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10일
And She Said, ~ 서비스, 서비스!
"조금 늦은 오후, 그러니까 골목 안의 미용실 주인이 막 문을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고민 할 것 같은 그런 시간을 골라 미용실의 문을 열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골라 연 탓인지, 아니면 주인의 성격 탓인지, 혹은 직업병인지, 단 한명뿐인 미용사는 나를 반기며 맞았다. 나는 에스코트를 받으며 조금 거만스레 의자에 앉아 제멋대로 삐죽거리는 머리의 손질을 부탁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이지만 타올을 걸치고 가운을 뒤집어 쓴다. 덥고 불편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이 귀찮으니까 지금 조금 참아 두는 쪽이 낫다. 이윽고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귓가며 얼굴에 차가운 물 입자가 부딪히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따뜻한 물을 뿌리는 사람은 없다. 손님에게 청량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어지는 것은 약간 거친 듯한 빗질과 적당히 머리를 집어 고정하는 억센 핀. 그 거친 죄임이 은근히 좋다. 여기까지 미용사가 준비했다면 그 뒤에 내가 할 일은 하나. 눈은 감고 귀는 열어놓는 것.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어차피 눈을 감는 쪽이 더 분명하게 자극을 느낄 수 있다. 또, 나는 그런 자극을 느끼는 것을 반기고, 좋아한다. 머리카락을 헤치며 두피를 스치는 빗의 촉감과 일제히 썰려나가는 머리카락의 비명, 그 끝에서 전해지는 약한 진동. 그리고 소리마저 차가운 가윗날의 금속성 마찰음. 대화따윈 방해가 되고 음악마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내 자신의 몸에 행해지는 허용된 폭력을 즐길 뿐이다. 미용사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열지 않는다. 그렇게 귀를 통해 전해지는 짤각거리는 소리와 두피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미약한 감각을 즐기고 있는 중에 때때로 미용사의 손가락이 귓등이며 귀옆머리, 귀뿌리 부분을 스치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흘린다. 귀라는 예민한 기관이 주는 성적 만족감이란 상당한 것이다. 특히나 눈을 감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나 아무리 무의식중에 흘리는 미소라지만 조금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행여 미용사가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곤란하니까.
미용사의 가위는 마치 음악처럼 내 머리를 누빈다. 잘고 섬세하게 흐르던 날은 어느샌가 흉포하고 거침없이 머리카락을 잘라낸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시냇물처럼 작고 리듬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 끝이 보인다.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듯 가위의 선율은 빗과 함께 서서히 클라이막스를 넘어 종언을 고한다. 그러고 나면 미용사는 나에게 일어설 것을 권하며 나는 가만히 눈을 떠 부신 빛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다.
잠들었다 깨어난 기분으로 비틀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 목을 받침에 기대자 마자 머리엔 오싹하니 차가운 물이 뿌려진다. 그러나 그 속에서야말로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미용사의 손끝이 주는 따스함이 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다. 충분히 적셔진 머리는 샴푸 거품이 가득 일어나도록 맛사지 되고, 덩어리진 머리카락들을 반죽이라도 하는 듯 주무르며 두피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 마사지 해 주는 미용사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모으고 있던 다리를 슬쩍 벌린다. 물론 헹굼을 위해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의해 긴장을 되찾음과 동시에 얼른 다시 모으기는 하지만. 차가운 물과 따스한 손. 나를 기분좋게 하는 이중주와 함께 문득 타올에 가려지지 않은 메마른 입술에 색다른 감촉을 느낀다.
아아, 이것은 미용사의 입술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손님이 없는 늦은 오후, 그 시간에 찾아온 나만을 위해 베풀어지는 미용사의 서비스. 살짝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서로의 촉촉하고 매끄러운 입술안쪽의 살이 맞닿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입술 사이를 가르듯 헤치며 잇몸께를 스쳐 지나는 미용사의 혀끝도. 그것이 나에게 해주는 미용사의 특별하고도 특별한 서비스다.
이윽고 완만한 쾌락의 시간은 끝나고,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머리를 드라이 한다. 가볍게 에센스를 바른 뒤 옷매무새를 다듬고 능숙하게 계산을 끝낸 다음 미용실을 나선다. 미용실을 나선 나는 곧장 미용실 건너 2층에 있는 까페로 향한다. 그곳의 창가 통유리를 통해 미용실 안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볼 수 있으니까. 자리에 앉은 나는 맛없는 커피 한잔을 시켜 한옆으로 밀어놓은 채 가만히 미용실을 관찰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미용사는 가게를 정리하고 나와 문을 잠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는 내가 서비스를 시작할 차례다. 잔뜩. 이런 기다림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다."
어차피 눈을 감는 쪽이 더 분명하게 자극을 느낄 수 있다. 또, 나는 그런 자극을 느끼는 것을 반기고, 좋아한다. 머리카락을 헤치며 두피를 스치는 빗의 촉감과 일제히 썰려나가는 머리카락의 비명, 그 끝에서 전해지는 약한 진동. 그리고 소리마저 차가운 가윗날의 금속성 마찰음. 대화따윈 방해가 되고 음악마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내 자신의 몸에 행해지는 허용된 폭력을 즐길 뿐이다. 미용사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열지 않는다. 그렇게 귀를 통해 전해지는 짤각거리는 소리와 두피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미약한 감각을 즐기고 있는 중에 때때로 미용사의 손가락이 귓등이며 귀옆머리, 귀뿌리 부분을 스치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흘린다. 귀라는 예민한 기관이 주는 성적 만족감이란 상당한 것이다. 특히나 눈을 감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나 아무리 무의식중에 흘리는 미소라지만 조금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행여 미용사가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곤란하니까.
미용사의 가위는 마치 음악처럼 내 머리를 누빈다. 잘고 섬세하게 흐르던 날은 어느샌가 흉포하고 거침없이 머리카락을 잘라낸다.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시냇물처럼 작고 리듬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 끝이 보인다. 음악에도 기승전결이 있듯 가위의 선율은 빗과 함께 서서히 클라이막스를 넘어 종언을 고한다. 그러고 나면 미용사는 나에게 일어설 것을 권하며 나는 가만히 눈을 떠 부신 빛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다.
잠들었다 깨어난 기분으로 비틀비틀거리며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 목을 받침에 기대자 마자 머리엔 오싹하니 차가운 물이 뿌려진다. 그러나 그 속에서야말로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미용사의 손끝이 주는 따스함이 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다. 충분히 적셔진 머리는 샴푸 거품이 가득 일어나도록 맛사지 되고, 덩어리진 머리카락들을 반죽이라도 하는 듯 주무르며 두피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 마사지 해 주는 미용사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모으고 있던 다리를 슬쩍 벌린다. 물론 헹굼을 위해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의해 긴장을 되찾음과 동시에 얼른 다시 모으기는 하지만. 차가운 물과 따스한 손. 나를 기분좋게 하는 이중주와 함께 문득 타올에 가려지지 않은 메마른 입술에 색다른 감촉을 느낀다.
아아, 이것은 미용사의 입술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손님이 없는 늦은 오후, 그 시간에 찾아온 나만을 위해 베풀어지는 미용사의 서비스. 살짝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서로의 촉촉하고 매끄러운 입술안쪽의 살이 맞닿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입술 사이를 가르듯 헤치며 잇몸께를 스쳐 지나는 미용사의 혀끝도. 그것이 나에게 해주는 미용사의 특별하고도 특별한 서비스다.
이윽고 완만한 쾌락의 시간은 끝나고,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머리를 드라이 한다. 가볍게 에센스를 바른 뒤 옷매무새를 다듬고 능숙하게 계산을 끝낸 다음 미용실을 나선다. 미용실을 나선 나는 곧장 미용실 건너 2층에 있는 까페로 향한다. 그곳의 창가 통유리를 통해 미용실 안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볼 수 있으니까. 자리에 앉은 나는 맛없는 커피 한잔을 시켜 한옆으로 밀어놓은 채 가만히 미용실을 관찰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미용사는 가게를 정리하고 나와 문을 잠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는 내가 서비스를 시작할 차례다. 잔뜩. 이런 기다림이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다."
# by | 2007/08/10 07:36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2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미용사가 시간에 쫒기어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눈을 감고 감각에 의지한다.
이거 꽤 어려울 것 같아요. 긴장되어서..
다음에 가게되면 저도 눈을 감고 머리를 잘라봐야겠습니다.^^
시로군// ...웬지 눈감고 머리 자르는 사람은 저 뿐인 기분이;;
스토커나 범죄 직전의 어떤 풍경(?)이라고 생각한 것은 저 뿐???
머리 자를땐, 안경을 끼고 잘라요. 안그럼 유행하는 컷트(나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가 희안한 모양으로 머리에 붙어 있게 되니까 말이죠;;;;
삘이 수상쩍은 날은 안경을 최대한 끼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머리 자르고 싶은데 자르고나면 비녀를 꽂을 수가 없어서 막대한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거 간지럽지 않나요ㅜㅜ; 흠칫거리는거 눈치챌까봐 안 그런 척 하는게
힘들어요. 어쩐지 미용사가 연인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인이면 부끄럽지나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