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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지옥에서 보낼 한 철

 

"'하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 애도 한숨을 쉬었다.

 '...휴아...'

 이번에는 너 나 할 것없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우리가 토한 한숨에 부피와 질량이 있다면 이 작은 까페 바닥은 이미 발목 높이 쯤까지는 채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언니.'

 그 애는 착잡한 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사과했다.

 '아냐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좀 더 일찍 눈치챘어야 했는데.'

 나 역시 그 애에게 사과했다. 사과받고 사과 더 콜. 포커도 아닌데 주거니 받거니가 제법 자연스럽고 능숙하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됐을까?'

 살짝 고개를 숙이고 턱을 괸 채 허무한 느낌으로 그 애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더 고개를 돌려 아예 벽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나쁜 일만은 아니잖아요...?'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땅 치고는 벽력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니니까 더 문제잖아!!!!'

 순간 까페 안은 얼어붙은 듯 조용해지고, 곧이어 날 향한 바늘같은 시선과 쥐떼처럼 작은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난 곧장 내 행동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은 것 같았다. 이미 일이 저질러졌으니 그 뒤에 후회해봐야 무리이긴 할 것이다.
 아무튼 내가 소리를 지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나와 내 앞의 여자애 사이에는 엄청나다면 엄청난 사건이 얽혀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면서도 손도 발도 내밀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방조하거나 고무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결코 나쁘거나 죄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경사라면 경사였기에 사건의 당사자들에게 죄를 묻거나 추궁하는 일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아니 뭐... 그야 그렇지만요...'

 그 애는 움츠러들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한번 더 폭발할 뻔 했지만, 간신히 자신을 추스르고 심호흡을 하며 아까와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후으... 야.'

 그렇더라도 치솟는 혈압은 사람의 힘으로 다스리기 지난(至難)한 것이라, 금방이라도 뒷목덜미가 뻣뻣하게 굳어갈 듯한 감각을 느겼다.

 '솔직히 네가 이 일로 손해보는게 뭐 있냐? 없지 않아?'

 나는 할 수 있는 한 차분한 목소리를 만들어 또박또박 말했다.

 '...으...어...없긴...그렇죠... 없긴 하죠...?'

 그 애는 조금 말을 더듬으며 몇번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당혹스러운 듯 한 어조로 말했다. 웬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가 치밀어오르는 듯 한 감각을 강하게 느낀 나는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수습했다.

 '...그러면 나는...? 응? 나는...?'

 이미 나는 으르렁대고 있었다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그림으로 그려본다면 이미 내 송곳니는 입술을 비집고 길게 튀어나와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눈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 언니야 뭐... 조금... 아니, 조금 많을...지도요?'

 '너무 많다!!!!!!!!!!!!!!!!!!!!!!!!!!'

 ...아뿔사. 이번엔 억제하지 못했다. 아마 분노라기보다는 울분일 것이다 이 감정은. 아까보다 조금 더 따갑고 노골적인 시선과 조금 더 소리가 커진 웅성거림을 느끼며 반성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억울함이 어디로 가시는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손해다. 최소한 내게는 손해밖에 남지 않는 것 같다.

 '...뭐, 저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 좋다는걸 어쩌겠어요?'

 그렇다. 내가 이번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직접 이빨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내가 버릇이 없고 막되어 먹었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도를 깨달은 공자인 양 행복해 하는 아빠를 향해 발톱을 세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눈 앞에 있는 여자애의 빌어먹을 언니, 그러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곧 내 새엄마가 될 그 여자가 아빠를 좋아하는 것보다 천억배는 더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일단 여기서부터가 손해다. 나와 동갑인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 그것도 그 사실을 아빠의 행복을 위해 내가 참아야 한다는 것. 거기다 더해 이제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없다는 것. 이게 최악의 손해다.
지금까지 오로지 나만 먹을 줄 알았던 달콤한 초코 케이크를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얼마든지, 때에 따라서는 전부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 이게 손해가 아니라고 한다면 또 뭐가 손해인가? 나랑 동갑인 여자의 사랑따위 아빠의 사랑에 대면 싸구려 합성 초콜렛과 고디바 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손해라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저 여자애를 이모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크지는 않아도 존재감 있는 손해라서 자꾸만 발 뒤축에 붙은 껌마냥 신경을 거슬린다. 대체 난 어떡해야 좋단 말인가. 결혼식까지의 일주일이 꼭 사형을 앞둔 죄수의 기다림 같기만 한데."

by 제절초 | 2007/11/23 09:13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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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min at 2007/11/23 09:29
생각하다 보니 동급생2가 생각이 났습..(끌려나간다.)
Commented by 카오리군 at 2007/11/23 09:37
예전에 나왔던 귀여운 딸 이야기의 속편인거냐.(...)
저럴땐 딸에게 충고를 해줘야지. '그럼 너도 아버지와 동갑인 남자친구를 사겨서 결혼해버려. 그래서 새엄마 될 사람이 너랑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뻘 되는 사람을 당신이라 부르는것을 넘어서서 '사위 왔는가.' 라고 해야 되는 부조리함을 실컷 안겨줘서 너의 기분을 고스란히 맛보게 하면 되는거야.'
Commented by 레놀도야지 at 2007/11/23 10:12
카오리군님 리플...더 무섭군요. ^^
Commented by February at 2007/11/23 19:48
아, 초코케이크 먹고 싶군요. 어쩌나.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23 22:12
aLmin// 아... 아니 그게 왜요;;;
카오리군// 그건 좀 너무 콩가룬데;;;
레놀도야지// 그러게 말입니다.
February// 아하하하^^ 내일 나가서 하나 드세요^-^
Commented by Lord at 2007/11/23 22:35
..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23 22:46
Lord// 훈훈한가요=ㅁ=!!?
Commented by 파르테노 at 2007/11/30 03:58
콩가루. 그런데 나도 우리 아빠가 나보다 어린 여자랑 결혼할까봐 가끔 두렵..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11/30 07:40
파르테노// ...그거 참 삼삼하구나(...). 설마 그러시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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