘게 보이게 만들도록 작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이기 때문에... 물론 토오다도 순애적인 면이 강하게 부각돼서 더 귀엽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헤비 슈거의 괴롭힘의 사사키는 '새디스트란 건 사랑에 적극적이고 다정한거야. 괴롭힌 후에 달래주는 게 가장 즐겁거든.' 같은 가슴 따뜻해지는(...) 대사를 하다가도 일부러 주인공의 대사를 툭 자르고 가로막고 안 들으며 자기 페이스로 자연스럽게 몰아가는 테크니션이다.

(사실 새디스트란 건 이렇게 주도권을 빼앗고 강탈하고 약탈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캔디드 레몬 필의 에이스케는 레몬이라는 여자같은 이름으로 고민하는 주인공을 살살 어르고 달래서 사랑에 빠지게 만든 주제에 '일초라도 오래 널 엉망진창으로 하고 싶어♡피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안아 줄 테니까 내 사랑을 깊이 느껴줘♡' 같은 대사나 하고 있고 실제로 레몬과의 첫 섹스에서 안대&구속 플레이를 하는 장엄함을 보여준다. 이 악마....(웃음)

nuotatore nel cantero!는 시종일관 키시모토의 방백이 대부분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웠어, 절망적으로 귀여웠어. 질퍽질퍽 범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어.' 같은 방백도 나오고... 참.(그렇지만 키시모토는 나름 가슴 속에 불타는 사랑을 안은, 임계점 도달직전의 겟타로를 품은 겟타로보 같은 남자다.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폭발해버리겠지. 정말로.)

스타☆스피카☆스펙트럼은 어떻게 보면 별의 목소리 생각이 날 수도 있는 작품인다.

별의 목소리와 다른 건 한쪽이 유령이라는 거지만.(...)

아무튼 보면서 즐거울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렇게 S도가 높으면서도 내가 즐거울 수 있었던 건 역시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귀여운 부분이 많아서겠지.(웃음)

My Favorites 스님도 무단횡단을 한다 2009/11/03 10:17 by 제절초

어제 있었던 일이다.

날씨는 많이 추웠고, 나는 옷이 얇아 좀 더 추웠다.

학교에 갈 일이 있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마음만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옆에는 스님 한 분을 포함해 두어명의 사람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실제로 굴렀건 아니건 그래 보였다.)

아직 파란 불*이 켜지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좁은 1차선 우회로를 지나는 차량이 뜸해지자 갑자기 어떤 사람이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실패했으면 그 자체로 큰일이니 다른 글을 썼겠지.(...)

당연하겠지만 성공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스님은 조금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길을 건넜다.

스님도 무단횡단을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있으니 파란불이 켜졌고, 나는 당당히 길을 건넜다.

스님이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우리 학교 앞에는 횡단보도가 두 개 있어서 두 번 건너야 한다.

두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며 생각을 바꿨다.

스님이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뭐가 이상할까?

부처는 무단횡단을 금지하지 않았다.

더불어 부처는 법을 지키라고 말한 적도 없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스님이 무단횡단을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우리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처럼.

(사실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내가 생각하는 좀 더 좋은 사회이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종교인도 별로 다르지 않다.

예수는 우리에게 법을 지키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목사든 권사든 장로든 신부든 무단횡단을 하거나 길에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들은 그냥 우리처럼 필요에 의해, 혹은 별 생각 없이 경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다.

종교인은 그들의 법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면서 우리처럼 국가의 법 아래에서 살아간다.

그러니까, 무단횡단을 하는 스님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건 무단횡단을 하는 스님을 보며 '무단횡단을 하는 스님은 특히 이상해' 라고 생각하는 나다.

왜냐면 우리는 무단횡단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왜 우리는 그들이 특별히 준법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믿게 되는 것일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일텐데.

우리는 먹는 음식을 먹지 않고, 우리는 드리지 않는 기도를 드리며, 우리가 존중하지 않는 대상을 존중하는 사람들일 뿐인데.

결국,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은 모두가 이상하다.

무단횡단을 하는 스님도,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만큼만 나쁜 사람이다.

Boy`s Love Bandersnatch 2009/11/01 09:26 by 제절초

선정적인 포스팅으로 한때 이글루스에 약간 흙탕물을 튀겼다.(웃음)

뭐 어젠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니 오늘은 Alice+Channel 의 봄베이 님과 상후 님께서 그린 동인지, 밴더스내치 의 이야기를 하자.

사실 난 제목만 보고 '음 거울나라의 앨리스 관련 동인지인가?' 라고 생각했다.

Alice+Channel 이라는 이름도 그렇거니와 밴더스내치란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대표적인 포악한 생물 아닌가.

그런데 책장을 넘겨보니 이게 웬걸.

군사학교 밴더스내치에서 벌어지는 꿈도 희망도 없는 끈적질척하고 어두컴컴하게 타락한 이야기.

...orz

이런 90년대적 감성은 오래간만이다.

작가분께서 의도하신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꿈도 희망도 없는 시리어스는 대개 90년대에 번성하던 것이라는 근거 희박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반갑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하고... 뭐 아무튼 그렇다.

어째서 주인공이 카쿠란을 입고 있느냐... 고 물으면 나도 할 말은 없고.

어째서 캐릭터들이 걸친 옷이며 모자가 나치 스타일이냐고 물으면 역시 할 말은 없다.

나치 제복은 멋있긴 한데 역시 그 역사성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서도, 아무튼 그걸 그리셨으니 뭐 나는 그저 볼 뿐이다.

시작하자마자 '형이 사라진지 일 년이 지났다' 며 밴더스내치로 들어가는 흑발 소년은

몇 페이지 지나지도 않아 애꾸눈 소년의 성노예 비슷한 것이 되어 있다.

뭐냐 이 엄청난 전개속도는...

그리고 그 소년이 찾아 헤매던 형이란 사람은...

통칭 '개먹이'.

팔잘리고 다리잘린 좀비들 같은 괴상한 인간들의 먹이가 되어 있다.

여기까지가 봄베이 님의 원고인 듯 하고, 아마 다음은 상후 님의 원고일 것이다.

처음에는 수업 장면도 나오고(아무리 봐도 고급 장교에 의한 전술 브리핑인데...) 평화롭게 진행된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을 가린 앨리스를 총으로 쏴 죽이는 체셔고양이.(앞의 흑발 소년이 앨리스, 안대 소년이 체셔고양이인 모양이다.)

'앨리스의 피는 양귀비보다 붉고 독하다고 했다'

...그래. 바로 이런 표현이 90년대 풍이라는 거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아무튼 엄청 멋있긴 한데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는 책.

비툴커뮤니티같은 것들이 발달한 이후의 동인지는 마치 커다란 케이크에서 잘려나온 작은 조각 같아서 그걸 아무리 보고 쪼개고 핥아봐도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쇼트케이크 같았던 옛날 동인지가 조금 그리워지는 부분.

나처럼 온라인 동인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겐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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