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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라 동인혼, Zero

 
 오늘 이야기 할 것은, '6개월에 한번씩 동인지가 나오는' 초유의 성실함을 지녔던 대형 동아리 Zero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96년 8월에 나온 Zero의 첫 동인지를 샀을 때는 이미 보시는 바와 같이



 

 .....47호라는 무지막지한 호수의 회지가 발매되어 있었습니다. 그 두께 역시 장장 363페이지에 달하는 대형장서. 잘해야 셋 아니면 네명으로 이루어진 최근의 동인지 팀이 발매하는 동인지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규모라고 할 수 있겠지요. (6개월에 1권으로 역산하면 Zero의 창단은 20년도 더 전에 이루어졌다는 말이지만, 저는 사실 거기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치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주기는 몇달에 한번이었는가와 같은 문제라구요 이건.) 

 이 동인지를 보시게 되면 아시겠지만, 열명이 넘는 회원이 있는 대형동아리였기 때문에 그 조직도 상당히 치밀해서 회장을 필두로 회계라던가 편집담당 등의 역할이 분명히 정해져 있었고, 각 회원별로 할당량이 정해져 다음 회지 제작때까지 반드시 하나 이상의 원고를 할 수 있도록 분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또한 회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각 회원들의 원고에 대한 비평을 실어, 다음 회지에는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딱딱하니 대충 넘어가도록 하고...

개인적으로 Zero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해야 하나.. 경의를 가지고 있던 분이 있었는데, 서기윤 님이었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나오는 회지에 매회 To be Continued로 48페이지씩의 원고를 한번의 펑크도 없이 싣던 분이었습니다. 작품의 재미라거나 그림의 완성도는 다른 회원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면도 있었지만, 저 아마추어로서는 놀랄정도의 초인적인 성실함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이후 Zero는 꾸준한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동안 회원도 많이 바뀌고, 동인지 두께도 더 얇아지는 등 많은 변화를 겪게 되지요.(사실 이런 경향은 1999년정도부터 시작되어 2000년도를 넘어서부터는 가속화되고, 전 동인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Zero라고 해서 비단 예외는 아니었겠지요.) 그리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Zero의 마지막 회지인 Plus one 58호가 아마도 마지막으로 판매전에서 판매된 회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59호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Zero의 회지는 재미가 있건 없건 꼭 사왔었는데 말이죠.)

 과연 이런 대형 동아리는 왜 사라지게 된걸까요? 그리고 저런 많은 회원의 구성을 통해 다양한 내용과 여러가지 스타일의 작품을 담고 있을 수 있었던 대용량의 동인지는 어떻게 사라지게 된 것일까요. 자신은 없지만, 그것은 아마도 1999년도 즈음해서 ACA가 디자인 포장개발원을 떠나 동대문 두타로 진출, 보다 대중적이고, 보다 양지바른 곳으로 진출하면서 그러한 경향이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많게는 60년생부터 보통 70년대 초~중반에 걸쳐 있던 동인작가분들의 연령대가 80년대생들의 진출로 낮아짐과 함께 발생한 세대적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치열함은 부족하지만, 보다 화려하고 보다 대중적이며 보다 가벼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 말이죠.(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서, 솔직히 지금의 동인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동인이 있는가 묻는다면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언제나 용두사미 스타일의 글이 되는 느낌은 있지만, 어차피 제 멋대로 적는 글이니만치 멋대로 끝을 내겠습니다.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언제라도 수정하겠습니다만.

P.S.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 주기는 몇달에 한번이었는가? 에 관한 문제는 예전에 한 게임잡지의 필자분께서 제기했던 문제입니다. 분명 모든 기록에서 아돌의 첫 모험은 16세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마 에스테리아에 표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스 1의 이야기일텐데요...(뱀발 : 나중에 알게된거지만 에스테리아의 항구도시 미네아와 시라쿠사는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아돌은 약 60회의 크고 작은 모험담을 모두 일지에 기록했다고 합니다. 거의 60줄에 다다를 때까지 모험을 했다고 하는 아돌 입니다만, 그렇게 따져보면 모험을 그만 둘 때까지 1년에 못해야 한번, 많으면 두번의 모험을 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스3 ~ 이스로부터의 방랑자 는 아돌의 3대 모험(이스~잃어버린 고대왕국, 셀세타의 수해, 알타고의 오대룡)에 끼지도 못하고, 그것은 이스 6도 마찬가지. ...생각해보면 참 굉장한 동네입니다. 에스테리아. 6개월~1년에 한번씩 저런 굵직굵직한 사태가 터지고. 생각해보면 저런 마왕급 악역들이 세계를 위협하기 전에 싹을 자른 아돌이 대단한걸까요? 아직 지방중소규모 악역일때 정리해버렸으니 말입니다.

by 제절초 | 2006/08/12 01:57 | Boy`s Lov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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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京極堂 : Zero 60th at 2008/05/15 12:04

... 다. P.S. 다시 책을 찾아본 결과 Zero 의 탄생은 1985년이다. 그렇게 치면 18년간 60권의 회지를 발매한 셈. ...계간지냐!?P.S. 첫 Zero 동호회 관련 포스팅은 여기. 사실 이게 두번째 포스팅이다.(..) ... more

Commented by 오거 at 2006/09/16 22:11
회지가 얇아지고 개인지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 데는 코믹월드의 출연이란것도 한 몫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만화행사에 참가하는 건 특별한(!), 적어도 만화 동아리에 든 사람정도는 된어야한다는 그런 인식이 있었거든요;
주위를 둘러봐도, 다들 무리지어 활동하고 있었고(...)
만화행사의 정보란 것도 다 이런 동아리들 사이에서만 주고받아져서, 일단 동아리에 들어가는게 입문의 첫걸음이었어요.
그런데 코믹월드가 행사참가에 필요한 것은 참가비와 참가신청서뿐이라는 간결한 공식을 내놓았고 구경온 사람=참가자 라는 결과를 낳았죠.
물론 이 때 많은 관람객(이후 참가자로 변하는)의 연령대가 비교적 낮았다는 점에서 세대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09/16 22:15
오거//네에. 그리고 '꼭 판매전에서 회지를 팔 필요는 없다'고 하는 묘한 공식도 만들었죠. 그런게 좀 싫었어요. '최소한의 자격 정도는 갖추고 나오란 말야!' 라고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그 덕분에 제법 좋은 센스의 작품이 나오기도 하는거겠지만... 아쉽기도 해요. 아카와 코믹이 공존했으면 좋겠는데 최근의 코믹은 아카죽이기 노선을 타는 듯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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