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6일
And She Said, ~ Sister, My Sister. 05
"나는 바보처럼 그 날의 아까운 새벽 시간을 여동생을 간호하는데 써 버렸어. 아마 남편이었다면 정말 발로 걷어 차거나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겉모양은 내 여동생이었으니까.
쓰러져 신음하는 여동생을 간신히 일으켜 침대에 눕히고, 억지로 진통제를 먹인 뒤 잠이 들 때까지 옆에서 보듬어 주었지. 그렇게 해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십년도 훨씬 넘은 옛날에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 때의 여동생은 감기였고, 지금은 어째서 그런 건지 알 수 없다는 차이가 있지만.
고통에 힘겨워하다 약기운을 빌어 간신히 잠든 여동생의 얼굴은 아직 여전히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이마를 살짝 쓰다듬다가 문득 그리운 기분이 들었지. 옛날의 기억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 피로함과, 애증이 섞인 미묘한 나른함이었어. 나는 그러다 어느새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아.
눈을 뜨니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지. 내가 방금 여동생을 눕혔던 그 침대 말야. 문득 그 사실을 알고 화들짝 몸을 일으킨 그 순간, 방 문을 열고 여동생이 들어왔어.
'...이제 일어났어?'
다정한 미소를 짓는 여동생의 손에는 예쁘게 깎인 과일이 들려 있었어. 옛날 여동생이 곧잘 그랬던 것 처럼 껍질을 모두 깎아 보름달 두개와 반달 네개를 만들어 놓은 사과가. 나는 너무나도 익숙한 여동생의 버릇을 발견한 기분이 들어서 섬찟한 기분이 들 정도였어. 멍하니 여동생을 올려다 보았지. 그러나 앞에 있는 그것은 여동생이 아니었어. 이미 그녀는 소름끼치는 그의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었지.
'사과 깎아 왔어. 이상할 정도로 능숙하더라.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깎여나가는 껍질을 보고 있으니 꼭 환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당신 여동생은 사과를 잘 깎았던 모양이야.'
너무나 다정한 모습으로 침대 가에 앉으며 내게 먹으라는 듯 접시를 밀어놓는 그녀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매우 익숙했어. 여동생의 버릇으로 사과를 깎으며 남편의 버릇으로 내게 접시를 밀어 놓는 눈 앞의 저 무엇. 그러면서 나는 멍하니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지. 이제부터 저것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이미 내 안에서 하나의 자리를 차지해버렸지만 아직 붙여야 할 이름을 정하지 못한 불법 입주자. 여동생도 아니고 남편도 아닌 그 어떤 무엇. 그렇게 나는 조용히 자신을 끈적하고 부글거리는 상념의 늪으로 가라앉혀 가고 있었어. 그 때였지.
'...고마워.'
나는 깜짝 놀라 화들짝 고개를 들었어. 순간 방 안에는 정적이 가득해지고 우리 두 사람의 숨 쉬는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지. 방 안의 공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과 동시에 급격하게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어. 아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던 사과를 서둘러, 그렇지만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써 가며 집어 먹었지. 지금의 완전한 정적이 지배하는 방 안에 내 앞니가 사과의 과육을 부수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목에 주먹만한 사과가 걸려 있는 것을 억지로 넘기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혹은 타고 있던 시소 건너편의 친구가 갑자기 내려버리는 바람에 엉덩방아를 찧게 된 듯한 충격이었다고 해야 좋을까.
그렇게 멍하니 있는 사이 여동생은 약간 허무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고, 나는 텁텁한 공기가 가득한 방 안에 혼자 남아 망연히 퇴색해가는 사과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어. 미워해야만 하는 사람을 미워하기만 할 수 없게 되어가는 자신이 탁한 소리를 내며 부스러져 가는 기분과 함께.
# by | 2007/05/06 07:30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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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잊어버렸지만.....
흐음 그런데 이대로라면 백합이군요 *-_-)..... 꺄♡
시리오르// 실화일리가요!
베지밀비// 에 'ㅁ' 무슨 영환데요?
비공개// 수정했습니다. 에헤>ㅂ<;;
죽은 형을 대신해서 동생이 마치 죽은 형의 혼령이 씌인 것처럼 행동하며 형의 아내에게 접근하죠. 아내는 굉장히 당황하고 역겨워하다가 점점 그에게서 남편의 흔적을 발견해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동생이 점점 형의 환생? 처럼 여겨질 무렵, 알고 보니 동생이 형을 전부터 질투해서 죽인 것이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이것도 정확한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네요 하하;;) 한국 영화였고 배우는 이병헌도 나왔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