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30일
미야자와 켄지 ~ 영결의 아침
오늘 언젠가
먼 곳으로 떠나버릴 나의 누이야
진눈깨비가 내려서 밖은 이상하게 밝구나
(비 젖은 눈 떠다주세요)
희미하게 밝아 더욱 음울한 구름으로부터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내려온다
(비 젖은 눈 떠다주세요)
푸른 순나물 무늬가 박힌
이들 이 빠진 두 개의 사기 그릇에
네가 먹을 비 젖은 눈을 떠오려고
나는 휘어진 탄도처럼
어두운 이 진눈깨비 속으로 뛰어나왔다
(비 젖은 눈 떠다주세요)
창연색의 검은 구름으로부터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가라앉아 온다
아아 토시코
죽음을 앞에 둔 지금에 와서도
나를 평생 밝게 해주려고
이런 산뜻한 눈 한 공기를
너는 나에게 부탁한게다
고맙다 갸륵한 나의 누이야
나도 일생 올곧게 살아가겠다*
(비 젖은 눈 떠다주세요)
격심한 격심한 고열과 가쁜 숨 사이로
넌 나에게 부탁한 게다
은하며 태양, 또는 대기권이라 불리는 세계의
하늘로부터 떨어진 눈 마지막 한 공기를......
.......두 덩이 화강암 석재에
진눈깨비는 쓸쓸하게 쌓여있다
나는 그 위에 위태로이 서서
눈과 물의 새하얀 2상계*를 유지하고 있는
투명하고 차가운 물방울로 가득 찬
이 윤기 나는 소나무 가지에서
나의 마음씨 고운 누이의
마지막 음식을 얻어가련다
우리가 함께 자라는 동안
익숙해진 이 공기의 쪽 모양과도
이제 오늘 너는 헤어져야만 한다
(Nanun Na Honjaseo Gapnida)*
정말로 오늘 너는 헤어져야만 한다
아아, 저 닫혀진 병실의 어둑한 병풍과 모기장 속에서
곱고 파르스름하게 타오르고 있는
나의 갸륵한 누이야
이 눈은 어디를 고르려 해도
어디나 너무도 새하얗기만 하구나
저 무섭도록 흐트러진 하늘로부터
이 아름다운 눈이 내린 것이다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때엔
이렇게 자신의 일만으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태어나겠어요)
네가 먹을 이 두 공기의 눈에
나는 지금 진심으로 빈다
부디 이것이 천상의 아이스크림*이 되어
너와 모두에게 성스러운 양식이 되기를
나의 모든 행복을 걸고 기원한다
[1922. 11. 27 미야자와 켄지]
*이 시를 발췌한 류주환 님의 '환상 사차원 은하철도' 의 이 부분은 해석이 조금 다르다. 임의대로 편집한 것.
*2상계 : 액체와 고체, 혹은 물과 얼음이라는 두 상(Phase)을 말하는 것. 과학용어도 시에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켄지 선생님의 미감(美感)을 알 수 있다.
*원문에서는 Ora Orade Shitori Egumo. '나는 나 혼자 갑니다' 는 의미의 이와테 지방 방언.
*당시 켄지 선생님은 여동생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 아이스크림을 사다주곤 했다고 한다. 눈물나는 여동생 사랑.
내가 참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 영결의 아침 이다.
24세의 나이로 떠나간 여동생 토시코를 위해 쓴 시.
애니메이션 '켄지의 봄' 에서는 이 부분에서 토시코가 '차가워... 하지만 따뜻해... 차갑지만... 오빠가 나를 위해 떠다 준 눈이니까... 차갑지만 따뜻해.' 라고 애처롭게 말한다. 그 때 켄지 선생님이 들고 있는 눈 공기에 꽂힌 솔잎 한 쌍이 참 눈에 밟힌다. 물론 그 뒤에서 열심히 수첩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냉정한 작가로서의 켄지 선생님의 모습도 이채롭고.
# by | 2007/11/30 08:37 | My Favorites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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