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2일
OK, 관리자 OK, 지식인 ...?
봉신연의로 유명한 후지사키 류의 옛날 단편집으로 'World' 라는 것이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고, 솔직히 나는 봉신연의보다는 이 쪽이 더 마음에 든다.(그래서 옛날 해적판으로 샀던 것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 그 안의 단편들 가운데 'Tight Rope' 라는 작품이 있다.
어느 세계, 어느 시간축인지 모를 곳에 한 도시가 있고, 그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관리자' 에 의해 관리를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 관리자에게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고, 관리자의 말을 따르며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단추를 끼우고,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고...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자의 답변에 따라 행동한다.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지 관리자?' 가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정말로 관리자가 없으면 옷도 입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다.
그런데 이 얘기를 왜 꺼냈는가... 하면.
집에 오는 길에 버스 좌석에 붙어 있는 광고문 중에 '한번 튕겼는데 언제 전화해야 하죠?' 라는 문구가 보였기 때문이다.
요즘 모바일을 이용한 지식인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는 업체인데, 솔직히 그 자체가 나쁜건 아니다.
뭐, 휴대폰이야 다들 들고 다니는거고. 궁금할 때 휴대폰으로 질문을 전송하면 서비스 업체에서는 전력으로 답을 찾아 전송해준다. 이런 개념이니까 굳이 욕먹을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저 광고문구는 순간 나를 울컥하게 한거다. 마치 Tight Rope 같아서.
선전문구 치고는 너무 화자가 골이 비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진짜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인간을 당당히 '자의식 제로, 문제 해결력 제로, 사고력 제로 이하' 의 인간으로 평가하고 싶다.
도대체가 아무리 광고문구라고는 해도 저런 뇌 대신 삶은 양배추가 들어있소이다 하는 듯한 문구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중에 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말이다.
(이미 네이년 지식in 에는 저런 질문 하는 인간이 쌔고 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섭다.)
저런 류의 지식인 서비스가 생기고, 활용되는 것은 좋으나...
자기 뇌를 통째로 전뇌공간에 갖다 맡기는 일은 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 마저 귀찮다는 것인가 설마!?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지식인 서비스를 이용하는건 그렇다 치자. 날씨가 궁금할 때 재미삼아 지식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그냥 흥밋거리라 치자. 그렇지만 저런건 제발 자기 머리로 생각하자. 누가 뭐래도 '자기 일' 아닌가, 자기 일. 인생사 중요한 일이라 어드바이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저런 일에 남의 머리를 빌리면 대체 자기 머리로는 무엇을 할 생각인가?
제발.
자기 일은 좀 스스로 하자.
남이 대신 인생 살아주는 것도 아니잖은가?
# by | 2007/06/12 08:18 | The Grapes of Wrath | 트랙백 | 핑백(1)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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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말 사랑과 관계된 것이라면 더욱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궁상만 떨고 있지만....[....]
- 혼자서도 잘 해요. <--유치원에선 이런걸 전력으로 가르치려합니다만... 유치원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하는 순간 다 까먹는것 같아요.
크르// 아이쿠^^;;
Lajune// 전 유치원에서 뭘 배웠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히카리// 그거야 그렇죠^-^
gaze// 그러게 말입니다. 감상문 써달라는 질문은 기가 막혀서 '당장 컴퓨터 끄고 닥치고 나가서 보고 써!' 라고 답을 달았더니 답변이 채택이 되더군요.(...)
한 십년정도만 지나면 기존의 암기식 교육이 거의 유명무실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드네요.........
하지만 네트의 바다에는 쓰레기도 많다는거~
근데 문제는 실제로 살다보면 뇌를 재활용 시장에 비싸게 팔고 싶은지 절대 안 쓰려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거. 바로 눈 앞에 있는 것 조차 보지도 읽지도 않는데는 답이 없어요.
아니 그런 서비스도 있었나요??;;
첨들어보는데 orz
그리고 이글은 이오공감으로 보내야 (...)
Ieatta// 너무 넓다 보니 그런거겠죠 -ㅅ-
빨간반지// 네이년에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Lajune// ...집은 유치원과 다른거군요! 으음. 나중에 애 낳으면 애 방만큼이라도 애를 중심으로 디자인해야겠습니다. 제가 낳을건 아니지만.(..)
레놀도야지// ...그래서야 원 orz
Lord// 아니 왜 이런걸 orz
이건 뭐...
은빛날개// 재치있는 문자에 시시한 답변일지도.
과일 도시락(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중얼)
하지만 "데이트 세번째인데 키스해도 되나요?" 라고 묻는 후배를 겪어보고 나니 역시 연애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애가 되어버리는 모양이다, 하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밀리타// 교육 탓이 아닌가 합니다.
유루// 에에엑!? 아니 왜요'ㅁ';;;
kiekie// 케이스바이케이스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남한테 묻는건 좀;;;
Chie// 어라 치에님 살아계셨군요.(...) 으음. 뭐 오죽 고민 털어놓을데가 없으면 그러나 싶기도 합니다만;;
내용 가르쳐주세요 부터 독후감 좀 써주세요까지 다 봤다죠 =w=;;;
또 꽃 때문에 검색을 해봤더니 비슷한 질문이 여러개에 복사해다 붙인 답글.. ㅇ>-< 쓸모 있는게 하나도 없더라. 란 결론.. orz
(가끔 주옥같은 게 걸리긴 하지만요.)
저도 참 생각을 안하는 편이지만.. 그런 것까지 남한테 의지하려는 건 좀..
자신 없으면 묻는다 자체는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만. 홋.
주입식 교육의 폐해입니다. 남들과 같아야 안심하죠.
ps:이글루 하는 짓 보시죠. '이오공감'이니 비슷한 주제글 엮어서 보여주기니...기획팀은 나름대로 소셜 네트워킹에 목숨 걸고 어떻게든 링크-링크-링크 만들려는 겁니다.
덤2:네이버 네이놈이라 불러도 남자인 전 아무 느낌 없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때부터 좀 수동적이긴 했는데, 사회 나와서 보니 이대론 안되겠다 라는게 실감이 되더라구요.
근데 정작 이제껏 이런식으로 살아온터라 갑자기 생각을 바꾼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거북// 음. 그렇게 기분 나쁘셨습니까. 다음엔 다른 표현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이놈 이라던가. 뇌입원 이라던가.
서린// 아아, 물론 인정받으면 기쁜건 저도 마찬가지죠.(웃음)
세배빠른// 저도 좀 많이 수동적이라 걱정입니다=ㅅ=;
누가 자기 친구한테 연애문제를 상담한다고 해서 그사람이 자의식 제로 문제 해결능력 제로 사고력 제로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원래의 네이버 지식인은 단순히 질문자가 모르는 것을 답변자가 가르쳐주는 형태로 기획되었겠지만, 질문과 답변이라는 맥락 안에서 오가는 것은 무미건조한 지식뿐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왜곡될 위험성을 내포했다고 생각합니다.
shained// 뭐 그렇겠죠. 그렇지만 저런 문제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서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전 저 질문을 보면서 빈정이 팍 상했거든요.
글쎄요... 남의 포스팅에 딴죽 걸고 싶진 않지만
그런 곳에 묻는다고 해서 무조건 뇌를 삶아버렸다고 생각하기엔...
그런 글 올리는 데는, 자신이 이미 답을 알면서도 확인을 받고 싶은
심리도 있을 것이고(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예를들어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지려 할 때, 주변 친한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일은 흔하지 않나요? 말려줬으면 하는), 처음인데 실패하고 싶지 않은
심정도 있을 것이고(물론 세상은 실패의 연속을 통해 배워간다지만
기왕이면 실패 안하고 한번에 성공할 수 있다면야) 기타 등등...
문제가 된다면 조언, 확인의 수준을 넘어
의존성(아무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