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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씨에게 봄이 왔는가?

 

오늘은 간만에 한국 만화 이야기를.

한국 출판만화계 동성애코드의 원로라면 원로라고 할 수 있는 이정애 님의 초기작 '루이스씨에게 봄이 왔는가?' 이야기다.

이 작품은 1990년 르네상스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그림체로 볼 때 초기 혹은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 정도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표지는 최근 이정애 님의 그림으로 다시 그린 것으로, 실제 연재 당시의 얼굴은 절대 저렇지 않다. 사실은 표지의 두 사람과 작품 내의 두 사람이 누가 누구인지 잘 구분 못하겠다.[...])

실제 작품 내의 두 사람(으로 추정되는 컷).

검은 머리가 이 작품의 주인공인 루이스 씨. 흰 머리(...) 가 루이스 씨의 절친한 친구이자 탐험 매니아 휴 씨.

실제로 루이스 씨는 이제 16세가 될까 말까 하는 엄청 연하의 외사촌 동생인 아니엘라를 사랑하고, 결국 그녀에게서 사랑을 얻어내는 사람이다. 사람이 좀 많이 섬세하긴 한데 아무튼 만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헤테로랄까.(1990년 당시 이 만화를 무사히 연재하려면 그래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지엔 '귀여운 꼬마 숙녀' 아니엘라(진짜 귀엽긴 귀엽다.)는 어디로 가고 휴 와의 투샷으로 채워져 있으며 저 컷에는 아니엘라를 안을 때는 한번도 사용된 적 없는 점찍기 효과가 사용되어 애틋함을 부각하고 있는지.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리는 없는 법. 루이스 씨는 진성 헤테로라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하였으니 남은건 휴 씨의 알리바이 뿐이다.(어?!) 그렇다. 이 만화는 휴 씨가 등장하는 부분부터 만화가 끝날 때 까지 휴 씨가 루이스 씨에게 어딘가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루이스 씨는 또 다른 꼬맹이 호모(...) 에게도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었으니...

귀여운 외사촌 동생이자 아니엘라의 오빠이며 매제이기도 한 에키가 그 주인공이다. 그야말로 젊은 혈기에 무서운 것 없이 루이스 씨에게 들이대는 에키. 루이스 씨의 구애를 받은 아니엘라 에게 차갑기는 드라이아이스보다 더 하고 따갑기는 알보칠같은 독설을 퍼부어대니 얄궂기도 이쯤되면 수준급이다. 거기다 어찌나 되바라졌는지 고전을 탐독하는 취미가 있어 루이스 씨에게 낯뜨거운 연서를 보내기도 하는 에키. 다음은 그 일부이다.

'나는 내가 그대를 헛되이 사랑하는 걸 알아', '미칠듯이 절망적으로 그댈 사랑해'...

...루이스 씨는 참 여러사람에게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에키 저놈은 얀데레끼가 있다. 분명하다.)

아무튼 이렇게 노골적이지만 직접적이지는 않은 방법으로 동성애 코드를 드러내고 있는 만화, '루이스 씨에게 봄이 왔는가?' ...웬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과연 루이스 씨에게 온 봄은 어떤 봄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분명 아니엘라와 맺어져서 결혼까지 했는데.

웬지 남자 애인을 따로 두고 결혼은 여자랑 하는 그리스인이 떠올랐다고 생각하면 지나친걸까?

P.S. 이 만화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대화 내에 쉴새 없이 고전이 인용된다는 것. 이를테면...

'나타나엘이여, 네게 열정을 가르쳐 주리라!' - 앙드레 지드 작, 지상의 양식 중.
'어딨어? 우리의 램프장수가 어디 돌아왔다는 거지?' - 알라딘의 마술램프 중.
'당장 수녀원으로나 가시오, 오필리아' - 햄릿 중.

등등. 출전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고전 속의 인용은 저것들 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런 점이 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저걸 다 이해할 만큼의 교양이 없는것도 조금 속상하기도.(웃음)

by 제절초 | 2008/02/27 08:00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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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늘연 at 2008/02/27 10:22
전 루이스씨가 아직 이십대란 사실에 매우 놀랐었죠. 아니, 그 얼굴로!!!! (......)
Commented by 희정 at 2008/02/27 10:29
고전 인용은 멋지긴 하지만 다 모르거나 모르는 작품에서 인용되는거 보면 그 책 읽어보고 싶어져요.
Commented at 2008/02/27 13: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시오아메 at 2008/02/27 13:23
밸리타고 왔어요.
에헤, 이 작품을 리뷰하시다니요!!!
어흑어흑 저 감동 먹었어요.
이정애님은 이제는 아는 분이 거의 없는지라 더욱 그렇습니다.

확실히 초기 작품인데다가 미묘하게 동성애를 비껴가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나중에 아테르타 연대기에서는 대놓고 외모는 남성인 여성이 나오지만요.

이분의 학식은 정말 대단해요.
저도 가끔 잘 모르는 것이 나오면 속상하지만 덕분에 알아내려고 파고 있는 것이 꽤 되기 때문에 지식면에서도 발군의 작가님이라고 생각해요.
비어줄리도 그렇게 알게된 케이스지요^^

제가 가진 것도 이번에 새로 나온거예요.

너무너무 반가워서 이렇게 장황하게 글 남기고 사라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시오、 at 2008/02/27 14:24
고전을 인용한 점이 참 매력적이고 신선했지요. 이정애 님 작품은 어렵고 우울한데 이 작품은 그래도 밝고 접근하기 쉬워서 좋아했었습니다. 첨 봤을땐 좀 어렸을 때라.... 이정애님 다른작품은 이해하기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왜 이 분은 만화안그리시고....ㅠ_ㅠ
아무튼 예전만화 리뷰도 가끔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키에키에키! ......정말 귀여웠는데 말입니다....ㅠ_ㅠ
Commented by kiekie at 2008/02/27 16:08
이정애님이 다시 돌아와만 주신다면 속옷 차림으로 동네한바퀴 뛸 수 있습니다.
아. 얼굴은 가리고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2/27 22:50
하늘연// ...아. 그러고보니 20대였죠.(...)
희정// 그렇죠? 근데 원전도 명기 안된거면 찾는것도 큰일 orz
비공개// 어머 그러신가요^-^ 리뷰하길 잘했네요.
시오아메// 최근 복간도 된 책이고 해서 해봤습니다 'ㅂ' 헤헷. 소델리니 교수도 조만간 해야겠네요 'ㅂ'
시오// 열왕대전기는 지금 봐도 몹시 장황;;; 음음. 에키가 귀엽긴 한데 그래도 아니엘라가 더 귀엽습니다-ㅂ-
kiekie// ...겟코가면도 아니고... 진정하세요 'ㅁ';;;
Commented by zizi at 2008/02/28 02:19
아, 새로 나왔군요. 옛날 르네상스 단행본으로 가지고 있는데.. (저도 이정애씨 작품은 딱 여기까지만 취향;) 언제부턴가 안보이셔서 지금은 뭐하시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2/28 07:37
zizi// 헉;;; 르네상스 단행본으로 갖고 계시다니 'ㅁ' 굉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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