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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고치

 



이번의 포스팅거리는 8대세가 중 하나...는 아니고 그래도 꽤 유명한 동인이었던 '꿈꾸는 고치'의 'Cocoon 11호' 이다.

동인의 이름 자체가 '꿈꾸는 고치' 혹은 'Cocoon'이었던 덕택에 동인지의 이름도 Cocoon이 되어 버린 것이다.(사실 동인의 이름과 동인지의 이름이 다른 경우는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유명 패러디 동인이었던 '우수리'의 경우에는 매 회 동인지의 제목이 다르긴 했지만서도, 컨셉 동인지여서 그랬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저 사실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92년 7월에 창단해 97년 여름 제 11호 회지가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년 약 두권씩의 회지를 간행했다는 결론이 나오며, 6개월에 한번씩 회지를 발간한다는 패턴은 ACA의 판매전이 6개월에 한번 개최되었다는 사실과 크게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재미있는 것은 어지간한 학술모임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일년에 두번 정기적인 학술회를 가진다는 것이며 어쩌면 한국의 '동인만화모임'이라는 것도 최초에는 어느정도 학술적 성격을 가진 모임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울 수도 있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 꿈꾸는 고치에서 손꼽을 수 있는 사람은 딱 두명이 있었다.

한명은 '밈미'라는 닉을 쓰고 계시던 김미영님.

이 Cocoon 11호에는 김미영님의 데뷔원고로 기억하고 있는 '뻘건망또 아가씨'의 프로토 타입이 게재되어 있다. 지금은 많이 다듬어져 세련된 터치와 함께 여전한 개그센스로 팬 일각을 형성하고 있는 분인데, 사실 이 때부터도 범상한 분은 아니었다.(웃음) 적어도 당시에 이런 센스의 그림을 동인회지에 싣는 분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으니까.

또 다른 분은 김선희님.

지금 봐도 어느 잡지에 기고하든 상관이 없을 거라고 느껴질 정도의 안정되고 화려한 그림체와 함께 능숙한 원고 솜씨를 보였으며 내용 역시 독특하면서 짜릿하여 당시 구입했던 어느 회지의 어느 원고와 비교해도 베스트 3에 놓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낸 분이었다.

김선희님은 지금 '불친절한 헤교씨'를 그리고 계신데, 지금도 충분히 인상적인 그림이긴 하지만 한 컷 한 컷의 질은 당시의 동인원고 쪽이 낫다는 기분이 든다. 굉장히 날카로운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좀 푸석푸석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11호 회지 당시에는 신입회원이셨던 김선희님은 boa; 라는 제목의 원고를 내셨었는데, 이 원고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느정도로 영향을 주고 있는가 하면,

1. 내가 구상해 낸 자작 캐릭터 가운데서도 굴지의 사랑을 받는 '뱀소녀'는 이 원고의 주인공에게서 상당한 모티브를 따 왔다.(외견은 전혀 다르지만.)
2. '식인'이라는 키워드에 애착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3. Swallowing(집어삼킴) 이라는 행위에 대해 미묘한 부분에서 페티쉬즘을 느끼게 되었다.

과연 김선희님이 데뷔하실때(정식으로 데뷔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원고를 기고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boa;를 기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어디를 어떻게 두드리더라도 여성만화지에서 데뷔원고로 쓸 만한 원고는 아니었으니까. 일본이라면 혹시 모르겠다.)

공포나 미스테리 스릴러를 좋아하시는듯 이후의 원고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셨는데,  내가 구입한 Cocoon은 이것을 포함해 단 두권뿐이었기 때문에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98년 겨울에 발매된 12호는 나인수님과 Tank님의 원고가 특히 빛났다고 생각하는 회지였다. 김선희님의 원고도 더욱 틀이 잡혔고, 김미영님의 원고도 더욱 재미있어졌다. 물론 그럴수록 더 반 제도권 화 되어가기는 했지만...)

지금 다시 Cocoon을 보며 돌이켜 보자면 지금보다 오히려 옛날의 원고들이 주제나 내용, 표현방법적인 면에서 훨씬 자유스럽고 실험정신 가득하며 순수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Tank님이라던가 나인수님, 혹은 불휘의 김혜련님이 회지에 실었던 원고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출판 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원고를 볼 수 있는 곳. 그것이 ACA나 코믹월드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개성이 아닐까.

by 제절초 | 2006/11/06 08:50 | Boy`s Love | 트랙백 | 핑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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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京極堂 : Mosaic Vol.. at 2007/08/02 07:19

... 그림이 능숙하고, 노명희 님은 그림 자체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확실하게 스토리가 잡힌 원고를 두편이나 실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그러니까 김선희 님 - '꿈꾸는 고치' 의 - 같은 분은 정말 드문 케이스다.) 엄기열 님 같은 경우엔 너무나 한국적인(...) 스타일의 그림체로 원고를 실어주셨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경우다.(이런 그림을 그 ... more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6/11/06 16:57
순정만화를 보지 않았던 게..
아마때는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다가도 데뷔만 하면, 출판사쪽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둥글둥글, 그게 그거 되는 게 보기가 싫어서였었어요.
그림이야 변해가는거라지만 그 작가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개성이 무너지는 게 별로였던... -ㄱ-;

뭐 여튼, 가능하면.. 제절초님 댁에 가보고 싶어요. (동인지 -ㅠ-..)
Commented by 미케 at 2006/11/06 18:13
포스팅 하신 것을 보고 있노라니.. [boa;]라는 작품이 너무 궁금해지고있습니다..on_ 제목만 보고는 보아뱀을 떠올려 버렸지만요..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ㅇㅅㅇ) 제절초님의 자작캐릭터 뱀소녀양도 궁금해요궁금해요궁금해요~ 굴지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니! 저도 그 사랑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 그나저나 오른쪽 메뉴에 이전 블로그에 표기된 '2007년 10월'은.. 버그인가요? 아니면 날짜를 따로 지정해 놓으신 거에요? 클릭해보니 항상 블로그 오면 제일 상단에 있는 그 글이 뜨던데 신기해요~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o+
Commented by 올리브 at 2006/11/06 21:06
저도 미케님 처럼 그것이 궁금했습니다요. 2007년 10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1/06 22:42
아르젠틴// 그랬던가요^^ 음. 확실히 데뷔 이후에 그림체에서 개성을 상실해가는 작가분들도 있고... 기분 좋은 일은 아니죠^^ 음음. 제 방은 만화책이랑 동인지가 많기는 합니다만... 나중에 이걸로 까페라도 차릴까요.(웃음)
미케// 아아, 나중에 뵙게 되면 보여드릴게요^^ 우후후. 뱀소녀양은 나중에 포스팅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정말 여러가지로 사랑하고 있지요.
올리브// 새글쓰기에 보면 포스팅 날짜를 정해줄 수 있는 메뉴가 붙어있어요.
Commented by 아키타이프 at 2008/02/12 16:53
김선희 작가님은 요즘 파란에서 '바둑삼국지'를 그리시고 계시더군요.
저는 왕팬됫습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2/12 22:51
아키타이프// 네 저도 좋아합니다 :)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단행본 빨리 나았으면>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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