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0일
아가페이즈

오늘의 포스팅은 야마다 레이지의 BL야구만화 '아가페이즈' 다.
원래 아가페이즈의 포스팅은 몇주 전에 올라와야 했으나,
열심히 장문의 포스팅을 하던 도중, 익플 에러로 글이 몽땅 날아가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1분쯤 전에 위와 같은 문장을 작성하다가 다시 한번 익플 에러로 글이 날아가는 아픔을 맛봤다.
...어쩐지 저주받은 포스팅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들지만서도,
그래도 나는 몇주만에 재기했다.
아가페이즈의 포스팅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 한다. 수수께끼의 야구만화, 아가페이즈를.
아가페이즈는 야구만화다.
아가페이즈는 게이가 주인공인 BL만화다.
아가페이즈는 풍수를 소재로 한 풍수만화다.
...셋 다 맞는 말이다.
아가페이즈는 주인공인 게이가 풍수의 힘을 빌려 야구를 하는 만화니까.
그 짝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끝나기는 하지만, 세상은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다.
아니, 적어도 만화 속에서 만큼은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중요한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만화 속에서만큼은 과정이 중요한게 좋다.)
주인공 미즈키 유리는 Born to be Gay 다. 이른바 모태게이(...).
비슷한 캐릭터로 Natural born Gay 라고 하는 스가 쥰야가 있긴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자.
(...그러고보니 둘 다 구기종목이 중심인 만화다...)
자, 우리의 80~90년대를 생각해보자. 특히 80년대.
게이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가혹했는가.
유리는 그 속에서 자신이 정신병자인지 아닌지 고뇌하는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미즈키 유리 16세.
잘 나가는 비주얼 록 밴드의 보컬이 되어 있다.
그런 유리의 인생은 불량 여고생 집단 카르마 레인의 아메노 우즈메를 만나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거쳐 어린 시절에 만난 왕자님인, 야구소년 카네다 토라키의 꿈 '코시엔 출장'을 이루어주기 위해 수수께끼의 풍수집단 아가페이즈의 힘을 빌려 풍수투수 미즈키 유리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꼭 무협지 같은 기분도 든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미즈키 유리의 순애보.
근성과 노력이 믹스된 뜨겁고 눈물겨운 장절한 드라마.
솔직히 야구만화로서도 손색은 없다.
그렇지만, 미즈키 유리가 게이이기 때문에 난 추호의 죄책감도 없이 이 만화를 BL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렇게 까지 외곬수일 수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바보가 된다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겠는데 말이지.(웃음)
아무튼 무시무시한 풍수 마구를 익힌 유리였으나,
인생은 등가교환.
하나를 얻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유리는 코시엔에 가기 위해 자신의 음악을 버려야 했다.
일찌기 유리는 그렇게 말했다.
'난 게이이기 때문에 내 아이는 가질 수 없어. 내가 죽으면 그걸로 끝이야. 그렇지만, 노래는 남아.'
그런 유리가 음악을 포기했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 또한 포기했다는 것.
(그러면 그림을 남겨! 라고 하고 싶지만 유리에게 그림의 재주는 없는 모양이다.)
그 정도로 토라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또 없다.
물론 어딘가의 거미요괴 씨는 저런 '희생'에 대해 지극히 비정한 입장을 취하기는 했지만, 중반정도까지의 토라키는 유리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으니 상관없다.(웃음)
아무튼 보는 사람은 감동받으니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 작가, 야마다 레이지는 그렇게 끝내지는 않는다.
'어둠의 끝에 다다르면 빛이 있다. 그것이 음양의 이치다.'
그렇다.
자신의 모든것을 포기하고 짧은 여름을 위해 인생을 바친 미즈키 유리에게는 보답이 돌아왔다.
자신과 함께 싸워준 친구들과 그들과 함께 코시엔에 출장하면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미즈키 유리는'코시엔에 가고 싶어' 라는 토라키의 말에 모든 것을 버리고 야구에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유리와 재회한 토라키는 유리에게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라고 말한다.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최애(最愛)의 토라키에게 들은 그 한마디가 기폭제가 된다.
유리는 다시 야구를 시작한다.
영원한 사랑이자 누구보다 믿음직한 포수 토라키의 미트에 꽂힌 공과 함께.
긴 밤은 지나갔다.
'소년, 너에게는 아침이 온다. 어둠속에서 끊임없이 싸워 온 날들은 결코 널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아가페는 다시 시작한다.
P.S. 그렇지만 내가 이 만화에서 특히 좋아하는건 아카이 나츠오-루 츄다-소라유키 다키니 의 삼각관계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다키니를 쫓는 두 남자.
'개구리처럼 해부 당하고, 추하게 발버둥 치더라도 이 세상이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줘.'
라고 말하는 다키니. 그런 다키니를 위해 두 남자는 달린다. 고시엔을 향해. 그러나 다키니는 죽는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준 두 남자를 앞에 두고. 다키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맥없이 다음 시합에 나서는 아카이 나츠오에게 루 츄다는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은 49일간은 그 자리에서 방황한다고 해. 다키니는 아직, 여기에 있어.'
그리고 그 시합에서 아카이 나츠오와 루 츄다는 깨닫게 된다.
'낙원은 이곳에 있다'
라고.
인도에는 다키니라고 하는 천녀가 있다고 한다. 방황하는 수도승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여신같은 천녀. 그리고, 하늘로 사라져 간(소라유키) 다키니는 방황하는 아카이 나츠오와 루 츄다를 깨달음으로 인도했던 것이다.
# by | 2006/10/10 10:03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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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읽으면 심오한 것 같은데... 아, 역시 심오한 세계야.
어떤걸까 싶어서 검색해봤더니 이미 절판. 어흑흑 ;ㅂ;..
카오리// ...풍림화산의 마구라... 굳이 말하면 오행의 마구이긴 한데 말이지;;
우발// 어차피 게이는 선천적인 것. 그놈이 그놈입니다.(웃음)
유루// 게이 야구만화가 맞으니까요^^
아르젠틴// 어억! 절판입니까. 그렇다면 동네 대여점이 폐업정리하기를 기다리셔서 쓱싹 하시는것도.(...) 최근 동네 대여점 두군데가 폐업정리 하는 바람에 총 4만여원을 질러버렸...
말 그대로
동성 이성을 떠난 아가페의 사랑이 모토로써 작품 전반을 궤통하는 잘 짜여진 만화.
난 솔직히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만화에서 포인트는 그림만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 작가야.
'이게 뭔 뻘소리냐'..
이 세상에서 제도권에서 성공한 야구만화중에 진짜 야구에 대한 만화는 하나도 없어.
진짜 중고서점쪽을 돌아봐얄텐데, 책 더 늘어나면 집에서 쫓겨날까 자제하고 있습니다아 어흑 orz
여간 정말 좋아해요 이 작품.
(한데 '부모세대의 잘못은 이 대에서 끊자' 라는 의지는 이 작가 세대의 공통점일까요. 오와리노나이러브송에서도 비슷한 멧세지가 나오는 것 같고...+_+;;;)
오거// ...유리가 좀 개그를 많이 하긴 하죠.=ㅂ= 에헷.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이삿짐을 더 늘리지 말라 라는 거지요 orz
이사가고 나서도 문제긴 하겠지만요 ㄱ-
혁명 한 번 해보려고 하다가 좌절 먹은 분들이라 그럴겁니다.
존 레논을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 자체가
'난 뼈속까지 아웃사이더, 세상은 다 엉망이야'라는...외침이기도
하고요.
내용은 포스팅에 나오는 만큼만 아득(..)하게 기억나고 아무튼 뭔가 재밌었다는 기억만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