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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Fossilization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았다.
 약사는 거기에 적힌 대로 약을 조제해 주었다.
 내 눈 앞에는 여러가지 색깔의, 거무칙칙한 알약이 담긴 투명한 병과
 불투명하고 바스락거리는 갈색의 얇은 종이 여러장이 놓였다.
 약사는 말했다.

 '하루 한 번, 이 약을 여기에 싸서 물과 함께 삼키세요. 그냥 약만 먹어도 되지만 그대로는 너무 써서 환자분께 좋지 않을거예요. 토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되도록 이 오블라트에 싸서 먹도록 하세요. 적어도 뱃속으로 들어갈 때 까진 쓴 맛을 없애줄거예요.'

 나는 그것을 들고 집에 왔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우선 한 알을 꺼냈다.
 약사의 말 대로 오블라트로 포장했다.
 갈색의 오블라트에서는 희미하게 단내가 났다.
 나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입 안에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미약한 단맛과 함께.
 약을 삼키는 순간 혀뿌리 쪽에 찌릿한 쓴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울컥하고 눈물이 밀려나왔다.
 다행히 견딜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움켜잡듯 가슴을 누르며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아, 이걸로 하나의 기억이 추억이 된다.
 고통스러운 기억도, 행복했던 기억도 마음의 지층 속에서 공룡의 화석처럼 오롯이 잠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by 제절초 | 2007/05/13 09:29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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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young at 2007/05/13 10:52
추억이 되는 것이니 기억을...잊는 약은 아닌 걸까요.
조금 마음이 아프네요.

+ 가루약 안 먹게 된지 오래인 것 같아요.
요새는 전부 캡슐에 넣어준다던지..
Commented by 카렌 at 2007/05/13 11:01
기억이 추억이 되는 건 더럽게 힘들더라구요.
게다가, 추억이 되는 과정에 탈락해서 중간에서 지저분하게 썩어버린달까.
추억이 되는 자격은 획득하는 기억들도 선택받은 것만 같습니다.
Commented by RESISTANCE at 2007/05/13 11:47
추억이라는 것이...예전에는 그 '추'자가 아름다울 '추'인지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면...-.-;;; 사전적 의미로 따지고 본다면 군대에서 졸라게 패고 싶었던 그 10새와의 순간들도 추억이라면 추억...물론 사전적 의미로만 따지게 된다면 말이죵.,..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3 17:10
Ryoung// 한쪽만 일방적으로 잊는건 슬프잖아요 'ㅅ'
카렌// 네. 화석이 되는 것 처럼 말이죠.
Resistance// 가을 추자 아니었습니까!?(틀려)
Commented by 재취 at 2007/05/13 17:44
아앗. 예전에도 덧글 남겨주신거 같은데...그땐 정신없어서 글을 못남겼네요; 덧글 달아주신거 보고 재방문했습니다

음음. 실례가 안된다면 이웃신청을 해도 될지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3 18:24
재취// 아아, 물론이죠^-^ 예전에도 제가 재취님 이글루를 방문했었군요'ㅂ';;; 에헤헤;;; 기억이 가물거려서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희진 at 2007/05/13 22:15
가루약 먹으면 부모님께서 꼭 쵸콜릿 한쪼가리를 떼서 주시던 기억이 나는군요...
요새는 뭐 가루약 못본지가 꽤 됐지만요...후후
링크신고하겠습니다;ㅁ;//
Commented by erihin at 2007/05/13 23:34
조금이라도 그 약으로 안정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네요^^
먹는김에 효과가 있어야~~ㅎㅎ
제절초님도 행복한 하루 되셨기를..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4 08:51
희진// 넵 고맙습니다^-^
erihin// 먹으면 뭐든 효과는 있겠죠^-^ 에린님도 행복한 하루>ㅂ</
Commented by 마이준 at 2007/05/14 16:03
오블라트가 뭘까...
궁금하다.
근데 뭔가 일다보니까 아련~한게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같아요~ㅎㅎㅎ
Commented by 마이준 at 2007/05/14 16:08
위에 오타
일>읽 ㅎㅎㅎ 수정이 안 되네요 ㄲㄲ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14 16:33
마이준// 오블라트(Oblaat), 오블라이트라고 읽는 경우가 많은 듯 한데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어요. 일종의 테이프과자라고 보시면 돼요. 얇은 종이같은 설탕막? 그런 느낌이예요. 히힛. 뭐, 나름 창작물이예요. 소설이라고 보긴 좀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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