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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긁어 부스럼

 

 "이건 내 친구가 해 준 이야기야. 정말로 싫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 애가 말해 준 이야기지.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때 이 이야기를 들어준 게 잘한 일인가 못할 짓이었나 머리를 갸웃거리게 되는 일이지만.



아무튼,  들어볼래?


 어느날 밤이었어. 그 애는 혼자서 밤길을 걷고 있었지. 그 날 마음에 든다며 나에게도 사진으로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했던 예쁜 치마를 입은 채였어. 그날 따라 바람은 더 스산하고, 거리는 더욱 조용했지. 그렇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 없이 그저 시원한 밤바람에 살랑살랑 마음이 간질여지는 것을 느끼며 즐거운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랬어. 밤바람과 걸음걸이의 리듬을 타고 친구의 마음은 통통 튀듯 움직이고, 금방이라도 입술을 비집고 나올 것만 같은 이름도 뜻도 모를 노랫말이 입안 가득 맴돌고 있었다지.
 그 때였어. 어둠 속에서 솟아나듯 친구의 등 뒤에서 뛰쳐나온 양 팔이 친구의 목을 감고 조르기 시작한 것은. 그것은 그야말로 사고와도 같이 갑작스레 덮친 일이었지. 친구의 머리는 순간 새하얗게 물들었어.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목이 억세게도 졸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레 닥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친구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던거야. 그 애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자신을 덮친 고통의 정체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을 회복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것 뿐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황망하게 흩어진 친구의 정신을 수습하고, 각성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의외의 것이었어.
그것은 다름아니라 귀 옆에서 들려 온 기괴한 비명소리였지. 마치 쇠를 찢는 듯한 금속성의 비명이 날카롭게 친구의 귀에 꽂혀 거기에 자극된 신경이 순식간에 사고력을 회복시켰던거야. 다음 순간 친구가 깨달은 것은 어떤 남자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사실이었지. 그것을 알게 되자 친구는 있는 힘껏 반항을 하기 시작했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미 요리사에게 머리를 잡힌 물고기가 온 몸을 휘저으며 탈출을 기도하는 것과 다름 아닌 일이었지만. 물고기든 인간이든 그 상황에서 탈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야. 아무리 몸을 뒤틀어 용을 써 보아도 남자의 팔은 단단히 친구의 목을 감고 있을 뿐이었어. 마치 먹이를 붙잡은 뱀의 몸통처럼 냉혹하고 단호했지.
그러나 사고와도 같이 습격을 당하고, 비명소리에 의해 우연스레 사고를 회복했듯이, 또 하나의 우연이 친구를 도왔어. 그날 따라 유난히 조용한 거리를 원망하며 점차 반항의 격렬함이 무디어져 가는 것을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친구를 구한 것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었던거야. 때마친 그곳을 지나며 순찰하던 경찰관들이 그 기이한 비명을 듣고는 친구를 찾아낸거지. 결국 그 남자는 순식간에 건장한 두 경관에 의해 제압당했고, 친구는 밭은 기침을 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목숨만은 건진 채 살아남았어. 머리는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눈은 생기를 잃고, 입에서 흘러내린 침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망연히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기는 했지만 일단은 그 상황을 벗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만 했던거야. 경찰은 친구를 부축했고, 집에 돌아올 때 까지 내내 곁에서 호위해 주었어.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린 친구가 본 것은 집에 오자마자 혼절한 자신의 옆에 경찰관이 남겨두고 간 메모였지. 그 메모로 인해 어젯밤의 일을 상기한 친구는 분노하기도 했지만 기묘한 호기심을 느꼈다고 했어. 그리고 그 메모에 있는 전화번호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어제의 그 괴상하고 고약한 남자가 아직 경찰서 안에 유치되어 있음을 확인했지. 그것을 확인한 친구는 순식간에 외출준비를 마치고 뛰쳐나오듯 경찰서를 향해 발을 옮겼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는군.
친구가 서에 들어서자 한명의 경관이 반갑게 맞아주었어. 친구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는 사실 친구를 호위하고, 바래다 주었던 경관이었던거야. 내 친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단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남성용 화장품의 향기일 뿐이었지.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말야. 그 남자는 유치장 안에 조용히 앉아있다고 했어.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엉성하게.
그런데 말야, 내 바보같은 친구는 그 상황에서 그 남자에게 말을 걸어버린거야. 그저 어제는 그렇게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을 습격했던 남자가 왜 지금은 자신을 보고도 본체만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애초의 목적은 잊은 것 같았지. 내가 누누이 지나친 호기심은 몸을 망치기 딱 좋다고 몇번이고 말했었는데. 그러나 친구가 몇번이고 다그치듯 물어도 남자는 바보처럼 지루한 얼굴을 하고 눈을 껌벅거리며 친구를 바라볼 뿐이었어. 울화가 치밀어 오른 친구는 더욱 거세게 남자를 몰아붙였고, 남자는 그제서야 느릿느릿 이야기를 시작하더래.

'그건... 당신이 입었던 치마 때문이야. 그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치마가 왜 당신이 입었을 때는 그토록 아름다워지는지. 그게 나를 얼만큼 절망하게 한 것인지. 어제의 당신은 그야말로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 같은 살아있는 절망이었어. 그렇지만 난 도무지 나를 죽일 용기가 없었지. 그것보다는 당신을 부정하는게 더 쉽잖아. 뭐, 어제야 그랬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군. 오늘의 당신은 나에게 아무 감흥도 없어. 됐어. 이제 가. 난 그저 부녀자 폭행으로 좀 살다 나오거나 벌금을 물겠지. 이제 당신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괜히 피차 피곤하게 하지 말자고...'

남자는 말 중간중간 친구를 보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고 했어. 친구는 남자의 말에서 느껴지는 무신경함에 질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웬지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 당한 느낌이 드는 것이 더 싫다고 말했지. 그러니까, 쓸데 없는 호기심은 가질 필요 없었다니까."

by 제절초 | 2007/06/19 06:40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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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nsane at 2007/06/19 06:47
쓸데없는 호기심은 재앙을 부르는거군요=ㅅ=;;
Commented by 크르 at 2007/06/19 08:23
허허..지나친 호기심은 저도 경계를 해야...
Commented by 단미 at 2007/06/19 09:06
허탈한 종국 이었군요..안됐다..
Commented by 이끼 at 2007/06/19 09:14
지나침 호기심을 경계해야 겠군요.
Commented by 베지밀비 at 2007/06/19 12:24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자였군요 (?) 핫핫
Commented by 루시퍼엘 at 2007/06/19 15:06
제가 잡은 게 피래미인줄 알았더니, 대어를 잡았군요..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06/19 17:09
저런 상황에서 사건 때보다 더 기분이 나빠질 수 있군요.
오히려 저놈이 출소해도 본인에게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거니
다행으로 생각해야... (ㅡ.ㅡ;)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6/19 21:19
insane// 그렇죠. 안 묻는게 나을뻔 했습니다 'ㅂ'
크르// 저부터 경계해야 합니다. 저도 호기심으로 인생 망칠 타입이라;;
단미// 네>ㅅ<;;;
이끼// 경계해야죠. 험한 꼴 안 보려면=ㅅ=;;
베지밀비// 아하하^^;; 그렇게 좋게 봐주시니 감사;;
루시퍼엘// 그렇지 않아요;ㅁ;!!
레놀도야지// 그렇겠죠 아무래도 'ㅅ';;
Commented by Lord at 2007/06/19 23:20
웬지.. 월희의 살인마 시키를 보는듯한 -_-;;;

이번 내용은 잘 모르겟지만 공감이 가네요.
어디에 공감이 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 orz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6/19 23:38
Lord// 저... 전혀 관계없어요;ㅁ; 근데 어디에 공감이 가시는거죠;;? 어디냐에 따라 Lord님의 위험도가 결정...(응?)
Commented by Xeon at 2007/06/20 01:56
웬지 모르게 무서운 글인 듯한데요... 물론 마지막에는 뭔가 머리에 경종을 울리는 듯한 느낌이지만;

(첫 댓글입니다'ㅅ'. 이오공감에 올라온 제 포스트에 답글 달아주신거 감사드리는 마음에서... 암튼 링크 걸어갑니다'ㅂ')
Commented by 너른바람 at 2007/06/20 06:41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하는 대상을 제거하면 자신을 긍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무섭군요. 그와 더불어 상대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도. 용감한 자는 스스로 죽고, 평범한 자는 상대를 죽이고 자신도 죽고, 가장 용기 없는 자는 상대를 죽인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 용기 없는 자에게 평가절하 당하는 말을 듣는 것은 한층 더 기분 나쁜 일일 것 같습니다.

그 남자가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을지언정 겁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면전에서 해주고픈 충동을 느꼈습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6/20 08:38
Xeon// 아하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ㅂ;
너른바람// 아이구 와주셔서 이렇게 긴 감상평까지 써주시고^^ 정말 고맙습니다 'ㅂ'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7/06/20 11:01
역시 그냥 미친놈이잖아!! 이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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