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09일
시인의 피

예전에 한 동인지가 있었다.
동아리의 이름이기도 한 그것은 시인의 피 라 했다.
그 동인지는 회장의 어디에 있든 시선을 끌었다.
오히려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늘어졌다면 늘어진 부스의 분위기 때문에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무엇보다 시인의 피에 존재감을 부여한 것은 그림이었다.
어딘지 무게가 있고,
보는 순간 첩혈쌍웅, 천장지구 같은 네 글자 한자말이 생각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당시의 대세였던 탐미와 퇴폐에도 휩쓸리지 않고,
그 어떤 조류에도 흔들리거나 물들지 않고,
시인의 피는 한결같은 존재감이 있었다.
무겁고 무거운 느와르noir,
그것이 시인의 피 였다.
AIDS님과 GUY님의 그림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무겁고 아슬아슬한 동인지, 시인의 피.
한때 만화 판매전이기도 했던 게토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들을 보았다.
1년에 한권정도의 페이스로 나오는 동인지였지만,
저 AIDS님과 GUY님, 그리고 Zombie님.
그 세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는 책을 샀다.
아마 언제 보더라도 나는 책을 사겠지.
언제, 어느 때에 어디서 부스를 가지고 책을 내더라도
한결같은 존재감으로 나를 불러 책을 사게 만들테니까.
시간이 얼마가 지나더라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고 있을테니까
나는 언제라도 시인의 피를 찾을 수 있어.
그 검고도 어두운 그림자에 매료된다면,
'아아, 그림이 좋아서 책을 산다는건 이런거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어.
만나지 못하고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면 아마 나는 반드시 후회했겠지.
지금도 어쩐지 그것이 꽂혀있는 부분만이 더 무거워보이는
기묘한 동인지
시인의 피
# by | 2006/10/09 08:46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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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볼// 에이즈님이랑 가이님, 좀비님은 그림만 보고 산다니까.(웃음)
'예전에 한 회지가 있었다'가 참 슬프네요...
여러 동인의 모습을 봐 오신 것 같아 부러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