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어제 너무 달려서 포스팅을 세개나 하는 폭주를 저질렀기 때문에 조금 자제했다.
이 만화를 산건 한달도 더 전이지만, 실은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산건데,
만화는 그냥 그래보여서.
약간 지루해보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다 문득,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보다 보다 볼게 없어 이 만화를 다시 꺼내 보았다.
이럴수가.
너무 재미있다.
과연 표지는 날 배반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만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취향인가.
너무너무 좋아져버렸다.
그런데, 이미 포스팅을 세개나 해 버린 상황.
참았다.
하루에 네개나 올리는건 너무 하이페이스다.
그래서, 오늘 올리게 된 포스팅의 소재.
딸기가 좋아.
딸기가 좋은지 포도가 좋은지는 사실 별로 알 바는 아니지만, 재미있다.
표지에 서 있는 두 녀석이 주인공인 아케미(키 작은 단발)와 치히로(짧은머리 장신).
둘의 이름이 여자이름인건 작가의 악취미란다.
(실은 내 악취미이기도 하다. 남자애한테는 여자이름, 여자애한테는 남자이름.)
이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면서 소꿉친구.
여기서부터 벌써 걸게임의 정석공식을 따라간다.
그렇다. 히로인은 소꿉친구가 아니면 안되는 것.(...)
하나도 예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허우대 멀쩡한 청년인 치히로가
알게 모르게 구렁이 담넘어가듯 아케미한테 대쉬하는데, 이것이 또 재미있다.
사춘기 청소년의 성 정체성 고민이랄까.(...)
결국 자신이 치히로를 좋아한다는데 동의하긴 하는데, 이런 미적지근하면서도 수온이 1도 2도씩 왔다 갔다 하는 듯 한 미묘한 관계가 너무 귀엽다.
거기다 중요한게,
둘 다 바보다.

아케미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닫는 부분이다.
매우 중요하다.(응?)
저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는 만화의 재미를 위해서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바보같은 장면인건 확실하다.
저 둘은 바보다.
이 만화의 재미있는 점이라면, 아케미는 자신이 치히로를 좋아한다는걸 인정하면서도 여자애들에게 인기 없는 자신을 매우 불만스러워 한다는 것.
즉, 이건 그냥 보통 고등학생이 나오는 학원물 만화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여자애들한테 잘보일까 머리도 바꿔보는 등 외모도 신경 쓰고, 자길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조금 실수했다가 온 여자애들의 공격을 받고, 그러는 와중에도 치히로가 여자애들한테 인기있는거 보고 충격도 받고.
덤으로 욕구불만에 의한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정작 애인한테는 말도 못하겠고... 해서 나중에 울기까지 하는 아케미.
...완전 귀엽다.(츄릅)
이렇게까지 귀여워주면 반칙이잖냐.
그럼 아케미만 귀엽냐.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아아아!!!
치히로도 귀엽다.
어떤 부분이 귀엽냐면, 만화 시작해서 끝까지 아케미를 안기만 한다.
잘 때도 늘 한 이불안에서 자면서 손가락 한번 대는걸 못봤다.
늘 애가 타는건 아케미다.
정작 먼저 고백한 치히로는 느긋하니 잠만 자고, 아케미의 어깨 위로 팔을 둘러 안기만 해도 그저 좋다.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
정말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와중에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다 혼자 센티멘털해져서 슬픈 꿈도 꾸고 눈물도 흘린다.
진짜.
진짜.
완전 귀엽다.
이 둘의 바보스런 사랑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둘이라면 계속 지켜봐주고 싶다.
'우리는 아마, 평생 이럴 것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니까 괜찮아.'
바보스런 해프닝 뒤에 이런 생각을 하는 아케미처럼 말이다.
그래.
좋아하니까.
괜찮아.
좀 바보라도.

표지 그림의 확대. 쿨한 아케미와 울상짓는 치히로.
실은 치히로의 저 얼굴에 꽂혀서 샀다.


덧글
위대하신몸 2006/09/17 14:11 # 답글
아! 이 만화 기억나요^^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분명 저도 좋아했었어요-하하
제절초 2006/09/17 14:29 # 답글
위대// 그러니^^? 웅-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해 나도. 저 둘, 너무 귀여워^^
아르젠틴 2006/09/17 15:16 # 답글
와 ㅇwㅇ;이런 생각지도 못한 보물이!
매번 한꺼번에 꽤 많은 책을 사곤 해서 이런 저런게 종종 빠지기도 하고 빼기도 합니다만. 이건 분명히 못 봤던책;;
재미있을 거 같아요오 >ㅁ< 목록에 넣자. 이히힛;
제절초 2006/09/17 17:05 # 답글
아르젠틴//아하하^^ 보물이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치만 아르젠틴님 취향에 안 맞으면 또 어떡하나요^^;
도원 2006/09/17 18:36 # 삭제 답글
'딸기가 좋아'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곳저곳 찾아다니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아! 너무 좋아요 ;ㅁ;!! 바보커플! 나사빠진 저 매력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좋아요!! .. 저 남의 블로그에 와서 너무 텐션 올리는군요 ;_; 하지만 반가워서.. 앞으로도 자주 찾아뵐게요!
제절초 2006/09/17 18:46 # 답글
도원//왓;; 저 말고도 이 만화에 꽂힌분이 또 계셨었군요^^ 반갑습니다- 역시 같은 취향으로 불타는 동료가 있다는건 기분좋은 일이죠^^ 바보커플 만세입니다요-
세닐리아 2006/09/17 20:08 # 답글
아, 왠지 재밌을것같네요.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심심하면 사봐야겠어요~
제절초 2006/09/17 20:09 # 답글
세닐리아//재미있어요^^ 둘의 바보짓을 보는것 만으로도 즐겁고, 치히로의 느긋함에 마음 따뜻해집니다.
나인볼 2006/09/17 21:49 # 답글
너무 불타고 있어 너.. ㄱ-
제절초 2006/09/17 22:29 # 답글
나인볼//아니 근데 오랜만에 졸랭 취향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