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06일
시집 오지 않을래?

모두들 즐거운 한가위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늘도 포스팅.
오늘의 포스팅은 '하지 않겠는가...아니 시집오지 않을래?' 다.
그렇지만 원래 제목이 '妻に来ないか'인 탓에 자꾸만...

로 보이는 것을 날더러 어찌하란 말인가.(...보이는 네가 더 문제)
아무튼 표지도 그렇고 제목부터 상당한 포스를 풍기는 작품이었기에 신들린듯 질러버린 책이다.
내용은 '누군가의 새색시가 되고 싶어 病'에 걸린 한 남자가 듣는데서 무심코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한마디 잘못 했다가 불법주거 침입에 사생활침해를 허용하고, 결국은 코가 꿰여 결혼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조금은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다.)
여러분은 기억하고 있는가?
에어리어 88에서 카자마 신이 술에 취해 싸인한번 잘못했다가 인생 요지경 되는 장면을.
마찬가지다.
술에 취해 잘못 한마디 했다가 웬 장승도깨비 같은 남자가 불쑥 집에 쳐들어와서는
'제가 오늘부터 당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라고 선언을 하질 않나, 집안일을 해주질 않나, 밤에는 덮치기까지 하지 않나...(난 여자가 공인 쪽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새색시' 하면 어쩐지 '수'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그렇지만 이 남자는 여자도 아닌 주제에 일단 공이다. ...그런게 어디있냐!)
...충분히 인생요지경이다.
물론 이 남자가 요행히 잘생겼고, 요행히 요리도 잘 하고, 요행히 집안일도 잘 하고, 요행히 봉사정신 투철한데다, 요행히 직장 상사고, 요행히 돈도 잘 벌고, 요행히 기업 후계자라 복이 터지긴 했지만,
요행이 아니면 어쩔뻔 했나!
(솔직히 저거 절반만 만족하는 사람이 내 아내가 되겠다고 와도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 판이긴 하지만...)
거기다 등빨 좋은 두 남자가 섹스하는 장면이라니.
'당신과 나는 같은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 떠오르며 잠시 아찔해지기도 했었다.(...아는 사람은 아는 모 만화의 명대사. 난 저 대사를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주인공도 저 비슷한 이유를 대며 거절하긴 하는데,
'앞으로의 아내는 밤일에서도 남편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면서 덮쳐버린다.
...뭔가 리드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지 않냐 너...?
그러더니 회장을 할아버지, 사장을 아버지로 둔 이 남자는 지사장이 되어 주인공을 자신의 비서로 만들어버린다.
마치 내가 교사가 되어 학교에 취직했는데 이사장을 할아버지, 교장을 아버지로 둔 남자가 교무주임이 돼서는 내 색시가 되겠다고 덤비는거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인생에 이런 복도 없긴 한데, 이런 복이 덤벼들면 일단 매우 고민하게 될거라는 것도 문제긴 하다. 나한테 이런 복이 덤비면 일단 태국 가서 수술 하고 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만화다 보니 정말 '막 나가는' 연출도 서슴치 않는데,
장신에 체격 좋은 남자가 하트모양 에이프런만 걸친 채로
'식사하실래요? 목욕하실래요? 아니면 나?'
라고 물어보는 장면에서는 어지간한 나도

놀라버렸다. 아니, 조금 민망했다.
...뭐 결국 그렇게 어영부영하다 주인공은 헤테로에서 호모로 조교되어 '신랑모드'로 변해버린 뒤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끝나긴 하는데...
뭔가 그 과정이 좀 시끄럽긴 해도 주인공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아니 마치 뇌가 바뀐것 처럼 호모가 되는 것이 참... 거시기 하다.
(역시 몇번 당하고 나더니 생각이 바뀐걸까...)
아무튼, 이 만화의 재미는 본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참 좋다.
마지막의 부록만화가 사실은 최고의 재미.
내가 좋아하는 시추에이션인,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것이 섞여들어왔지만 단 한사람을 제외하면 모두들 아무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편입시켜주는'
전개의 부록만화인 것이다.
저 '한 사람'의 시점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재미랄까.
아사리 요시토 씨의 만화가 대개 그런 시추에이션이라 참 좋아하는데, 역시 '한 사람 찍어놓고 바보 만들기'는 보는 입장에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만화.
...시집오지 않겠는가.(...)
P.S. 문득 떠올라서 급 붙여넣는 것. 주인공이 여자였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왜 여자들도 자주 이야기 하지 않는가. '난 남편이 아니라 부인이 필요해~~~' 라고.(보통 저때의 '부인'은 '가정부'의 다른 말인 경우가 많지만.) 술자리에서 '난 지금 상태로는 남편이 아니라 부인이 필요한 것 같아' 라고 한숨을 푹 쉬는 주인공의 집에 불쑥 찾아오는 남자. 그리고 당당히 선언, '당신의 색시가 되겠습니다!' ...매니악한것 같긴 해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당신의 서방이 되겠습니다!' 라고 선언하는 여자도 재미있을 것 같다.(...)
# by | 2006/10/06 17:31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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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완벽한 조건의 남자는 왜 꼭 남자에게 갈까요..(뭔;;)ㅋ
한 사람 찍어놓고 바보 만들기는 정말 재밌죠. 만화에서 뿐만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아하하하하(추석 잘 보내고 계십니까?)
....남자에게 있어선 라이벌 두명의 제거라는 즐거운 이유요, 여자 입장에선 보고 즐기기에 심히 흡족하다...라는것이 이유임.(...)
그런 맥락일지도;;;;(현실에서는 참 가슴아픈 일이죠;)
제절초님 이글루에 좋은 정보가 많은 듯 하니 정보 공유를 위해 링크군을 모셔가도록 하겠습니다.^^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런 책이라면야~ 와하핫.
(나도나도)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세용 'ㅅ'?
시드군// ..아하하; 링크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아르젠틴// 우왓;;; 어느새;; 음음. 굳이 사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긴 한데 말입니다. 아르젠틴님은 즐거운 한가위 되고 계신지요^^
확실히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어도 즐거운 러브코미디가 될 것 같아요+_+
덧, 미국시트콤 '프렌즈'에 보니까 남자주인공 하나가 '수준이 높아보인다'는 이유로 '게이같아!!!'라는 결과를 얻더라구요.대체 무슨 연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