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시인의 피

 



예전에 한 동인지가 있었다.

동아리의 이름이기도 한 그것은 시인의 피 라 했다.

그 동인지는 회장의 어디에 있든 시선을 끌었다.

오히려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늘어졌다면 늘어진 부스의 분위기 때문에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시인의 피에 존재감을 부여한 것은 그림이었다.

어딘지 무게가 있고,

보는 순간 첩혈쌍웅, 천장지구 같은 네 글자 한자말이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당시의 대세였던 탐미와 퇴폐에도 휩쓸리지 않고,

그 어떤 조류에도 흔들리거나 물들지 않고,

시인의 피는 한결같은 존재감이 있었다.

무겁고 무거운 느와르noir,

그것이 시인의 피 였다.

AIDS님과 GUY님의 그림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무겁고 아슬아슬한 동인지, 시인의 피.

한때 만화 판매전이기도 했던 게토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들을 보았다.

1년에 한권정도의 페이스로 나오는 동인지였지만,

저 AIDS님과 GUY님, 그리고 Zombie님.

그 세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는 책을 샀다.

아마 언제 보더라도 나는 책을 사겠지.

언제, 어느 때에 어디서 부스를 가지고 책을 내더라도

한결같은 존재감으로 나를 불러 책을 사게 만들테니까.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고 있을테니까

나는 언제라도 시인의 피를 찾을 수 있어.

그 검고도 어두운 그림자에 매료된다면,

'아아, 그림이 좋아서 책을 산다는건 이런거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어.

만나지 못하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면 아마 나는 반드시 후회했겠지.

지금도 어쩐지 그것이 꽂혀있는 부분만이 더 무거워보이는

기묘한 동인지

시인의 피

by 제절초 | 2006/10/09 08:46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fearghoul.egloos.com/tb/4214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마담유루 at 2006/10/09 14:41
오~ 저런 사실적인 그림체를 보면 영화를 보는 것 같애요.(개인적으론 그래도 만화체가 더 좋지만^ㅂ^)분위기가 좋네요.
Commented by 나인볼 at 2006/10/09 15:16
오오, 왠지 질이 높아보이누만. + _+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0/09 16:28
유루// 아아, 그렇죠. 저분 그림은 먹을 많이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참 좋아요.
나인볼// 에이즈님이랑 가이님, 좀비님은 그림만 보고 산다니까.(웃음)
Commented by 파닭 at 2006/10/09 20:00
제 경우엔 환타님. 두꺼운 선의 그림과 장난스러움이 참 좋달까요.진지할 땐 참 진지하시고. 오빠가 동인지 얘기하실때마다 참 부러워져요. 하아... 왜 아카가 한창 열릴 때엔 회지를 안 샀을까OTL
'예전에 한 회지가 있었다'가 참 슬프네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0/09 20:45
파닭// 환타라.. 누군지 모르겠네 ㅇㅅㅇ 나중에 보여줄래^^? 우후훗. 오늘 날씨가 구름이 많아서 조금 우울했걸랑. 그래서 저런 느낌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6/10/09 21:14
제절초님은 정말로 많은 종류의 동인지를 가지고 계신 거 같아요.
여러 동인의 모습을 봐 오신 것 같아 부러운 오늘~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0/10 08:35
아르젠틴// 고교 3년간 신명나게 동인지를 사 모은 결과죠(웃음).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