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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평범이란 얼마나 두렵고도 무서운가

 
"너 말야, 우리 학교에도 괴담 있는거 알고 있어? 뭐 다른 학교처럼 머리로 걸어다니는 여학생이 있는건 아냐. 그러고보니 그 학생은 팬티 보일텐데 괜찮을까?
아니 아무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우리 학교에도 사실 비슷한 괴담이 있기는 해. 다만, 머리로 걸어다니는게 아니라 머리가 없다는 거지만. 응, 그래. 머리 없는 여학생이 나온다는 거지. 놀라지 마. 교실에 나오는건 아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네 뒤에 앉아 있다거나, 밤 열두시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 귀신은 말야, 강당에서만 나온대. 그렇지만 꼭 밤에만 나오는 것도 아냐. 낮에도 봤다는 애들이 있으니까. 그것도 꼭 애들이 와글와글 할때만 나타난다는거야. 그렇지만 의외로 아는 애들이 별로 없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기를 주목하는 거 같으면 귀신같이 알고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래. 아, 이미 귀신이니까 귀신같이 아는건가? 뭔가 말해놓고도 바보같네.
아무튼 말야, 중요한건 말이지 그 귀신은 바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 학생이었어. 그것도 우리 반. 출석 번호는... 그래, 네 바로 다음 번호. 야 야 그렇다고 너무 그러지 마. 누가 보면 내가 너 겁주는 줄 알겠다. 어쨌든 그래.
그 언니는 정말로 평범한 학생이었대. 성적도 중간에서 조금 좋은 정도고, 얼굴도 보통보다 조금 예쁜 정도고 뭐 그런 식으로. 뭘 시켜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는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라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하는 그런 학생이었대. 얼굴도 예뻐보이긴 하는데 때때로 영 못난 얼굴처럼 보여서 한번도 남학생의 주목을 받아 본 적도 없고 말이지. 신기한건 말야, 그 언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거야. 수행평가가 있을 때도 맨날 놀고 제출일 전날까지도 빈둥대다가 정작 제출일 당일에는 썩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곤 했대. 수업 시간 중에 졸다가 지적받아 문제를 풀게 되어도 열번 중에 일곱번은 멋드러지게 문제를 해결했지만 나머지 세번은 벌을 서기도 했고 말야. 아무튼 신기한 사람이었다고 해. 모든 과목에 대해 모범적인 답안을 늘 가지고 다니는 사람 같았다지. 다만 완성도가 썩 좋지는 못해 점수는 보통이었지만 말야. 충분히 이상한 사람 같지 않아?
아, 아무튼 이 언니가 왜 죽었냐면 말이지... 그거야말로 정말 이상한 일이야. 말했잖아, 뭘 해도 열심히 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그게 말이지, 이 언니는 열심히 하고 싶어하지만 환경이 그렇지가 못했대. 무슨 소리냐면, 이 언니가 열심히 하려고 하면 반드시 무슨 일이든 사고가 생겼다는거야. 학기 초엔 이 언니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대. 그런데 수업시간 전에 쪽지시험을 본다는 말을 듣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 문제를 풀러 앞으로 나가다가 웬지 모르게 튀어나와 있는 못에 다리를 긁혀 양호실에 가게 된다던가, 체력장을 대비하려고 달리는 연습을 하다가 넘어져서 발목을 심하게 접지른다던가 하는 일이 계속 생겼다는거야. 심지어는 축제때 이 언니가 제법 곱상하니까 예쁘게 화장을 시켜주는 중에 눈썹을 홀랑 태워서 한동안은 고개를 못 들고 다닌 적도 있었대. 이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다보니까 언니도 포기한거지. 어차피 노력하지 않아도 대학은 갈만했고, 다 포기하기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었으니까. 비록 좋은 대학은 아니어도 그냥저냥 사람들이 알만한 대학의 평범한 과에 들어갈만한 성적이어서 거기서 만족하기로 했대.
그런데 말야, 그 즈음 해서 사고가 생긴거야. 무슨 사고냐면 말야, 그래도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뭔가 해보고 싶었던 언니는 축제때 연극을 하기로 마음 먹었대. 뭐 특별히 열심히 안해도 연기는 봐줄만큼 했고, 대충 대사도 외웠다고 하니 연극을 기획한 쪽에서도 군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 거기다가 그 언니의 묘하게 딱한 사정은 이미 전교생이 알만큼 알고 있었다고 하니까. 그래서 언니는 조심스럽게 사고가 생기지 않을 만큼만 연습을 했고, 얼마 뒤 벌어진 축제의 무대로 나섰어. 진지한 분위기 속에 언니는 자신도 모르게 연기에 몰입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대. 그 결과로 연극이 끝났을 때 언니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를 받았다고 해. 그래, 딱 거기까지였어. 사람들이 언니의 얼굴을 본 건 말야.
그 언니가 난생 처음 느껴보았을 너무나도 황홀한 기쁨에 눈물까지 맺힌 그 순간 천정에 걸려있던 큰 조명이 언니 머리 위로 떨어졌고, 언니는 머리 없는 시체가 되었대. 그 뒤로 언니는 강당의 귀신이 되었고, 그 연극날 처럼 사람들이 강당에 많이 모인 날엔 꼭 나타난다고 해. 아마 얼굴이 있었다면 웃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언니에겐 지나치게 행복할 권리마저도 없었던 걸까...?"

by 제절초 | 2007/11/03 10:03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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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irou君 at 2007/11/03 10:25
어쩐지 좀 가슴아픈 이야기네요...
Commented by 딘모 at 2007/11/03 11:19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이야기로군요. 어쨌거나 이야기 속의 귀신 아가씨, 안타깝네요.
Commented by 토우 at 2007/11/03 12:12
으아.... 자의가 아니라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할 수 없었다니...ㅠㅠ
Commented by February at 2007/11/03 12:50
안녕하세요! 괴담절초ㅡ 에요! 킥.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11/03 17:27
어떻게 이렇게 끝내실수 있단 말입니까. 넘 불쌍한 귀신이군요. ㅜㅜ;
Commented by 銀鳥-_- at 2007/11/03 18:50
헤에, 글쓴이의 짙은 비웃음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D 데헷.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03 22:51
시로군// 으음.. 좀 그렇습니다. 확실히.
딘모// 확실히 저런 인생이라면 그냥 '덜 열심히'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토우// 그 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February// 우앵;ㅁ;
레놀도야지// 필력이 부족하여 이렇게밖에 끝낼 수 없었습니다 orz
은조// 아니 어떤 부분이요;ㅂ;
Commented by Lord at 2007/11/03 23:05
슬픈 이야기네요 ;ㅁ;

무슨 이매진 브레이커를 가진것도 아닌데도 저런 삶을 살다니 너무 슬픈 ;ㅅ;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03 23:14
Lord// 구상단계부터 비극이 내정되어 있었습니다;ㅂ;
Commented by 銀鳥-_- at 2007/11/05 01:39
헷, 제목에서부터 내용까지 그런걸요 /ㅁ/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05 07:18
은조// 어...어디가요;ㅁ; 전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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