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0일
내가 요시나가 후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제 와서 새삼스레 말하기도 뭐한 일이지만, 나는 요시나가 후미를 참 좋아한다.
'제라르와 자크' 를 처음으로 구입한 이래, 나는 그가 그린 단편들을 '한국에 발매된 것에 한해' 모조리 사들였고, 그 뒤에 나오는 신간들도 닥치는 대로 사 들였다.
(현재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Antique 3, 4권 뿐이다.)
그것이 재미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일단 그의 만화이기 때문에 믿고 산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그의 만화를 참 좋아한다.
BL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는 '야오이' 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5/25 자 포스팅 '야오이란'? 참조)을 내렸고, 자신이 그리는 모든 만화의 모든 캐릭터에 대해 몹시 따스한 시선을 던지는 그런 작가이다.
실제로 그의 만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는 악인이든 선인이든 간에 모두 작가의 따스한 시선에 의해 관조되며, 대개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용서받는다.(오오쿠 등에 나오는 싸구려 단품 악역은 제외한다. 그들은 소품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는 놀라울 정도로 표정묘사가 독특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Antique 1권 中, 분노한 치카게.

요시나가 후미 특선집 中, 치카게를 바라보는 오노.

Flower Of Life 中, 마지마를 향해 웃는 다케다.
개인적으로 내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표정 세가지를 모아봤다.
'서양골동양과자점' 본편에서는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치카게의 분노한 표정. 그의 저 맹수같은 얼굴은 실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살짝 턱을 당기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굳게 닫고, 그래서 저 갸름하고 긴 콧날이 잘 드러나는 순수한 분노. 그가 워낙 아이처럼 순진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얼굴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저렇게 화를 낼만한 일은 아마 오노를 위해서 밖에 없겠지.(웃음)
그리고 특선집에 등장하는 오노의 웃음. '지금 난 아무 남자에게나 안기고 왔어요. 난 원래 이런 인간이예요.' 라며 치카게를 상처입히는 오노. 그 말을 하기 직전, 말없이 치카게를 바라보는 저 얼굴은 실로 압권이다. 마치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라는 듯한 작위적인 미소. '이걸로 그가 날 싫어하게 된다면 그것도 좋겠지' 라는 체념어린 얼굴. '그렇지만 그에게는 이런 말을 해도 날 미워하지 못할거야' 라는 확신을 하는 눈빛. 마지막으로 그 순간에마저 교태를 부리려는 듯 살짝 당기고 눈을 위로 뜬 표정. 요시나가 후미가 아니면 절대로 그릴 수 없는, 그런 얼굴이겠지.
마지막으로, Flower Of Life 2권에서 볼 수 있는 다케다의 짖궂은 웃음. 셋 다 턱을 살짝 당기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얼굴이 가장 뻔뻔하고 악의에 차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 조커를 들고 있어. 이걸 내면 넌 내 앞에 꿇을 수밖에 없을걸?' 이라는 듯한 얼굴. 한없이 일그러진 입매. 웃음을 참지 못해 이미 휘어지기 시작한 눈. 생각해보면, 다들 살면서 저런 얼굴이 되어본 적이 한번쯤은 있지 않았을까?
그래, 이런 얼굴을 그릴 수 있는 작가이기에 지금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거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얼굴들을 그려주겠나?
그러다 보니 이런 망상도...
# by | 2007/06/10 10:01 | My Favorites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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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두번째 오노의 표정은 보는 순간 전율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개인적인 명장면은 사랑이란 밤에 깨닫는 것. 에서 주인이 죽고 클로드가 우는 장면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모습과 대비되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던.
캐스팅이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저 작가 그림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기억이-_-..
살아가자// 그쵸>ㅅ< 저도 저 표정 너무 좋았어요.
토우// 기대하지 마세요;ㅁ;!
파닭// ...기대하지 말라니까;
gaze// 저도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워낙 표정들이 절묘해서;;
시밀랴// >ㅅ<;;;
메리// 아아 그거 멋졌죠. 대사가 없어도 이렇게 멋지게 되는구나 싶었어요.
하늘연// 네. 깜작 놀랬어요. 과연 어떤 작품으로 재탄생할지;;
우발사마// 아하하^^ 고맙습니다-
piez// 워낙 작품이 많으니까요^-^
Lord// 기약 없습니다;ㅁ;
느무 공감이예요.^^
은조// 저는 모르는 일이외다!(...)
소마// 그렇죠^-^
리타// 히힛>ㅅ<
Lajune// 감독이 퀴어물 경험이 제법 된다고는 하는데.. 코믹이 될지 시리어스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이분 건, 야오이를 먼저 보고 그렇지 않은 걸 접했었는데..
처음엔 BL이 아닌 걸 알고 살짝 실망했던 적도 있었죠.
그치만 보다보니 내용이 정말 좋아서.. 참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