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파를 색출하는 민족문화연구원들의 모습(?)
'친일인명사전 발간'
...농담이고.
아무튼 어제 친일인명사전이 발행되었다.
각계 각층 인사들의 친일행적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있는 이 책 덕분에 오늘도 조선일보는 마지막 장이 뜨겁다.(웃음)
뭐 그렇긴 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
말당... 아니 미당 서정주 역시 마찬가지다.
김동인과 장면도 포함되어서 조금 놀라긴 했는데... 아마 실제로 책을 보면 더 놀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런 책, 혹은 이런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흔히 두 가지다.
'그 당시에 그 정도 친일 안 하고 산 사람이 어디 있느냐'(사실은 많지만)
'친일을 하다니 이 더러운 민족 반역 Blah Blah...'(과연 민족 반역이라는 수식어까지 써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워낙 전자의 코멘트를 어려서부터 들어온 터라 이런 경우에는
'아 그래 친일을 한 건 한거로 인정하면 안되나요...'
라는 조금 수줍은(...)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내가 '한 사람의 재능이 그 사람의 도덕적/정치적 성향에 도맷금으로 평가되어서는 안된다' 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조차 신념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전적으로 은하영웅전설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뭐 서정주든 최승희든 안익태든 예술가로서의 그들을 생각하면 '아 뭐 그러시겠지요...' 라면서 '그래도 그들은 훌륭한 문장가요, 무용수요, 음악가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박정희의 경우에는 좀 더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 시대에 누가 정치를 했어도 그 정도는 했을 것이다.
혹은 그 시대에 그 정도도 못하는 게 병신이다.
라고 폄하되는 한편, 구국의 영웅이니 위대한 민족 지도자니 하는 찬양의 말도 들려오니까다.
나는 저 양쪽의 팩트를 전부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부정해서는 안된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어느쪽이든 간에 사실일테니까.
뭐, 어쨌든간에 꽤나 치명적인, 그리고 커다란 폭탄이 하나 터졌다.
아마 이것 때문에 저 사람들을 재조명하자는 말도 나올 것이다.
(이미 일백번 고쳐 조명된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인정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그들이 남겨놓은 유산 아래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경우 놀랍고, 대단한 것들이며 찬사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저 책이 나온 것은 잘 된 일이며, 옳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저 책이 하나의 잣대로 쓰인다는 것에는 조금 거부감을 갖고 있다.
저 책이 나온 것은
'이렇게 살다 간 사람도 있다. 과연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
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이지
'그들은 전부 그르다.'
라고 주홍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아닐테니까.
p.s. 아직 나는 저 책을 읽지 않았다. 저 책을 조만간 사서 보고 나면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의 관점은 이렇다.


덧글
LaJune 2009/11/09 13:06 # 답글
저 시대에 저 정도도 안 하고 산 사람이 있으랴.... 쪽도 수긍은 합니다만 밝힐건 밝혀야 한다는 것이 기본일텐데 그것마저 못하게 해 온 해방후 우리나라 어느어느 세력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부류들이 참 어이없을따름이지요. -_-;;;
제절초 2009/11/10 08:44 #
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사전 발간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Shirou君 2009/11/17 20:40 # 답글
몇일동안 깊은 잠수를 탄지라 사전이 나온지도 모르고 있었는데,꽤 말들이 많았군요.[음]
포스팅 말미에 나온 '옳고 그름을 가르기 위한 잣대' 를 위한 사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
저도 동의합니다.
제절초 2009/11/18 09:21 #
네. 아 그러고보니 주문하는거 깜박 잊고 있었네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