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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켄지 - 우리 둘이는

 
 우리 둘이는
 꼭 1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녀는 다정하고 창백하며
 그 눈은 항상 무엇인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함께 살게 된 그 여름의 어느 아침
 나는 마을 변두리의 다리에서
 시골 처녀가 가져 온 꽃이 너무 아름다워서
 20전 어치를 사 집에 돌아왔더니
 아내는 비어있던 금붕어 어항에 꽂아
 가게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저녁에 돌아오니
 아내는 내 얼굴을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보니 식탁에는 여러 가지 과일과
 하얀 서양접시 같은 것들까지 놓여있어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꽃이 오늘 낮에 꼭 2원에 팔렸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파란 밤의 바람과 별,
 대나무 발과 혼을 보내는 불······
 그리고 그 겨울
 아내는 어떤 괴로움이란 것도 없이
 시들 듯 허물어지듯 하루 아프고는 죽었습니다

 [1927.06.01. / 시노트-1071]

켄지 선생님의 시 중에서 좋아하는 또 하나의 작품.
이 정도로 절제되어 있으면서 아름다운 충격을 주는 글을 쓰는 일이란,
과연 나에게 가능한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오늘도 한줄 한줄 주변의 일들을 기록해 나간다.

류주환 님의 저서 '환상 사차원 은하철도' 에서 번역을 참조하여 보다 부드러운 문맥이 될 수 있도록 몇몇 부분을 수정하였다.

다만, 이것은 켄지 선생님 본인의 기록은 아닌 듯 하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은 듯 하니.

어쩐지 세설신어의 순찬과 그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나 뿐일까.

*《세설신어》에 따르면 순봉천荀奉倩(순찬荀粲)은 아내와 사이가 돈독했다. 겨울에 아내가 열병에 시달리자 그는 마당에 나가 몸에 냉기를 모아서 방에 돌아와 아내의 몸을 끌어안고 열을 식혀주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죽고 얼마 후에 그도 죽었다고 한다. <달을 따라 님 블로그에서 무단 발췌>

by 제절초 | 2007/06/26 09:52 | My Favorites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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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aze at 2007/06/26 10:09
시, 참...좋네요... 그런데, 슬프면서도 절제되어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 겠어요^^;
Commented by 이형진 at 2007/06/26 10:21
'순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 '국왕폐하'라서(저한테는) 책장 구석에 있는 '봉'우나 간만에 다시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teajelly at 2007/06/26 11:16
같은 작가분의 '무성통곡'을 무척 좋아해요. 말씀대로 절제되어 있으면서 아름다운 충격을 주는 글이죠. 여동생을 잃고 쓴 시라던데 제목에서부터 가슴 먹먹해지는 슬픔이 묻어나와요. ㅡ.ㅜ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06/26 12:16
ㅜ.ㅜ
Commented by 이끼 at 2007/06/26 17:40
잔잔하고 담담한 화법이 마음에 드는군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6/26 19:38
gaze// 그쵸 'ㅅ' 그저 그냥 볼 수밖에요^^;
이형진// 아하하하^^ '봉' 우 죠.-ㅂ-
teajelly// 아아, 그것도 좋죠. 전 영결의 아침이랑 비에도 지지 않고가 좋아요. 눈으로 말하다도 좋고요.
레놀도야지//>ㅅ<
이끼// 네 'ㅂ'
Commented by 마담유류 at 2007/06/26 23:18
조, 좋아요!!! 미소지으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이런 감정? (내 바탕이 요즘....) 대, 댓글 달았어요!-ㅂ-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6/26 23:54
유루// 아하하^^;;; 네에-
Commented by 나인볼 at 2007/06/28 16:39
과연 켄지 팬보이(...).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7/02 11:16
나인볼// 빠돌이라고 불러라.(응?)
Commented at 2008/08/14 20: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8/14 21:49
아 제가 번역한건 아녜요. 류주환님의 책을 옮겨적으면서 일부 수정한것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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