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17일
개가 분재냐?
문득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애완동물 샵의 벽면에 붙어 있는 '티컵강아지, 명품강아지 있습니다' 라는 광고문구를 보게 되었다.(늘 그렇지만 그놈의 광고문구가 참 말썽이다.)
사실 광고문구 자체야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하필 그걸 보고 만 내가 복장이 확 뒤집어 졌다는 게 중요하다.
(나도 어느정도 내 친구 나인볼에게 동조하는 바이지만, 죄는 죄가 없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쁜거다.)
이런 걸 두고 '하필 재수가 없으려니...' 한다지만, 그래. 그 날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 가게는 참 재수가 없었다. 하필 그 날 그게 내 눈에 띄일게 뭐람.
요즘 티컵강아지 같은 것이 제법 비싸게 팔리는 모양이다. 심심풀이 삼아 검색해 봤더니 티컵에 들어갈 만큼 작은 강아지를 일컫는 말인가보다. 가격도 엄청 비싸다. 수십만원에서 백만원을 넘어가는 녀석들도 있다.
명품강아지는 아마 혈통이 좋은 순혈종을 말하는 거겠지.
그런데, 하필이면 나는 종종 '자본 알레르기'* 증상을 발작처럼 일으키는 사람이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저런 자본주의의 사생아같은 광고문구를 보고 있자니 화가 치민 것이다.
개가 무슨 죄가 있어서 저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저놈들보단 차라리 목숨이 오늘 내일 하는 개장국집 순돌이(...)가 더 개답고 편하게 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사람들이 작은걸 좋아한다는 이유로 교배에 의해 축소된 강아지.
'명품' 이라는 이름으로 생물이기에 앞서 '상품' 이 강조된 강아지.
저 가게에 들어와 그것들을 '구매' 하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래도록 자신의 반려로 곱게곱게 사랑을 주고받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 너희는 과연 정말로 '생물' 이 필요한거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너희의 행동을 조종하는 징그럽고 천박한 '욕심' 이 너희를 조종해 만족을 얻고 싶은건 아니고?
'생물' 이 아닌 '자동인형' 이 필요한 거니? 응?
그래서, 화도 났지만 조금 슬퍼졌었다.
이미 자본주의의 파란물이 들어버린 자신과, 이 사회와,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해.
자본주의란 돈이 될 수 있다면 뭐든 사고 파는 주의가 아니던가? 그것이 생물이든 비생물이든. 형상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자본주의란 분명 강력한 경제체제이긴 하지만, 그것을 사랑하게 되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저런 광고문구가 내 눈에 띄는 한은 말이다.
*아직 나 이외의 사람에게서는 발견하지 못한 정신질환. 때때로 아주 가끔 '산다' 라는 행위나 그 동사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며 구매행위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증상이 나타났다 호전되기까지의 시간은 길지 않아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금새 가라앉는다.
# by | 2007/06/17 10:15 | The Grapes of Wrath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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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애완견이 죽었는데 목덜미 집어서 툭, 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던 사람도 있다고 하니 뭘 바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소비적인 문화컨텐츠 판매가 이런 현상을 더 부추겼을지도 모릅니다.
씁쓸할 따름......
게다가 그아이들은 번식력도 낮거나 없는 경우도 있어서
...
몇년전에 50마리도 안된다 했으니 지금도 그보다 크게 늘진 않았을듯.
그리고 가격도 백단위가 가장 기본이라 했구요..
대부분 그냥 좀 작은 새끼강아지로 사기치는거라 하더라구요..
게다가 티컵강아지는 뼈도 몸도 약해서
병에 걸리기도 쉽고 뛰어내리다 뼈가 부러지는등
너무약하다고 해서..
정말 그건 사람의 죄지 싶더라구요.
ieatta// 그러게 말예요.
시리오르// 뭐, 사람 대하는 것도 무생물 대하듯 하지 않습니까. 종종.
insane// 에휴=3=
이끼// >ㅅ<
레놀도야지// 네. 천박한 자본주의 문제죠.
dike// 생물이 악세사리가 되면 안되죠;ㅅ;
리타// 네=ㅁ=;;;
기다림// 네. 정말 그런걸 만들 생각을 했다는것부터가 죄지요.
밀리타// >ㅅ< 우으... 그치만 결국 우린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휴...
...왜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를 써야했을까요[...] 참 사람[...]
참 별 걸 다 사고 팝니다-0-
파닭// ...그런것도 있었냐;
파김치// 그러게 말야=ㅅ=;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서워요 ㅜ ㅜ
귀여운게 문제가 아니라 같이 평생을 함께할 반려동물을 구하고 싶다고요....(사실 제 이상형은 닥터 스크루(?)에 나오는 까만 허스키랍니다... 시골로 이사가던지, 돈 많이 벌어 큰 집을 사야 가능하겠지요, 으그극;;;)
시우// 그러니까요;ㅅ; 음. 꼬마 정도로 귀여운 녀석을 발견할 수 있을지...
Lord// 그러게요=ㅅ=
리타// 네. 그래도 분재가 티컵강아지보단 낫다는 기분=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