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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양자인간이론 And She Said,

"'그러니까, 결국은 같은 것 아닐까?'
 
 무심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던 그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뭐가?'

 '겟타로보.'


 그는 탐미적인 길고 흰 손가락으로 모니터 속에서 어지러이 분리합체를 하는 겟타로보를 가리켰다.

 '그리고 너.'

 그러면서 그 손가락은 천천히 내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저거랑 내가 왜? 난 김창남도 아닌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고, 이거 말야.'

 그렇게 말하며 그는 플레이어의 진행 바를 조금 앞으로 당겼다. 겟타로보가 분열해서 눈 앞의 장애물을 솜씨좋게 피해나가는 모습이 지나갔다.

 '네가 벽을 통과하는 것도 이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거지.'

 나는 웃으면서 손을 뻗어 손 끝을 그의 등에 대고 쑤욱 밀어넣었다. 내 손은 별 저항없이 그의 몸 속으로 들어가 금새 그의 가슴쪽으로 나왔다. 그에게 걸쳐 있는 팔 부분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은 감각이었다.

 '이런 것 말야?'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거둬들였다.

 '어떤 부분이 같은데?'

 '음......'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를테면 너의 몸이 어딘가에 부딪칠 때 순간적으로 소립자상태로 분해되는 건 아닐까 해서.'

 나는 내 손을 보았다. 평범한 여자의 손이다. 약간 거칠고 조금 통통한.

 '소립자 상태가 된 너의 몸은 가로막은 물체의 분자들 사이를 통과하는 거야. 실제로 분자와 분자 사이의 거리가 0인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소립자가 된 너의 몸을 기준으로 보면 벽이든 사람 몸이든 그 사이를 통과하는 건 달리기 선수가 양팔간격으로 늘어선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것 처럼 쉽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깍지 끼듯 잡았다. 내 손보다 조금 검고 단단한 남자의 손. 갑자기 장난끼가 든 나는 그의 손에서 내 손을 통과시키듯 배내어 그의 손등에 내 손을 겹쳤다.

 '그래, 이렇게. 그런데 넌 벽을 통과할 때 생각하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어?'

 생각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 질문을 받자 문득 의아해졌다.

 '잘 모르겠는걸.'

 '네가 소립자가 되는 순간 네 모든 감각기관은 기능을 잃을거야. 당연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그렇게 되어야 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여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잠깐만, 한 번 해 보고 올게.'

 호기심이 일었다. 서둘러 몸을 일으켜 방 벽에 머리를 들이 밀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머리를 빼내어 그를 돌아보았다.

 '어때, 뭔가 느껴져?'

 아까 그가 있던 자리에 그는 없었고, 목소리를 엉둥하게 내 방 문쪽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손에 과자봉지를 들고 과자를 씹고 있는 그가 보였다.

 '아무래도 감각이 없어지니 사고력도, 시간 개념도 없어지는 모양인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네가 그 벽에 머리를 집어 넣은 지 두 시간 이십칠 분이 지났거든.'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잠시 머리를 넣었다 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정말 그 부분의 기억이 싹둑 잘려나간 것 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밥 좀 해주면 안될까?'

 그는 애교스럽게 윙크를 했다. 돌이켜보니 오늘 그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고 초대한 것이었다는 약속이 기억났다. 나는 미안함에 쓴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그의 옆을 지나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이것 저것 음식들을 꺼내며 준비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될 수 있다면, 무료함에 죽어버릴 것 같은 때 이 재주는 꽤나 유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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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카오리군 2009/10/25 20:07 # 답글

    약속시간이 두시간 뒤니까 잠시 시간이나 죽일까 하고 벽에 머리를 들이박고 있다가 4시간이 지나서 약속을 대차게 펑크내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건 내가 문제인걸까.(...)
  • 제절초 2009/10/26 09:43 #

    아냐. 나라도 그런 생각을 할 것 같다.
  • 잠본이 2009/10/26 22:17 # 답글

    저녁준비를 하다가 씽크대에 머리를 박고 명상에 잠긴채 있다보니 다음날 아침(...아악)
  • 제절초 2009/10/26 22:34 #

    다음날 아침만으로 끝나면 다행일듯요.(...)
  • 불련 2009/11/01 22:46 # 답글

    으핫; 마치 피곤해서 쓰러져서 나도모르게 잠들었고 잠시 눈감았다 뜬 느낌인데
    시간은 이미 다음날 아침... 이런 느낌일라나요?

    겟타화된 여성이라... 나중엔 겟타빔도 쏠기세[어이;]
  • 제절초 2009/11/02 14:15 #

    네. 의식이 끊어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기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몸이 소립자화하는거니 입자가속기에 들어가면 나홀로 우주여행도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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