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 23일
And She Said, ~ 고약한 버릇
"그 애가 말했어.
'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렇지만 그 애의 표정은 말하고 싶은 것이 그뿐만이 아님을 웅변하고 있었지.
'그런 것 치곤 표정이 좀 그렇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는, 아니 싫은것보다는 지긋지긋하다는 그 애의 표정. 난 저 표정을 잘 알고 있었어. 때문에 그 애가 할 말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
'응. 그 남자도 날 좋아한대. 고백도 받았어.'
중간까지는 마치 시네마 천국의 영화 매니아 마냥 똑같이 입 안에서 말할 수 있었어. 벌써 고백받았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였지만. 아니, 보통 좋아한다는 고백과 교제 신청은 세트로 움직이던가? 문득 쓸데 없는 일에 궁금증이 생겨버렸지.
'그래서, 어떻게 했어?'
다자이가 말한 적이 있어. 뻔히 알고 있는 대답을 강요하는 일은 음험하다고. 나는 그 음험한 일을 하기로 한거야. 당연히 대답은 내가 예상하고 있었던,
'거절했어. 난 그 남자랑은 사귈 수 없으니까.'
였고 말이지.
그래. 그 애는 그런 애였어. 누군가를 한번 좋아하게 되면 정말로 온 힘을 다해 영혼을 소모하는 듯 사랑했지만 상대와 교제를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곧장 다른 남자에게 빠져들었지. 그런 자신의 성격을 알고 있음에도 남자의 기백과 고집에 못이겨 고백을 받아들였다 상대를 몇번이고 상처입힌 적도 있고 말야. 정말이지, 지독한 여자랄까 아님 피곤한 여자랄까. 옆에서 보는 사람 복장을 포장마차 꼼장어 껍질 뒤집듯 까뒤집어놓는 그런 애였어. 저 곤란해하면서도 행복한 얼굴이 그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었지.
어쩌면 그 애는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단순히 누군가에게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이 좋다고 하는 변태적인 나르시스트일지도 몰라. 아니면 자신의 존재를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거나 하는 남자만 좋아하는 이상성욕자 일지도 모르지. 분명한건 지금 저 애정만큼은 방향도 목적도 어딘가 이상하긴 해도 무엇보다 달콤하고 드겁다는거야.
대체 언제쯤에나 저 고약한 버릇이 고쳐질까? 하여간 골치아픈 애라니까."
# by | 2008/01/23 08:01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읽는 도중 가슴이 뜨끔,하네요;; '그 애'의 성향을 이해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참..(웃음) 그래도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애'는 대단하다고 봐요.
좋은 글, 재미난 글,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
저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보는 '화자' 에게 무척 공감이 가네요 (...)
정말 억장터지죠
한달 전에 삐죽 ' 나 애인생겼어 '
한참 있다가 '요즘 애인은 어떻게 지내? ' 라고 물어보면
'깨졌어'
.....
제가 쓰는 이야기에는 나올듯한 캐릭은 아니지만 나오게 된다면 열라 비참하게 끝날듯한 여자(...)
인형사// ...저런. 실은 저것도 주변에서 소재를 얻은겁니다.(...)
Lord// ...;ㅂ; 비참이라니;;
은조// 은조님도 비슷한 지인이 있으신가요;;;
파닭// 글쎄. 스스로도 알고는 있지만 고치지 못하는걸지도.
고렘// 감사합니다^-^ 에헷.
비공개// 어머 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조만간 찾아뵐게요>ㅅ<
이야기에서처럼 싫어는 아니고 무덤덤해졌습니다. 왠지 꼬여놓고 하룻밤 먹고 버리는 쓰레기같은 인간 또는 상대를 악세사리처럼 차고다니는 부류의 인간이 되어버린 거 같아서 상당히 자기혐오였달까요. 뭐 그 덕분에 연애비관론자 부류로 들어갔으니 할 말 다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려서 잘 몰랐다거나 또는 상대를 그저 '좋아'한거 이상이 아니어서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 :d
그래도 고백받는 순간 식는... 참 뭐라 그래야 할까. 그 말할 수 없는 싸늘한 기분이 생각나버려서 말입니다. 묘하게 동감이 돼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싹 식어버리는 걸 두려워해서 전부 거절했지만서도(....) 아 이거 말하고나니까 초특급개그(..........)
뭐 알콩달콩 러브러브한건 사귀고 난 이후의 서로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랄까 그때의 우리강아지는 전부 훼이크였나 싶죠(...) 말할수록 개그요 난해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만 뭐 여튼 그런겁니다(...)
지금은 평범해요, 지금은.
저정도로 극단적인 건 아니지만,
왠지 고백이나 교제 신청 받은 후론 천천히 식어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성향이 바뀌기가 참 힘들다나봐요;;
아닌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짜증나고 한심한 성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꽤 많던 걸요? 제 주변만 그런지는 몰라도-_-;;
...고백이란 걸 받아본 역사가 없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배때지가 불렀군!!이라고 외쳐주고 싶은 마음도.(퍽)
개인적으로 다 거절하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왠지 제가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어요; 음 그래도 역시 사귀지는 않지만요.
인기있는 사람들이란!!!..이라고 해주고 싶지만 정말로 그런 성격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힘드시겠어요. 어떻게 바꾸려고 해도 바꿔지지도 않고..하지만 친구처럼 사는 부부들도 많으니까요(평생을 둘이 같이 살아간다는 점에서 행복한 부부와 가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불타는 사랑만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람들이 이러니까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진정한 짝을 찾는게 더 행복할거예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