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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열두시 이후엔 먹이를 주시면 안됩니다. 물에 닿아서도 안되구요...

 
"어느 날의 일이었어.
 왜 요즘은 서커스 같은거, 잘 없잖아? 기껏해야 동춘 서커스단 정도가 간신히 이름이나 남기고 있는 정도고. 그런데 내 친구네 집 근처에 웬 서커스단 하나가 왔었나봐. 마침 그 친구도 서커스를 제법 좋아하지 않았겠어? 옳다구나 하고 보러 간거지. 시설도 허름한 편이고 규모도 작았지만 제법 갖출건 다 갖추고 있더래. 공중그네, 줄타기, 마술쇼, 동물쇼...
내 친구는 아주 신이 나서는 박수 치고 소리 지르고 아무튼 별 방정을 다 떨었나봐. 관객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말만한 처녀가 그래 난리를 치니 눈에 안 띌 수가 있었겠니? 몇번인가 서커스단 사람들의 주목을 받더니 결국 사자쇼에서는 게스트가 되어 사자 입에 팔을 넣었다 빼기까지 하게 되었대. 아니 그래, 아무리 서커스라도 맹수 아가리에 팔꿈치까지 덥석 집어 넣은 그 애도 그 애지만 그런걸 여자애한테 시키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몰라.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쇼를 하고 나서는 객석으로 돌아가려는 그 애에게 조련사가 살짝 귀띔을 했대. 약간 나이는 들었지만 육감적인 근육질 몸매가 무척이나 섹시했다던 그 사람은 내 친구에게 서비스로 무대 뒤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테니 오라고 했다나. 나 같으면 수상한 느낌에 절대 가지 않았겠지만 친구는 이미 눈이 돌아간건지 덥석 찾아갔지 뭐야?
 그래, 이미 거기서부터 예견돼 있었던거야. 그 친구의 불행은.
 쇼가 끝난 뒤 친구는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 천막 뒤로 돌아갔더랬지. 거기엔 아까의 조련사가 서 있었고, 붙임성 좋게 웃으며 내 친구를 맞이하더래. 조련사의 안내를 받아 간 무대 뒤는 어수선하고 여러 물건들이 정신없이 널려있다고 했어.
자신의 사자가 있는 곳 까지 온 조련사는 친구에게 잘 보라고 하며 사자가 있는 우리 안으로 들어갔대. 그 우리는 보통 생각하는 우리랑 다르게 무척 크고 넓었다고 했어. 마치 공연도 할 수 있을 것 처럼. 과연 우리에 들어간 조련사는 채찍을 휘두르며 사자를 흥분시키기 시작했대. 그것이 서비스라는 듯 말야.
공기를 찢는 채찍의 파열음과 지옥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사자의 으르렁대는 소리가 뒤섞여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쥘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어느 순간 조련사는 훌쩍 훌쩍 춤을 추듯 겅중겅중 다리를 넓게 벌리며 사자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고, 사자 역시 그에 맞춰 입을 벌린 채 몸을 움썩거리며 돌기 시작했대. 그 광경은 정말 아름답게 보여 친구에게는 실로 최고의 서비스로 느껴졌다지. 조련사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사자 역시 더욱 흥분한 듯 머리를 털며 조련사의 움직임에 따라 재빠르게 몸의 방향을 바꾸더래.
그리고 바로 그 때 였어. 갑자기 조련사가 옆의 도약대를 이용해 풀쩍 하고 몸을 공중에 띄운 것과 공중에 떠오른 조련사의 탄력있고 강인한 배를 크게 입 벌린 사자가 몸을 날려 물어 뜯은 것은.
친구는 상상 외의 사건에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고 했어. 땅바닥에 팽개쳐진 조련사는 배와 내장을 통째로 뜯어먹히기 시작했다지. 쩝쩝거리는 축축하고 끈적한 소리가 친구의 귀에 질척하게 묻었고, 콧 속으로 스멀스멀 익숙한 비린내가 스며오기 시작했대. 그런데 이제는 숫제 울음섞인 비명을 지르려던 친구의 눈에 문득 이상한게 보였다는거야.
분명 고통스러워 해야 할 조련사가 태연히 미소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거지. 친구의 말에 의하면 그 때의 조련사가 오히려 사자보다 수백배는 더 무섭게 느껴졌대. 친구의 기억은 그 쯤에서 끝났어. 조련사가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울면서 뛰쳐나왔다고 하니까.
 아무튼 친구는 하루가 꼬박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이건 그 애가 나한테만 몰래 해 준 이야기인데, 사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거야. 사실은 말이지, 다음 날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억지로 수습해 서커스장에 간 친구의 눈 앞에서 어제의 그 조련사가 태연히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사자 역시 친구를 알아보았다는 듯 으르렁거렸기 때문이래. 불쌍한 내 친구. 정말 어쩌면 좋을까...?"

by 제절초 | 2008/02/22 08:55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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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토우 at 2008/02/22 09:37
우앗, 어떤 트릭의 마술이죠!(...)...라고 생각하지 않으면...[달달]
Commented by 銀鳥-_- at 2008/02/22 09:40
제목보고 그렘린인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2/22 11:05
....그렘린이 아니었다니;;;;
Commented by LaJune at 2008/02/22 11:35
그램린 동급 이야기라는 의미일까요. ^^;
Commented by lumi at 2008/02/22 14:24
어억 무 무 무서운 서커츠단이다 ;ㅁ;
Commented by 파닭 at 2008/02/22 20:15
물에 닿으면 어떻게 되는거죠;;; 무서워라;ㅁ;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2/22 23:42
토우// 마술이 아닌걸요 :)
은조// 실은 그렘린 생각에 쓴건데 내용이랑 관계가 없...
하츠네// 본의 아니게 낚았습니다 orz
LaJune// 실은 사자가 그렘린.(뭣!?)
lumi// ...무서운건 조련사 뿐인지도...
파닭// 그... 글쎄다!?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8/02/24 00:18
와와. 저 이런 이야기 좋아해요 >ㅅ<;;

조련사가 잡아먹히고 친구가 조련사 대신이 되는걸까? 하고 생각했었어요~

저도 그렘린이나 펫숍 첫 부분을 생각했더랬지요 =D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8/02/24 01:26
그렇게 서커스단의 인원이 추가되어서, 망하지 않는 걸까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2/24 08:20
아르젠틴// 좋아하신다니 기쁩니다^-^ 후후후.
파김치// ...그럴리가!
Commented by 인형사 at 2008/03/03 15:27
와와.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 정말 좋아해요.
물론 오싹하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저는 처음에 작중 '친구' 에게 서커스단에서 '기괴한 애완동물' 을 권해주는 것을 상상해버렸네요.
마치 '나만의 천사' 나 '펫숍 오브 호러즈'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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