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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친구로부터 편지가 한 통 도착했다. 우체국의 소인은 3일 전의 것이었다. 편지 한 통이 이틀이면 배달되는 요즘 세상의 편지 치고는 조금 늦은 편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봉투를 뜯자, 살짝 색이 바랜 편지지에 유려한 필체로 쓰여진 편지가 한 통 곱게 접혀 있었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바람은 싸늘하고 하늘은 음산한 것이 을씨년스러운 요즈음, 문득 네 안부가 궁금해졌어.
 아마도 네가 있는 그곳은 하늘이 파랗겠지? 영원히 닿지 못할 것 처럼 높을거고 말야.
 구름도 하나 없는, 무섭도록 푸른 하늘일거야. 그렇지 않니?
 그렇지만 지금은 그 하늘이 너무나도 보고 싶구나.
 숨이 막힐 것 처럼 뿌옇게 온 하늘을 메운 구름에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걸.
 조용히 솜더미에 눌려 모든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쓸쓸히 죽어가게 될 것처럼.
 그래서 더욱 그리운거야. 네가 보고 있을 그 푸른 하늘이.
 차라리 아무것도 잡을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같은 그 푸른 하늘이라면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들지는 않을테니까.

 그러고보니 깜박 잊고 네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구나.
 나, 여행가기로 했어. 그 전에 너를 한번 만났으면 했는데.
 아쉽지만 그 일은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자. 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어디선가 봄의 끝에 발치로 떨어진 꽃잎처럼 아무렇지 않게 우연히 만날 수 있을테니까.
 
 이제 곧 떠날 시간이야.
 쏜살같은 바람과 함께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더 이상 구름은 없겠지.
 저 너머도 분명 네가 있는 그곳 처럼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거야. 마치 바다와도 같이.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꿈을 볼거야. 영원히 나를 짓누르는 구름이 없는 행복한 꿈을 꾸겠지.
 아아... 설레인다. 너도 함께라면 좋을텐데.
 
 그곳에 가면 제일 먼저 너에게 편지를 쓸게. 무엇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날씨는 어떻고 무엇을 먹으며 지내는지 전부 다.
 분명 너도 맘에 들어 할거고, 오고 싶어질거야.
 그리고 거기 먼저 가 있는 나를 부러워 하겠지.
 
 그러면 편지는 여기서 줄이도록 할게. 이제 시간이 되었거든.
 어서 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말야.
 그러면 잘 있어, 나의 사랑하는 친구.
 보고 싶을거야.'

 편지를 끝까지 읽은 나는 가만히 내 방의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았다. 그 친구의 이야기 처럼 높고도 푸른 하늘이 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아아, 사랑하는 친구. 너도 저런 하늘을 보고 있을까?

 내가 친구의 부고를 접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by 제절초 | 2007/11/11 09:46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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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우 at 2007/11/11 11:42
..편지가 또 오면 무섭겠군요...
Commented by 파닭 at 2007/11/11 12:03
비유가 너무 예뻐요. 정말 어떻게 이런 글들을 쓰시는 건지...[한숨]
어쩐지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구름에서 벗어나, 하늘에 태어나기 위해서.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7/11/11 15:21
웬지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ㅅ;..
다음엔 어떤 편지가 올까 하고 기대도 했는데...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보면, 어째선지 막 눈물이 날 때가 있어서..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11/11 17:53
늦가을 요즘의 떨어진 낙엽을 보는 것처럼 슬프군요. ㅜㅜ
Commented by Rosa at 2007/11/11 19:24
이쁘고 아픈 이야기가 가슴을 후빕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11 21:20
토우// 또 왔을지도 모릅니다 :)
파닭//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음. 옥상에서 떨어지면 땅으로 꺼지는거 아닐까 'ㅅ'
아르젠틴// 아하하^^ 실은 제가 구름낀 하늘을 싫어해서요^^;
레놀도야지// 아핫;ㅂ; 감성적인 레놀도야지님;ㅂ;
Rosa//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파닭 at 2007/11/16 00:46
옥상에서 떨어지면 하늘을 보면서 죽을 수 있잖아요. 곁눈질로[음?]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16 07:19
파닭// ...뒤로 넘어지듯 떨어져야 할 것 같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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