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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스트 My Favorites

...(전략) 그녀는 등뒤로 무언가를 들고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페트로니우스 앞에 섰다. 그녀는 그의 발 앞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녹색 체크 무늬 카누 신발 한 켤레였다.

"왜 이것을 가져갔죠?"

"지금처럼 깜짝 놀랄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그녀는 웃었고 맞은편 목조 침대 위에 앉아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조만간 오리란 것을 알았지. 그래서 난 네가 올 때까지 기념품으로 그것을 간직한거야. 난 페티시스트적인 데가 조금 있거든."

(후략)


'이갈리아의 딸들'의 한 장면이다.

'난 페티시스트적인 데가 조금 있거든.'

소설을 보면서 짜릿한 기분을 느꼈던 적은 별로 없는데, 그로 메이도터라는 소녀의 저 대사는 그렇게 짜릿하더라.

페티시즘=물신숭배 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가?

원래 좀처럼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보니 사람들은 위험하게 생각하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별것 아니다. 사실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감정인 것이다.

당신이 남자라고 가정하고, 당신은 한 소녀를 좋아한다. 그런데 그녀가 어느날 당신을 스쳐 지나가면서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한 장 떨어뜨렸다. 당신은 얼른 그것을 주웠지만, 소녀는 휭하니 지나가버려 말을 걸기도 어색한 상황이다.

자, 여기서부터.

당신은 그녀를 좋아하는 당신의 마음을,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손수건에 투영하게 되지 않는가?

이제 그 손수건은 길에서 천원 주고 사는 그런 손수건이 아니라 '그녀의 손수건'이라는 유니크 아이템 화 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 손수건 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여 당신은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게 된다. 언젠가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이벤트 아이템으로서의 가능성마저 부여한 채.

페티시즘, 별거 아니다.

저런게 다 페티시즘에 들어가는거다.

그로 메이도터가 좋아하는 페트로니우스의 신발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처럼.

무대가 이갈리아이고, 그녀가 그로 메이도터이기 때문에 그 신발을 가지고 무슨 일을 했을지는 차마 짐작도 가지 않지만.(아마 신발에 키스정도는 너끈히 하고도 남았으리라. 페트로니우스의 예쁜 발을 상상하며 말이지. 혀로 무흣한 페팅을 즐겼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그로 메이도터의 저 대사가 참으로 짜릿하게 느껴졌다는거고,

페티시즘은 그냥 일반적인 감정이라는거고.

물론, 지나치면 그것도 변태다.

뭐든 지나치면 변태가 된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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