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3일
ART

오늘의 아침 포스팅은 만화동호회 ART.
무려 1986년도에 창설되었다고 하는 이 동호회는 단순히 동아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여서 동호회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97년도에 아트의 29호 회지를 샀을 무렵에는 회원수가 30명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말하자면 거대동호회랄까.
당시의 ACA에는 저 정도 규모의 동호회는 없었다.
물론 회원 전부가 회지에 원고를 싣는 것도 아니고, 회지에 원고를 싣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긴 했지만 일단 머릿수가 많다는건 어느 단체에 있어서든 큰 힘이다.(그 인원의 통솔이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서만.)
그렇지만 의외로 회지의 질은 무난. 딱히 튀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지금에 와서 다른 회지와 비교해 보아도 그렇게 낫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 속에 ART라는 동호회가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이 되었던 것은 아마도 제 1회 부천 만화축제때의 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단순히 만화축제라는 이유만으로 가깝지만 먼 도시 부천까지 룰루랄라 출장을 나간 나였는데(실은 춘천에도 막 가고 그랬다.), 그때 거기서 부스를 냈었던 ART는 커다란 시련에 부딪혔었다.
아무도 디스플레이를 준비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준비해오지 않은건지, 준비해놓고 갖고 오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웃어 넘길만큼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당시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던 회원의 집은 부천 근처가 아닌듯 했으니까.
나는 옆에서 상당히 안쓰러운 기분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였다.
'지금이라도 만들자!'
그 말을 한 것은 머리가 반질반질해지려고 하는, 아무리 잘 봐줘도 서른은 된 듯한 아저씨였다.
(나는 그분을 봤을때도 꽤 놀랐다. ACA에 저런 분도 계셨구나! 하고.)
그러더니 주변에서 종이와 우드락을 쓱쓱쓱 모아서는 똑똑 자르고 착착 붙이고 샥샥 색칠하더니 금새 ART라는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내셨다.
그야말로 '자급자족'이라는 기분.
그 일을 주도하셨던 분이 예전 ACA회장님이다.(웃음)
그 당시에는 ART에 계셨었다. 늘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셨고, 사람좋게 웃었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 '아저씨' 였다.
아무튼 묘하게 궁상맞으면서도 야성적인(?) 디스플레이 탓인지, 그냥 출장한 동호회가 몇 없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다.
그것이 상당히 강한 인상으로 박혔었다.
또 하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최초로' ACA에서 디스플레이를 개인에게 판매했던 동호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99년도 이전이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 ART는 새빨간 종이 배경 위에 커다란 SD캐릭터를 예쁘게 그린 대형 디스플레이를 만들었었다.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예뻐보이던지, 몹시 탐이 났었다.
거기다가 당시의 디스플레이라고 하면 모두 '원화'!
아무리 아마추어 동호회라고는 해도 '인쇄'와 '원화'의 가치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같은 동아리 회원끼리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찜'을 해서 자신이 차지하는 풍습이 있었던 때였다.)
결국 판매전 종료를 15분정도 남기고 모두들 정리하느라 어수선 했던 때, 나는 회지 한권 값에 맞먹는 5천원을 투자해서 디스플레이를 받았다.
원화로 된 브로마이드를 한장 가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적어도 그때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게 되고 부끄러움도 느껴지긴 하지만, 그때는 행복했다.
그저 좋아하는 그림을 가진 기쁨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얼마 뒤 ART의 그 '아저씨'는 ACA의 회장님이 되셨다.
뭔가 만화 외적으로 많이 기억에 남는 동호회 ART.
지금도 살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오래된 동호회일수록 '이름만은'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틀이 남아있다면, 부족한 사람은 언제든 모을 수 있고 사람이 모인다면 '역사'를 이어나가는 일이 가능하니까.
언젠가 한국의 아마추어 만화계에서 '창설 20주년 특집' 같은 문장을 볼 수 있었으면 하고 꿈꾸고 있으니까.
# by | 2006/10/13 10:35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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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 뭔가 두근두근하네요[웃음]
현수막으로 프린트 한 거였는데, 굉장히 비쌌죠.
탐이 나긴 했었는데.. 돈이 너무 비싸서 ㄱ-
유루// ...저...저기 그건 좀(웃음). 아무리 20년이라도;;
타에// 그러니^^ 고마워-
아르젠틴// ...겁나는군요. 그걸 어떻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