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14일
And She Said, ~ Man Eater
"남자는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어.
'남자요? 같은 성별과의 연애 말입니까? 글쎄요...'
그리고는 표정이 변했지.
짜증난다는 듯이. 경멸이 담긴 입매와 말투로 말을 이었어.
'말하자면, 혐오하지요. 나와 같은 염색체에, 나와 같은 기능성을 가진 생식기의 소유자와 연애라니, 세상에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겁니다.'
거기까지 단숨에 말을 마친 남자는 담배를 꺼냈어. 한숨 쉬고 말을 잇겠다는 듯한 느낌이로. 담배를 꺼낸 남자는 입술로 담배 끝을 살짝 물고, 품에서 꺼낸 아름다운 상감이 들어간 라이터로 불을 붙였지. 남자긴 했지만 꽤나 우아하고 기품있게, 그리고 세련된 모습으로. 손가락 끝마디 하나의 움직임에도 멋이 배어있달까.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의 연기를 살짝 머금었다 내뱉으며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어.(여기서 중요한건 그때 남자의 볼은 담배를 너무 세게 빨아 볼이 홀쭉 들어가지도 않았고 훅 하고 단숨에 연기를 뱉는 천박함도 없었다는 거야.)
'그렇지만... 어널 섹스는 좋아합니다. 미칠 정도로요. 세상의 수많은 체위중 진짜 체위는 그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말을 마친 남자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어.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더욱 나를 두렵게 만들었지. 마치 뱀 같았으니까.
'특히 어널 섹스는 남자와 할 때가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한 자신에 찬 말투였지. 단호하고, 냉혹한.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어.
'섹스 자체는 여자와 하는게 좋아요.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생물이니까요. 다만, 어널 섹스는 예외입니다.'
어널 섹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입가가 살짝 움직인 남자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 테이블의 물컵을 들어 물을 한모금 마셨어. 세상에, 그 모습마저도 멋들어진거야! 꿀꺽 하고 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었어. 목을 축인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지.
'어째서 그런가 하면 말이죠, 가장 강력하게 정복감을 느낄 수 있는 체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정복감 말입니다. 상대를 꺾었다는 기분, 상대를 정복했다는 기분, 그 상대를 마음대로 유린한다는 쾌감, 정복당한 상대가 지금 내 아래서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현실감. 그런겁니다. 더군다나 남자의 본성은 헌터, 즉 사냥꾼이죠. 사냥꾼으로서 최고의 사냥감을 쓰러뜨리는 것 이상의 쾌감, 그것은 자신과 같은 사냥꾼을 또 다른 사냥감으로서 쓰러뜨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말을 계속하는 남자는 말이 계속될 수록 점점 들떠가고 있었어. 흥분한 듯 얼굴은 살짝 상기되었고 목소리는 점차 크고 빠르게 변해갔지. 입가의 미소는 점차 얼굴 전체에 번져 광기조차 어린듯한 웃음이 되어가고 있었어.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던거야.
'내 앞에 굴복한, 나와 동류인 사냥꾼에게 현실을 강요하는 것. 상대가 나를 숭고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상대를 압도하는 것. 사실 그것이 섹스 이상의 쾌감입니다. 그것을 경험하게 되면 여자와의 섹스는 때로 시시하고 허전해져요. 꺾어 부러뜨리는 그 청량감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때로 흔히들 말하는 강한 여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자와는 다르지요. 이 이중적인 쾌감은 오로지 남자. 그것도 뛰어난 사냥꾼인 남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겁니다.'
장황하고 자기만족에 가득찬, 그러나 어떤 힘조차 느껴지는 말이었어.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말야.
말을 이어가면서 흥분하고 고조되었던 남자가 점차 평온을 되찾으며 원래의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었지. 처음처럼 엷은 미소를 띤 채 물을 마시는 남자를 보며 나는 이 남자를 남성이 아닌, 인간이 아닌 또 다른 무엇으로 부르고 싶은 기분이 되었어. 뭐라고 할까, 그래 맨 이터(Man Eater). 바로 그거야."
.
.
.
지금도 기억난다. 2005년의 겨울, 예비군 훈련장의 눈을 치우며 쓰고 있던 글이었다.
Maneater라는 말에 이중적 의미를 부여하며 말이다.
덕분에 부대원들에게는 '변태'의 낙인이 찍히긴 했지만 이런걸 쓸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좋다.
난 이런 것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던거다.
'남자요? 같은 성별과의 연애 말입니까? 글쎄요...'
그리고는 표정이 변했지.
짜증난다는 듯이. 경멸이 담긴 입매와 말투로 말을 이었어.
'말하자면, 혐오하지요. 나와 같은 염색체에, 나와 같은 기능성을 가진 생식기의 소유자와 연애라니, 세상에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겁니다.'
거기까지 단숨에 말을 마친 남자는 담배를 꺼냈어. 한숨 쉬고 말을 잇겠다는 듯한 느낌이로. 담배를 꺼낸 남자는 입술로 담배 끝을 살짝 물고, 품에서 꺼낸 아름다운 상감이 들어간 라이터로 불을 붙였지. 남자긴 했지만 꽤나 우아하고 기품있게, 그리고 세련된 모습으로. 손가락 끝마디 하나의 움직임에도 멋이 배어있달까.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의 연기를 살짝 머금었다 내뱉으며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어.(여기서 중요한건 그때 남자의 볼은 담배를 너무 세게 빨아 볼이 홀쭉 들어가지도 않았고 훅 하고 단숨에 연기를 뱉는 천박함도 없었다는 거야.)
'그렇지만... 어널 섹스는 좋아합니다. 미칠 정도로요. 세상의 수많은 체위중 진짜 체위는 그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말을 마친 남자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어.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더욱 나를 두렵게 만들었지. 마치 뱀 같았으니까.
'특히 어널 섹스는 남자와 할 때가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확고한 자신에 찬 말투였지. 단호하고, 냉혹한.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어.
'섹스 자체는 여자와 하는게 좋아요.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생물이니까요. 다만, 어널 섹스는 예외입니다.'
어널 섹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입가가 살짝 움직인 남자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고 테이블의 물컵을 들어 물을 한모금 마셨어. 세상에, 그 모습마저도 멋들어진거야! 꿀꺽 하고 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었어. 목을 축인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지.
'어째서 그런가 하면 말이죠, 가장 강력하게 정복감을 느낄 수 있는 체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정복감 말입니다. 상대를 꺾었다는 기분, 상대를 정복했다는 기분, 그 상대를 마음대로 유린한다는 쾌감, 정복당한 상대가 지금 내 아래서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현실감. 그런겁니다. 더군다나 남자의 본성은 헌터, 즉 사냥꾼이죠. 사냥꾼으로서 최고의 사냥감을 쓰러뜨리는 것 이상의 쾌감, 그것은 자신과 같은 사냥꾼을 또 다른 사냥감으로서 쓰러뜨리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말을 계속하는 남자는 말이 계속될 수록 점점 들떠가고 있었어. 흥분한 듯 얼굴은 살짝 상기되었고 목소리는 점차 크고 빠르게 변해갔지. 입가의 미소는 점차 얼굴 전체에 번져 광기조차 어린듯한 웃음이 되어가고 있었어.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던거야.
'내 앞에 굴복한, 나와 동류인 사냥꾼에게 현실을 강요하는 것. 상대가 나를 숭고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상대를 압도하는 것. 사실 그것이 섹스 이상의 쾌감입니다. 그것을 경험하게 되면 여자와의 섹스는 때로 시시하고 허전해져요. 꺾어 부러뜨리는 그 청량감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때로 흔히들 말하는 강한 여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남자와는 다르지요. 이 이중적인 쾌감은 오로지 남자. 그것도 뛰어난 사냥꾼인 남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겁니다.'
장황하고 자기만족에 가득찬, 그러나 어떤 힘조차 느껴지는 말이었어.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말야.
말을 이어가면서 흥분하고 고조되었던 남자가 점차 평온을 되찾으며 원래의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었지. 처음처럼 엷은 미소를 띤 채 물을 마시는 남자를 보며 나는 이 남자를 남성이 아닌, 인간이 아닌 또 다른 무엇으로 부르고 싶은 기분이 되었어. 뭐라고 할까, 그래 맨 이터(Man Eater).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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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난다. 2005년의 겨울, 예비군 훈련장의 눈을 치우며 쓰고 있던 글이었다.
Maneater라는 말에 이중적 의미를 부여하며 말이다.
덕분에 부대원들에게는 '변태'의 낙인이 찍히긴 했지만 이런걸 쓸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좋다.
난 이런 것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던거다.
# by | 2006/09/14 22:46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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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닭// 후훗^-^ 무서워 해준다니. 기쁜걸.
사병들을 보면서 저런걸 쓰는 모습은 나름 로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