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7월 26일
And She Said, ~ Sister, My Sister 08.
"그렇지만, 내가 그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리고 그 모습에 옛날의 여동생을 겹쳐 본 것은 명백한 실수이고 여동생에 대한 일종의 모욕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채 삼십분도 지나지 않아서였어. 아니 조금 빨리 깨달았다면 십분 정도였을 텐데. 아마 그것은 내가 가진 일련의 연민과 추억이 올바른 사고를 방해했기 때문일거야. 외견이 사랑스러운 만큼, 더욱 견디기 힘든 추악함이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새삼 깨달았지.
여동생의 울음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잦아들었고, 들썩이던 어깨도 많이 진정되었어. 그리고 울음을 진정하려는 듯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몸이 위아래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보였어. 아마 내가 조금만 더 현명했다면 그런 여동생을 버려둔 채 문을 잠그고 들어간 뒤 세수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테지만, 불행하게도 그 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지.
점차 숨을 고른 여동생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파묻은 자세 그대로 잠이 든 듯 보였어.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지. 실컷 울고 나자 조금 정신이 든 듯 눈물 범벅이 되어 훌쩍거리면서도 기세좋게 앞에 남아 있던 술잔을 비웠던거야.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고, 조금 작위적으로 보일만큼 갑작스러워 날 조금 놀라게 했고 약간의 불쾌함을 주었어. 더군다나 몇번의 헛구역질을 하면서까지 억지로 남은 술을 모두 비우려 하는 모습은 불쾌를 넘어 혐오감을 줄 정도였어. 나는 내 사랑했던 여동생의 모습을 잃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뜨려 했지. 더 이상 사랑하는 여동생의 모습 위에 저 추악한 남자의 허상을 겹치고 싶지 않았어. 더군다나 아직도 주정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잘 알수도 없는 발음으로 독기를 뱉아내는 것이 들려왔을 때는 정말 식탁 채로 걷어 차 버리고 싶었지.
'절대... 절대 당신 여동생에게 지지 않을거야. 못마시는게 어디 있어. 못 먹는게 어디있냐고. 먹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 먹어주겠어. 당신 여동생이 싫어했던 것들을 모두 해주겠어. 좋아하게 될 때까지 말야...'
당사자를 보지 않고 듣는 그것은 실로 술취한 중년의 역겨운 술주정에 지나지 않았어. 목젖을 지나 얼굴 안쪽 어딘가까지 짜증이 솟구친 나는 내 인생 다시 없을 만큼 여동생을 경멸하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고 방으로 향했지. 거기서 문을 잠그지 않은 나는 곧 그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일을 만나게 되지만 그것은 조금 후의 일이었어.
방으로 들어온 나는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버리고는 침대에 나자빠졌어. 귀걸이를 빼기도, 옷을 벗기도 귀찮았고 화장을 지우는 일은 더더욱 귀찮았지. 그렇지 않아도 피로를 느끼고 있었는데 집에 오자 마자 술주정을 받아준 것 때문에 더더욱 피로감이 몰려온 거라고 생각했어. 이대로 조금만 쉬다 씻자라고 생각하며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았지. 때가 탄 낡은 천정. 얼마나 이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을까. 나는 왜 아직도 이 큰 집을 버리지 않는걸까. 왜 여동생은 여기로 돌아온걸까. 따위의 의미없는 생각을 몽롱해지는 정신으로 이것저것 주워섬기다 깜박 잠이 들어 버렸어. 마치 침대 밑으로 의식이 빨려들어가듯이 말야.
내가 깨어난 것은 몸 전체에 전해진 때 아닌 진동 때문이었지. 풀썩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내려앉을 듯이 들썩였던거야.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 내 몸 위에 묵직하게 걸쳐진 다른 사람의 몸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냄새를 맡는 것 만으로도 취할 것 같은 독한 술냄새가 갑자기 내 코를 사정없이 침범해 왔지. 직감적이고 뭐고 답은 하나 뿐이었어. 술에 취한 여동생이 마지막 술주정으로 나를 덮친거였지. 아니, 이 때의 여동생은 분명히 말해 내 남편이었어. 이미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유령처럼 변해버린, 남편이었던 적이 있는 수컷. 이라고 말해야 더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위로 쓰러진 여동생은 마치 먹이를 덮친 연체동물처럼 부드러우면서 억세게 내 몸을 구속해왔지. 여동생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내 팔을 단단히 움켜쥐었고, 미끈한 다리가 내 하반신을 단단히 얽었어. 그럼에도 여동생은 몸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내 몸에 밀착한 여동생의 몸이 잘 느껴졌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묘하게 몸을 일으키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어. 다만 내 폐를 짓누르는 여동생의 상반신은 좀 옆으로 치워놓았으면 했지. 한 때 자주 그랬던 것 처럼 여동생과 가만히 한 침대 위에서 자고 싶었던 걸까. 상황은 그 때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그저 여동생의 몸이 나에게 밀착했다는 사실이 내 몸 속에 잠들어 있던 그 때의 기억을 불렀는지도 몰라.
그러나 그건 단순히 내 감상적인 생각일 뿐이었고, 여동생은 그렇지 않았어.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싶을 만큼 강하게 내 팔을 움켜쥐던 손가락이 풀린다 싶었더니 갑자기 거칠게 내 가슴을 움켜쥐었던 거야. 조금은 다시 나른해져가고 있던 정신이 순식간에 침을 맞은 것 마냥 화악 하고 또렷해졌어. 그 손은 만일 남자가 그랬다면 옆에 있는 스탠드든 전화기든 들어서 머리를 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재수없고 서툴게 움켜쥔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고, 거기에 대한 반동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한 나는 공기인지 알콜 가스인지 모를 만큼 잔뜩 알콜이 섞인 숨과 함께 내 입술을 막힌 채 다시 침대로 쓰러지지 않으면 안되었지. 몸은 여동생이었다지만 어쩌면 하는 짓은 주정뱅이 중년들이 하는 짓이랑 그렇게 똑같은지 한심함에 기가 찰 지경이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멋대로 형태를 변형당하는 가슴에서 불쾌한 고통과 함께 역겨운 쾌감이 스멀거리며 머리로 기어오른다는 것은 더욱 기분 나쁜 일이었지. 그 때처럼 내가 내 가슴에 혐오감을 느낀 적은 아마 평생 한번도 없었을거야. 치한이 가슴을 더듬었을 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동생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내 시야 속에서 어렴풋이 비열한 웃음을 지었고, 나는 내 몸을 타고 다니는 벌레같은 감촉에 대한 댓가로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있는 힘껏 여동생의 뺨을 후려쳤지. 그렇지만 여동생은 그럼에도 그 더러운 웃음을 지우지 않았어.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히죽거리며 다시 내 팔을 구속하고는 그 입술을 나에게 포갰지. 감촉은 매끄럽지만 역겨운 냄새가 나는 키스였어. 다른 누군가의 입술이었다면 씹어먹을 각오로 깨물었겠지만 그래도 여동생의 입술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하지는 않았어. 한때는 그렇게 사랑했던 여동생이니까. 크게 상처입히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
잠시 후 여동생은 나에게서 입술을 떼어놓았고, 마지막 술주정을 하기 시작했어.
'당신 여동생을 부정하는 방법이 뭘까?'"
# by | 2007/07/26 07:14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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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것 좋았습니다아>ㅅ<
단미// 어쩌다 보니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레놀도야지// 그.. 그런거.. 할 필요 있나요;;;
파닭// 으응, 좋았다니. 고맙네. 이래저래 불쌍한건 '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