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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나무꾼, 난 아내를 그만두겠다! by 선녀

 

"어느날인가 내 친구는 문득 여동생에게 이런 말을 들었대.

 '오빠, 나 오빠 여동생 하는거, 그만둘까봐.'

 마치 다니던 학원이라도 그만두겠다는 듯 시큰둥한 어조로 말을 해 와서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했대. 그 여자앤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오빠를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베개를 아무렇게나 끌어안은 채 침대 구석에 엉성하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지. 그리고는 볼멘 얼굴로 퉁명스레 아까같은 말을 뱉었다나봐.

 '여동생 그만둔다니까...?'

 그제서야 이해한 남자애는 어이가 없었대. 사실 나라도 그럴 것 같지만 말이지. 그래도 대체 무슨생각인가 궁금해 그것만은 알아보자 싶어서 일단 물어보았대.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거냐?'

 그랬더니 그 애는 흘끔 제 오빠를 흘겨보고는 몸을 움츠리듯 다리를 끌어당기고 베개에 턱을 묻으며 이렇게 말하더래.

 '그냥... 오빠랑 오빠동생 하는게 지겨워서. 다른거 뭐 없을까? 이런 관계 그만두고 싶어. 음... 우리 그냥 이름 부를래? 아님 내가 누나 해볼까? 왜 영화보면 나이어린 애들한테도 누님 누님 잘만 그러던데.'

 친구는 여동생의 괴상한 발상에 무심코 풋 하고 웃었대. 여자애의 얘긴 계속됐고.

 '오빤 나 안 지겨워? 애가 여동생이 아니라 딴거였으면 하고 생각한 적 한번도 없어? 난 지금 내가 누군가의 여동생인게 너무 지겹고 짜증나. 오빠가 싫은건 아닌데, 그냥 여동생인 내가 싫어. 그래서 이제 관두고 싶어.'

 내 친구는 그 말을 들으며 웃음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대. 그 기분이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나. 그래서 자신도 생각해 보았다는거야. 자신은 지금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러다 문득...

 '...친구...어때?'

 이런 말이 친구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대. 정말로 무의식중에. 생각이 누수된 것 처럼 말야. 친구의 여동생은 그 말에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슬쩍 움직였대.

 '...어...그냥. 네가 내 여동생하는건 지겹대니까, 그렇다고 난 네 동생하는건 싫고.... 음... 네 생각은 어때?'

 그러면서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친구의 말을 호기심어린 눈빛을 한 채 듣고 있었다고 해.

 '...친구...?'

 여동생은 되뇌이듯, 혹은 자신에게 던지듯 짧게 반문했고, 내 친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지. 어쩌면 그건 여동생에겓 색다르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답으로 느껴졌을거야. 생소하지만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 대안으로. 친구로서는 생각지도 않은 여동생의 긍정적인 반응이 조금은 놀랍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새롭게 정의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했겠지. 아마 그 호기심이 난생 처음 시도하는 모험에 대한 불안을 희석해주었을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결국, 그렇게 시작되었던거야. 두 사람의 비밀스런 계약은. 둘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친구가 되기로 했고, 그것을 위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대. 처음엔 말할 수 없지 어색하고 우스웠지만 그저 서로를 친구로 생각하고 처음 친구를 사귀듯 그렇게 바라보며 몇번인가 말을 섞자 그럭저럭 편하게 대할 수 있더라나.
 그러면 부모님 보시기엔 어땠을까? 아마 잘 몰랐을거야. 지금까지도 별 얘기가 없는걸 보면 말이지. 물론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운좋게도 두 사람은 별로 나이차가 없지 않았겠어? 그러니까 갑자기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어색하게 들렸겠지만 흔히들 그럴 수 있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거야. 그것이 사실은 서로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후에 탄생한 것이었지만 그런 것은 드러나지 않으니까.
 네가 보기엔 어때? 서로에 대한 관계의 재정립. 그것이 형제건 자매건, 혹은 부모자식간이건. 이상하지만 흥미롭지 않아? 물론 그것이 잘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오히려 실패할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말야. 지금 우리가 당연한듯 생각하는 관계란 실은 언제든 그 이름을 바꿀 수 있고,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는 관계라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것 아닐까?"

by 제절초 | 2008/03/25 09:27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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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olarEast at 2008/03/25 10:07
이상한 쪽의 생각을 먼저 해버린 저 자신이 조금...ㅇ<-<
Commented by 희정 at 2008/03/25 11:10
오~ 재밌겠네요. 흐뭇..착한 오빠네요.
Commented by blesshy at 2008/03/25 11:19
제목을 보고 마음속으로 'Wryyyyyyyy'를 외쳤습니다.(매니악한가;;;)
Commented by 인형사 at 2008/03/25 11:54
보통 '오빠 나 여동생 그만둘래' 하면 주먹부터 나가는 오빠들 꽤 많(...)
Commented by 네코쨩 at 2008/03/25 12:25
오빠와 여동생이기에 가능한 얘기일지도요...

즈 남동생이 그러면 '어머, 얘 뭐야. 무서워,'막 그럴듯?[..]
Commented by 파닭 at 2008/03/25 22:03
음... 얼마 전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막내 이모가 오빠뻘인 삼촌을 막 부르는 거 보고 농담식으로 '오빠, 나 오빠 이름 부르면 혼낼거지?' 라고 말해봤어요. 그런데,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니?' 라고 하는거예요.
그 때 지금껏 이어져왔던 오빠 동생의 관계가 친구로 변화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 제가 느꼈던 이상한 느낌이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관계의 재정립일까요?[웃음]
Commented by Lord at 2008/03/26 06:45
둘이 언제 사귀나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3/26 08:06
PolarEast// ...아잉 어떤 상상을 하셨길래 'ㅂ'
희정// 저도 오빠쪽의 성격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blesshy// 실제로 외치지만 말아주세요.(...)
인형사// 어!? 덜덜덜...
네코쨩// 푸하핫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남동생과 여동생의 차이인가요^-^
파닭// 헤에. 그랬구나 'ㅂ' 좋은 경험을 했네 'ㅂ'
Lord// ...로...로드님 그건 춈...;;;
Commented by LaJune at 2008/03/27 09:49
얼마전 어디선가 본 '현실 오빠'와 '이상 오빠'의 차이가 생각납니다만. 현실에 저런 오빠는 쵸큼 마니 희귀할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3/27 13:33
LaJune// 푸후후 그건 뭔데요 'ㅂ'?
Commented by LaJune at 2008/03/28 00:24
그게 아마 인터넷에 떠도는 UCC인듯 싶은데 보기는 티비에서 봤어요. 어떤 특정 상황에서 '이상 오빠'를 먼저 떠올리고 '현실 오빠'를 보여주며 대비하는 그런 거였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이상 오빠는 밥 먹을 때도, 아니 동생이 식사때를 넘겼으면 자기가 프로급 요리를 해다가 정성스레 가져다 주며 '굶지 말아라, 넌 다이어트 안 해도 이쁜 내 동생인걸~☆'...같은 닭살 액션을 해주겠지요. 허나 현실 오빠는......... 자는 동생 깨워서 해장용 라면 좀 끓여내라 두개 끓여라 파는 넣지 말고 계란은 넣어라 물도 떠와라 기타등등의 꼬장을 부리는 식....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3/28 07:52
LaJune// 푸하하하하 그거 아주 멋진데요;ㅂ; 찾아다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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