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7일
And She Said, ~ The Manticore
"...이렇게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 그렇지만 꼭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 그랬어. 뭐냐 하면 말야...
듣고 싶어?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던 건 순수한 호기심이었어. 아니,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내 호기심은 까페의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그 남자에게만 방향하고 있었거든. 마치 게임에서 나와 관련한 임무를 갖고 있는 사람이 특별하게 표시되는 것 처럼. 그 때의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고,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라는 느낌도 들었던거야. 정말 이상하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땐 그랬어.
그 남잔 어땠느냐면 말야, 책을 보고 있었어. 가까이 다가간 나는 슬쩍 책의 내용을 보려고 했지만 내가 남자의 정면에 있었는데다가 그 남자가 책을 살짝 들어올린 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책의 표지도, 책의 내용도 볼 수 없었어. 그러니까... 그 있잖아. 책 표지는 책 자체가 만드는 그늘 속에 묻혀서 잘 안보이고, 내 시선과 책이 이루는 각이 거의 일치해버려서 책 윗쪽의 여백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그런 절묘한 각도로 책을 보고 있었다니까. 아무튼 나는 평소의 나라면 꿈도 못 꾸었을 그 정도의 대담함으로 무장하고 남자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
'저어...'
하고 말야. 조금은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을 수 있게. 그렇지만 남자는 꽤나 책에 집중하고 있었나봐. 조금 놀란듯이 고개를 들고는 퍼뜩 날 바라봤어. 그리고는 잠깐 내 얼굴을 살피듯이 바라보다가 꽤 온화한 얼굴로 미소지었지.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처음 대면하는 사람 사이에 당연히 존재하는 어색함이 지워질리 없잖아? 어떻게 대담성을 발휘하긴 했지만 그 뒤에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거든. 남자는 그런 나를 보면서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어. 그러더니 살짝 책을 덮고는 몸을 뒤로 가볍게 젖히면서 입을 열었어. 목소리는 꽤 좋더라. 너무 낮은 것도 아니고, 딱 좋은 정도의 바리톤?
'무슨 용무신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여기 앉으시겠어요? 저는 마침 조금 지루해지려는 참이기도 했으니까요.'
나는 마치 그 말에 홀린듯이 자리에 앉았어. 남자의 자리는 창가로, 하얀색 꽃무늬 커튼으로 적당히 햇빛이 가려져서 눈부시지 않아 좋았어. 그리고 볓이 잘 들어 따스한 때문인지 테이블의 유리도 그닥 차갑지 않았고 외려 따뜻할 정도였어.
처음 자리에 앉아 무슨 말을 시작할까 망설이던 나는 남자가 방금 덮은 책에 눈이 갔어. 남자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 책은 '환상마물도감'이라는 묘한 제목이 현란한 금박글씨로 인쇄되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징그러운 동물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지. 남자는 내 시선이 책을 향해 있는 것을 알아차린 듯이, 가만히 내 쪽으로 책을 돌려놓았어.(책을 잡은 남자의 손은 화가 날 정도로 하얗고 깨끗하고 매끈한데다 길고 섬세했어. 어떻게 그런 손을 남자에게 줄 수 있지?) 자세히 바라본 책은 조금 낡아있었지만 상태가 깨끗한 것이, 남자가 책을 아끼는 성격이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
'이건 3년 전 쯤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인데, 제법 재미도 있고 삽화도 괜찮아서 특별히 아끼고 있어요.'
문득 남자가 말했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과연'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 조금 우쭐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 어쩐지 자신이 식견이 있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말야. 들뜨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진 나는 더욱 대담하게도 먼저 말을 걸었어.
'괴물만 잔뜩 있는 책 같은데,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
악의를 갖고 들으면 충분히 공격적으로 들릴 것 같은 말이라서 속으로 아차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다행히 남자는 별 반응이 없었어. 오히려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내가 볼 수 있게끔 책을 펼치며 입을 열었지.
'괴물만 잔뜩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지요. 거기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요, 이런 개성 넘치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이디어도 나오고...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그러면서 그가 펼친 페이지에는 두 페이지에 걸쳐 무섭게 생긴 짐승이 그려져 있었어. 꼬리에는 뱀이 붙어 있고, 사자처럼 근육질의 몸통에 커다란 박쥐의 날개가 등에 돋아나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은 추악하게 생긴 늙은 남자의 얼굴이었지. 한쪽 귀퉁이에는 중세풍의 멋들어진 글씨로 뭔가가 쓰여 있었고, 괄호 안에 영어로 'Manticore'라고 덧붙여진 것이 보였어. 아마도 이 짐승의 이름인 듯도 했지. 그건 마치 성경의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짐승'이 저렇게 생겼을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무섭고 괴기스러운 생김새였어. 남자도 그런 내 기분을 알아챈 듯 슬쩍 책을 보더니 멋적게 웃으며 가만히 책을 덮었지. 그리고 여전히 웃음띤 그대로 입을 열었어.
'맨티코어로군요. 희랍어로는 '사람을 먹는 자'라는 의미라고 하더라구요. 무서운 괴수죠.'
나는 어쩐지 그 설명에 납득이 가 고개를 끄덕였어. 과연, 식인괴수였어, 라며.
그런데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어. 어째서 이 남자는 이런 좋은 날에 이런 곳에서 이렇게 무서운 괴물들만 잔뜩 그려진 책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놀랍게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없이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던거야. 정말 굉장하지? 내 그 소박하지만 당돌한 질문에 남자는 TV의 아이돌이 무색할 정도로 귀엽게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화창하게 웃으며 대답했어.
'아아, 별거 아니예요. 그냥, 음- 여자친구? 아니, 애인이랑 데이트가 일찍 끝났거든요. 사정이 좀 있어서요.'
과연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이유였어. 난 문득 그 애인이란 여자에게 의구심이 들었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귀여운 남자를 대낮부터 이런데 처박히게 만들다니. 어떤 여자일까 하고 말야.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다시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말야.
'그러고보니까 말인데요, 사랑이란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무게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말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아까와는 전혀 달랐어. 진지함이 묻어났지. 일단 심각하다면 심각한 주제잖아, 저거. 그래서 농담으로 넘기기엔 실례라는 기분이 들어서 잠깐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름 열심히 답을 해봤어.
'에... 사랑이란건 말이죠... 그런거 아닐까요? 상대를 소중히 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감정을 공유하고, 마침내... 으음... 그러니까... 아... 서로 하나가 되는(이 말을 하며 조금 얼굴이 달아오르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거요.'
내가 말하는 것을 끝까지 들은 남자는 약간이지만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네, 그런게 사랑이겠죠. 보통은 말예요. 그런데 저는 제 애인과 교제하던 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주변이 공허해지고,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흐릿한 울림처럼 느껴지는거예요. 또 어쩔때는 품안에 있는 그녀에게서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사랑이 완전히 식고 나무토막이라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만큼. 그렇지만 그런건 전혀 아니예요. 저는 그녀를 사랑해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 뒤부터 계속해서 이상할 정도의 해리감이 드는거예요.'
그의 말은 조금씩 빨라지고, 말투가 약간씩 거칠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감정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지.
'그러던 어느날, 저는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녀를 안았어요. 우리의 밤은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하며 충만했죠. 그렇게 만족스런 시간을 보낸 뒤에도 우리는 서로를 아쉬워하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어요. 서로 들러붙어 융합이라도 할 것 처럼. 끊임없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면서요. 그 때였어요. 또다시 기묘한 해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한건. 점점 품안의 그녀가 존재감이 엷어지며 목소리도 허공속의 메아리 마냥 멀어지고, 나중에는 제 자신조차 사라져가듯 희박해져 갔어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죠. 사랑따윈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제 안의 그녀 전부도 그녀를 생각하는 저 자신 조차도 씻은듯이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지워져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웠어요. 자아조차 소실된다고 해야 할까. 그건 정말이지, 보통의 공포와는 차원이 틀렸어요. 아예 모든 것에서 이탈해서 삼천세계의 미아가 된다는 기분이랄까.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우주비행사가 홀로 우주선에서 떨어져 우주공간 속으로 부유해 나가며 우주선을 바라보는 것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벽한 외로움이고, 거기에 더해 자아에 가해지는 치명적인 위협. 바로 그거죠. 거기에 더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서의 완벽한 박탈이라니. 끔찍한 느낌이었어요.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런거?'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어. 이야기를 할 때 남자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게 무서웠거든. 마치 내가 직접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야. 그 정도로 남자의 얼굴은 완연히 공포에 질려있는 얼굴이었어. 그리고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지.
'그 끔찍한 공포 속에서 길을 잃고 오그라든 제 마음은 오로지 하나의 열망으로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녀와 하나가 되고 싶다 라고요. 정말 지독하게 느껴진 고독과 공포였으니까요. 오로지 사랑하는 그녀만이 저의 구원으로 느껴졌죠.'
그 때 나는 남자의 눈에 언뜻 비친 묘한 흥분을 놓치지 않았어. 뭔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 분명 그랬어.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누가 봤어도 이상을 느꼈을거야.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어.
'그렇지만 아무리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살을 부벼도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가면 갈수록 그녀가 점점 더 유령처럼 느껴졌죠. 그리고 저는 그럴수록 더욱 더 그녀에게 파고들었던거예요. 마음 속엔 오로지 '하나가 되어야 해'라는 유일의 원망만을 안고서요. 그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던건지 표정이 이상해지며 날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나라도 그럴걸요' 라는 생각이 든 나였지만, 겉으로는 안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말을 들었어. 왜냐면 무엇보다 남자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거든. 생각한대로 말했다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정도로 말이야. 이젠 단순한 이상을 넘어서 숫제 광기까지 비치는 느낌이었어.
'그 때였어요. 절망과 고독에 제 의식이 완전히 짓눌려버린건요. 전 어떻게든 그녀와 한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꼈어요. 그러지 않으면 저라는 존재가 완전히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요, '한 몸'이요. 그리고 결국 저는...'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어. 그러나 분명 뭔가를 생각하는, 아니 떠올리는 얼굴이었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어. 지금 생각하는거지만 그 얼굴, 꼭 그것 같았어. 요리프로같은데서 초 일류 요리사의 음식을 먹고 감상을 표하는 미식가들 있잖아. 그 사람들의 얼굴 같았어. 뭔가 그 행복했던 순간을 상상하는 듯한.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귀에 들려온 남자의 말은 그런 감상을 할 여유조차 날려버릴만큼 충격적이었지.
'...그녀의 목줄기를 물어 뜯었어요. 그녀의 생명 그 자체를 먹고, 그녀의 혼백과 영령과 의식 모두를 제 안에 받아들여서 이 절망적인 절대의 고독으로부터 구원받으려고 한거예요. 그녀느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곧 조용해졌어요. 깨달은거죠. 제 마음을.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선택한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어. 기분좋게. 그런 정신나간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그렇게 행복한 미식가의 얼굴로 웃고 있었다고. 난 소름이 끼치고 구역질이 치밀었지. 내가 그 상황에서 테이블의 재떨이로 남자를 후려치지 않은건 대낮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일거야.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어. 조금은 들뜬 어조로. 아까와는 다르게 몹시 행복하고 꿈꾸는 듯한 모습으로 말야.
'그렇지만 결국 전부 먹지는 못했어요. 대신 그녀의 상징을 전부 받아들였죠. 뇌와 심장, 유방과 자궁만은 전부 먹었어요. 그것으로 저는 안식을 얻었죠. 생애 최초로 저는 전 세계와 하나가 된 듯한 충만함에 황홀한 휴식을 취했답니다.'
세상에, 아무리 들어도 미친 이야기인데. 그는 그렇게나 행복해보였어. 나는 완전히 질려버렸지. 나의 쓸데없는 호기심을 저주하고 싶은 기분이었어. 몹시도 만족스런 얼굴로 거기까지 이야기한 그는 문득 들려오는 벨소리에 주머니 안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받았지. 언뜻 들으니 여자와 이야기하는 듯 했어.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즐겁게 통화를 마친 그는 전화기를 닫고 말했지.
'아, 미안해요. 후배의 전화가 와서요.'
말을 하며 그는 얼른 책을 가방에 넣었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한 모습이었어.
'...가시게요?'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엄청 용기를 짜 내서 간신히 저 한마디를 말할 수 있었어. 남자의 고백이 끝난 순간부터 내 눈 앞의 저 남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내게는. 애인을 씹어삼키고 인간이 아니게 된 남자였으니까. 너무 무서웠었어. 그러나 남자는 그런 내 기분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밝게 웃었어.
'네, 마침 약속도 없고, 오늘은 후배랑 놀까 하구요. 제가 꽤 예뻐하는 후배거든요. 잠깐이지만 즐거웠습니다. 재미없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혹시 인연이 된다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 가게 단골이기도 하거든요, 저.'
그렇게 말을 마친 남자는 가벼운 걸음으로 까페를 나섰어. 짤랑 하고 문에 달린 방울이 소리를 냈지.
남자를 보내고 그 뒤에 혼자 테이블에 남은 나는 갑자기 맹렬한 오한과 헛구역질이 느껴졌어. 떨림이 멈추질 않았어. 피비린내같은 것도 느껴질 정도였지. 나는 벌벌 떠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필사적으로 정신없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부디 지금 만나러 가는 후배가 무사할 수 있기를. 부디 공허와 고독이 남자를 습격하지 않기를. 그리고 내 애인이 그런 끔찍한 허무함에 먹히지 않기를.
기도를 마친 나는 온 몸의 힘이 빠져서 테이블 위로 무너지듯 엎드렸어. 온통 멍해있는 가운데 묘하게 아까 봤던 책의 페이지가 떠올랐지. 맨티코어. 그 이름은 희랍어로 '사람을 먹는 자'.
...있지, 그 남자는 맨티코어였던걸까? 네가 만났다는 맨 이터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겠지, 응?"
듣고 싶어?
그러니까 말이지, 내가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던 건 순수한 호기심이었어. 아니,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내 호기심은 까페의 많은 사람들 중에 유독 그 남자에게만 방향하고 있었거든. 마치 게임에서 나와 관련한 임무를 갖고 있는 사람이 특별하게 표시되는 것 처럼. 그 때의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고,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날이라는 느낌도 들었던거야. 정말 이상하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땐 그랬어.
그 남잔 어땠느냐면 말야, 책을 보고 있었어. 가까이 다가간 나는 슬쩍 책의 내용을 보려고 했지만 내가 남자의 정면에 있었는데다가 그 남자가 책을 살짝 들어올린 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책의 표지도, 책의 내용도 볼 수 없었어. 그러니까... 그 있잖아. 책 표지는 책 자체가 만드는 그늘 속에 묻혀서 잘 안보이고, 내 시선과 책이 이루는 각이 거의 일치해버려서 책 윗쪽의 여백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그런 절묘한 각도로 책을 보고 있었다니까. 아무튼 나는 평소의 나라면 꿈도 못 꾸었을 그 정도의 대담함으로 무장하고 남자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
'저어...'
하고 말야. 조금은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을 수 있게. 그렇지만 남자는 꽤나 책에 집중하고 있었나봐. 조금 놀란듯이 고개를 들고는 퍼뜩 날 바라봤어. 그리고는 잠깐 내 얼굴을 살피듯이 바라보다가 꽤 온화한 얼굴로 미소지었지.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처음 대면하는 사람 사이에 당연히 존재하는 어색함이 지워질리 없잖아? 어떻게 대담성을 발휘하긴 했지만 그 뒤에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거든. 남자는 그런 나를 보면서 여전히 미소짓고 있었어. 그러더니 살짝 책을 덮고는 몸을 뒤로 가볍게 젖히면서 입을 열었어. 목소리는 꽤 좋더라. 너무 낮은 것도 아니고, 딱 좋은 정도의 바리톤?
'무슨 용무신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여기 앉으시겠어요? 저는 마침 조금 지루해지려는 참이기도 했으니까요.'
나는 마치 그 말에 홀린듯이 자리에 앉았어. 남자의 자리는 창가로, 하얀색 꽃무늬 커튼으로 적당히 햇빛이 가려져서 눈부시지 않아 좋았어. 그리고 볓이 잘 들어 따스한 때문인지 테이블의 유리도 그닥 차갑지 않았고 외려 따뜻할 정도였어.
처음 자리에 앉아 무슨 말을 시작할까 망설이던 나는 남자가 방금 덮은 책에 눈이 갔어. 남자의 앞에 가지런히 놓인 책은 '환상마물도감'이라는 묘한 제목이 현란한 금박글씨로 인쇄되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징그러운 동물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지. 남자는 내 시선이 책을 향해 있는 것을 알아차린 듯이, 가만히 내 쪽으로 책을 돌려놓았어.(책을 잡은 남자의 손은 화가 날 정도로 하얗고 깨끗하고 매끈한데다 길고 섬세했어. 어떻게 그런 손을 남자에게 줄 수 있지?) 자세히 바라본 책은 조금 낡아있었지만 상태가 깨끗한 것이, 남자가 책을 아끼는 성격이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어.
'이건 3년 전 쯤에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인데, 제법 재미도 있고 삽화도 괜찮아서 특별히 아끼고 있어요.'
문득 남자가 말했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과연'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 조금 우쭐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까. 어쩐지 자신이 식견이 있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말야. 들뜨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진 나는 더욱 대담하게도 먼저 말을 걸었어.
'괴물만 잔뜩 있는 책 같은데, 어디가 그렇게 좋으세요?'
악의를 갖고 들으면 충분히 공격적으로 들릴 것 같은 말이라서 속으로 아차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다행히 남자는 별 반응이 없었어. 오히려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내가 볼 수 있게끔 책을 펼치며 입을 열었지.
'괴물만 잔뜩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지요. 거기다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요, 이런 개성 넘치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이디어도 나오고...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그러면서 그가 펼친 페이지에는 두 페이지에 걸쳐 무섭게 생긴 짐승이 그려져 있었어. 꼬리에는 뱀이 붙어 있고, 사자처럼 근육질의 몸통에 커다란 박쥐의 날개가 등에 돋아나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은 추악하게 생긴 늙은 남자의 얼굴이었지. 한쪽 귀퉁이에는 중세풍의 멋들어진 글씨로 뭔가가 쓰여 있었고, 괄호 안에 영어로 'Manticore'라고 덧붙여진 것이 보였어. 아마도 이 짐승의 이름인 듯도 했지. 그건 마치 성경의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짐승'이 저렇게 생겼을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무섭고 괴기스러운 생김새였어. 남자도 그런 내 기분을 알아챈 듯 슬쩍 책을 보더니 멋적게 웃으며 가만히 책을 덮었지. 그리고 여전히 웃음띤 그대로 입을 열었어.
'맨티코어로군요. 희랍어로는 '사람을 먹는 자'라는 의미라고 하더라구요. 무서운 괴수죠.'
나는 어쩐지 그 설명에 납득이 가 고개를 끄덕였어. 과연, 식인괴수였어, 라며.
그런데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어. 어째서 이 남자는 이런 좋은 날에 이런 곳에서 이렇게 무서운 괴물들만 잔뜩 그려진 책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놀랍게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없이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던거야. 정말 굉장하지? 내 그 소박하지만 당돌한 질문에 남자는 TV의 아이돌이 무색할 정도로 귀엽게 잠깐 눈을 깜박이다가 화창하게 웃으며 대답했어.
'아아, 별거 아니예요. 그냥, 음- 여자친구? 아니, 애인이랑 데이트가 일찍 끝났거든요. 사정이 좀 있어서요.'
과연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이유였어. 난 문득 그 애인이란 여자에게 의구심이 들었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귀여운 남자를 대낮부터 이런데 처박히게 만들다니. 어떤 여자일까 하고 말야.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다시 입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로 말야.
'그러고보니까 말인데요, 사랑이란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무게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말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아까와는 전혀 달랐어. 진지함이 묻어났지. 일단 심각하다면 심각한 주제잖아, 저거. 그래서 농담으로 넘기기엔 실례라는 기분이 들어서 잠깐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름 열심히 답을 해봤어.
'에... 사랑이란건 말이죠... 그런거 아닐까요? 상대를 소중히 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감정을 공유하고, 마침내... 으음... 그러니까... 아... 서로 하나가 되는(이 말을 하며 조금 얼굴이 달아오르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거요.'
내가 말하는 것을 끝까지 들은 남자는 약간이지만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네, 그런게 사랑이겠죠. 보통은 말예요. 그런데 저는 제 애인과 교제하던 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함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주변이 공허해지고,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흐릿한 울림처럼 느껴지는거예요. 또 어쩔때는 품안에 있는 그녀에게서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사랑이 완전히 식고 나무토막이라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줄만큼. 그렇지만 그런건 전혀 아니예요. 저는 그녀를 사랑해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 뒤부터 계속해서 이상할 정도의 해리감이 드는거예요.'
그의 말은 조금씩 빨라지고, 말투가 약간씩 거칠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감정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지.
'그러던 어느날, 저는 늘 그랬던 것 처럼 그녀를 안았어요. 우리의 밤은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하며 충만했죠. 그렇게 만족스런 시간을 보낸 뒤에도 우리는 서로를 아쉬워하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어요. 서로 들러붙어 융합이라도 할 것 처럼. 끊임없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면서요. 그 때였어요. 또다시 기묘한 해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한건. 점점 품안의 그녀가 존재감이 엷어지며 목소리도 허공속의 메아리 마냥 멀어지고, 나중에는 제 자신조차 사라져가듯 희박해져 갔어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죠. 사랑따윈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제 안의 그녀 전부도 그녀를 생각하는 저 자신 조차도 씻은듯이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지워져버릴 것만 같아서 두려웠어요. 자아조차 소실된다고 해야 할까. 그건 정말이지, 보통의 공포와는 차원이 틀렸어요. 아예 모든 것에서 이탈해서 삼천세계의 미아가 된다는 기분이랄까. 좀 더 알기 쉽게 말하자면, 우주비행사가 홀로 우주선에서 떨어져 우주공간 속으로 부유해 나가며 우주선을 바라보는 것 정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벽한 외로움이고, 거기에 더해 자아에 가해지는 치명적인 위협. 바로 그거죠. 거기에 더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서의 완벽한 박탈이라니. 끔찍한 느낌이었어요.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런거?'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어. 이야기를 할 때 남자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게 무서웠거든. 마치 내가 직접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야. 그 정도로 남자의 얼굴은 완연히 공포에 질려있는 얼굴이었어. 그리고 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지.
'그 끔찍한 공포 속에서 길을 잃고 오그라든 제 마음은 오로지 하나의 열망으로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그녀와 하나가 되고 싶다 라고요. 정말 지독하게 느껴진 고독과 공포였으니까요. 오로지 사랑하는 그녀만이 저의 구원으로 느껴졌죠.'
그 때 나는 남자의 눈에 언뜻 비친 묘한 흥분을 놓치지 않았어. 뭔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 분명 그랬어.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누가 봤어도 이상을 느꼈을거야. 남자의 말은 계속되었어.
'그렇지만 아무리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살을 부벼도 공허감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가면 갈수록 그녀가 점점 더 유령처럼 느껴졌죠. 그리고 저는 그럴수록 더욱 더 그녀에게 파고들었던거예요. 마음 속엔 오로지 '하나가 되어야 해'라는 유일의 원망만을 안고서요. 그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던건지 표정이 이상해지며 날 거부하기 시작했어요.'
'나라도 그럴걸요' 라는 생각이 든 나였지만, 겉으로는 안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의 말을 들었어. 왜냐면 무엇보다 남자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거든. 생각한대로 말했다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정도로 말이야. 이젠 단순한 이상을 넘어서 숫제 광기까지 비치는 느낌이었어.
'그 때였어요. 절망과 고독에 제 의식이 완전히 짓눌려버린건요. 전 어떻게든 그녀와 한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느꼈어요. 그러지 않으면 저라는 존재가 완전히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요, '한 몸'이요. 그리고 결국 저는...'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어. 그러나 분명 뭔가를 생각하는, 아니 떠올리는 얼굴이었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어. 지금 생각하는거지만 그 얼굴, 꼭 그것 같았어. 요리프로같은데서 초 일류 요리사의 음식을 먹고 감상을 표하는 미식가들 있잖아. 그 사람들의 얼굴 같았어. 뭔가 그 행복했던 순간을 상상하는 듯한.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귀에 들려온 남자의 말은 그런 감상을 할 여유조차 날려버릴만큼 충격적이었지.
'...그녀의 목줄기를 물어 뜯었어요. 그녀의 생명 그 자체를 먹고, 그녀의 혼백과 영령과 의식 모두를 제 안에 받아들여서 이 절망적인 절대의 고독으로부터 구원받으려고 한거예요. 그녀느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곧 조용해졌어요. 깨달은거죠. 제 마음을.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선택한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어. 기분좋게. 그런 정신나간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그렇게 행복한 미식가의 얼굴로 웃고 있었다고. 난 소름이 끼치고 구역질이 치밀었지. 내가 그 상황에서 테이블의 재떨이로 남자를 후려치지 않은건 대낮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일거야.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어. 조금은 들뜬 어조로. 아까와는 다르게 몹시 행복하고 꿈꾸는 듯한 모습으로 말야.
'그렇지만 결국 전부 먹지는 못했어요. 대신 그녀의 상징을 전부 받아들였죠. 뇌와 심장, 유방과 자궁만은 전부 먹었어요. 그것으로 저는 안식을 얻었죠. 생애 최초로 저는 전 세계와 하나가 된 듯한 충만함에 황홀한 휴식을 취했답니다.'
세상에, 아무리 들어도 미친 이야기인데. 그는 그렇게나 행복해보였어. 나는 완전히 질려버렸지. 나의 쓸데없는 호기심을 저주하고 싶은 기분이었어. 몹시도 만족스런 얼굴로 거기까지 이야기한 그는 문득 들려오는 벨소리에 주머니 안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받았지. 언뜻 들으니 여자와 이야기하는 듯 했어.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즐겁게 통화를 마친 그는 전화기를 닫고 말했지.
'아, 미안해요. 후배의 전화가 와서요.'
말을 하며 그는 얼른 책을 가방에 넣었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한 모습이었어.
'...가시게요?'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엄청 용기를 짜 내서 간신히 저 한마디를 말할 수 있었어. 남자의 고백이 끝난 순간부터 내 눈 앞의 저 남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내게는. 애인을 씹어삼키고 인간이 아니게 된 남자였으니까. 너무 무서웠었어. 그러나 남자는 그런 내 기분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밝게 웃었어.
'네, 마침 약속도 없고, 오늘은 후배랑 놀까 하구요. 제가 꽤 예뻐하는 후배거든요. 잠깐이지만 즐거웠습니다. 재미없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혹시 인연이 된다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 가게 단골이기도 하거든요, 저.'
그렇게 말을 마친 남자는 가벼운 걸음으로 까페를 나섰어. 짤랑 하고 문에 달린 방울이 소리를 냈지.
남자를 보내고 그 뒤에 혼자 테이블에 남은 나는 갑자기 맹렬한 오한과 헛구역질이 느껴졌어. 떨림이 멈추질 않았어. 피비린내같은 것도 느껴질 정도였지. 나는 벌벌 떠는 몸을 간신히 추스리며 필사적으로 정신없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어. 부디 지금 만나러 가는 후배가 무사할 수 있기를. 부디 공허와 고독이 남자를 습격하지 않기를. 그리고 내 애인이 그런 끔찍한 허무함에 먹히지 않기를.
기도를 마친 나는 온 몸의 힘이 빠져서 테이블 위로 무너지듯 엎드렸어. 온통 멍해있는 가운데 묘하게 아까 봤던 책의 페이지가 떠올랐지. 맨티코어. 그 이름은 희랍어로 '사람을 먹는 자'.
...있지, 그 남자는 맨티코어였던걸까? 네가 만났다는 맨 이터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겠지, 응?"
# by 제절초 | 2006/10/27 10:07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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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저 사람에게, 그녀를 먹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위였겠죠. 그 행위가 '호감이 있는 타인'에게도 적용될지가 의문이군요... 흠. 어쨌거나, 무섭고도 깔끔한 이야기네요[후덜]
예헌// 정신이 날아가서 산뜻해진거냐=ㅂ=;;;
파닭// ...서...설마;; 음음. 늘 무서워해줘서 고마워^^
미케// 아 고맙습니다. 그리고 22xx는 제가 시미즈 레이코의 만화중 제일 처음으로 구입했던 녀석이고, 서울문화사의 '이걸 가져!'에 뿜었기 때문에 아직도 해적판으로 가지고 있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제일' 좋아하지요. 단편들 중에서는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