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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려랑

 



오늘 이야기 해 볼 동인지는 동호회 '비조'의 첫 회지인 '천진려랑(天辰麗郞)'이다.

1996년 10월 10일(쌍십절!) 발행한 것으로 미루어 1996년 겨울 ACA 판매전 혹은 1997년 여름 ACA 판매전에서 내 손에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되는 이 책은, 그 화려한 표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거지만, 이 책에는 고야성 님의 원고도 실려있었다.(...)

뭐, 이 당시는 그냥 조금 알려진 동인작가에 불과했으니까.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도 말은 된다고 생각한다.

이 동호회의 특징이라면 특징인 것은, 아직 동인 만화계가 춘추전국시대였을 때 태어난 동호회였기 때문인지 ACA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연합동아리 UCA 소속이었다는 것이다.(솔직히 UCA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기억하는 서울 이외의 연합동아리는 대전지역 연합동아리였던 한터 정도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ACA가 규모가 조금 크긴 했어도 전국을 아우르는 규모는 아니었고, 이후 다른 군소 연합동아리가 몰락한 이후에도 ACA가 전국을 호령하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ACA의 조직력이나 기획력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직 인터넷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을 뿐더러 전국적 조직이 되기 위한 '허브' 의 구축을 하기엔 동인계 자체가 음성적 성격이 강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벌써 나온지 10년이 되어버린 이 책을 이야기 해 보는 이유는, 이 책의 특집기사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X 완전분석
-동경 바빌론 완전분석
-아이노 쿠사비 완전 분석
-순정만화의 비록, X-File

1996년 당시 만화계를 강타한 CLAMP의 X는 특유의 세계관과 여러 전작들에서 활약한 주인공을 모아서 다 죽여버리는 쇼킹한 전개 등으로 큰 호응과 비난을 함께 받았었다.(하나 잘 연재하다가 지치면 지금까지 연재에 나왔던 애들 싹 모아놓고 죽이네 살리네 하는건 CLAMP가 애용하는 패턴인듯 싶다.)

그러나 당시 사정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PC통신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일본 서적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저런 핫 이슈가 된 만화에 대한 정보에 다들 목말라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천진려랑의 저런 기획기사는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데 상당부분 도움을 주었다.

캐릭터들의 이름이라거나, 지금까지의 전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예측들이 어떤 전개로 나아갈 지 모르는 X라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당시 이 기획기사는 하이텔의 mirugi[선정우]님이 쓰신 글을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긴 했지만, PC통신을 이용하지 않는 많은 학생들은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수확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외에도 해적판의 번역문체 지적이라거나, 7권까지 진행하는데도 사흘밖에 안 지난 시간경과 라던가 하는 재미난 기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동경 바빌론 분석 역시 X처럼 전체적인 스토리를 정리하고, 그에 따른 기획기사로 세이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라던가, 세이시로와 신흥종교집단의 관계 고찰같은 것들이 딸려 있었다. 물론 동경 바빌론은 당시 연재가 끝나있던 작품이기 때문에 향후 전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아이노 쿠사비는 당시 한국 동인계에서는 야오이 계의 '반지의 군주' 정도로 지명도도 있고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놀랍게도 천진려랑의 기획기사에서는 이 애니메이션을 통신판매로 구하는 법 이라던가 원작 소설(June에서 연재)을 국내 서점에서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난 도저히 저렇게까지 해서 구할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나를 제일 웃겨주었던 순정만화 X-File.

이건 별건 아니고, 만화 뒤의 여러가지 재미난 사실이나 옥의 티 찾기 정도가 되겠다.

스바루는 사실 동경 바빌론 스토리 내내 제대로 싸운 적은 한번도 없다 라던가.

화성에서 자란 마르스는 사실 이샤보다 훨씬 연상이라던가.(강경옥 님의 노말시티에서.)

뭐 이런 것들.

지금이야 '뭐 그런정도'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귀중한 자료였고, 재미난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야 그 가치가 조금 바래기는 하지만서도, 만약 이런 류의 기획기사를 다룬 책이 나오면 난 꼭 사게 될거다.

'그런거 인터넷 찾아보면 다 나오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 '그런거'를 다 떠올려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평소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정리된 글을 보면 더 반갑고, 이해하기 편한거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찾지 않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아서 소중하게 다듬어 놓은 이런 글은 언제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기획기사를 가진 책들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P.S.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천진려랑에서 동경바빌론 O.S.T.중에서 레베카의 'Moon'이 들어있는 애니송 모음 테이프를 팔았던 것 같다. 영문버전이긴 했어도 참 좋아했는데...

by 제절초 | 2006/12/13 08:21 | Boy`s Love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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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京極堂 : Rebecca ~ .. at 2007/09/07 09:17

... 하는데.(영문판이 삽입되어 있었던가 싶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어렴풋한 기억에 의하면 이 노래(처음 들었던건 영문판으로였다.)를 처음 접한건 아마 옛날에 포스팅 했던 천진려랑 의 부스에서 이런저런 노래들을 짜집기 한 테이프(!!)를 팔았었고, 거기서 샀던 테이프에서 였던 것 같다. 그 때는 영문판이어서 가사를 전혀 이해 못했었는데, 일본어 가사를 ... more

Commented by 이끼 at 2006/12/13 09:33
전에 와서 글 읽고 느낀건데 동인지를 정말 예술+문학적으로 이해하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천랑의 재능(아니고;;)을
가지고 계신다고나 할까요....(농담이고 ㅋ--ㅋ) 기자하셔도 될정도!!

저는 그쪽매체에 관심이 없었는데 저번에 한번 봤더니 그쪽에
종사하시는(응?) "공, 수"(댓글인용)쪽 분들중에 "수"쪽분들은
아무리 보아도 여자로 밖에 안보이던걸요;;;;
Commented by gaze at 2006/12/13 10:04
무려 10년 전의 것이군요!! 그 때 당시,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회지의 내용이 꿀같은 정보였겠네요. '아이노쿠사비'는 정말 명작입니다. DVD가 발매되었다는 소릴 듣고 구입 할 능력없음에 한탄한 적이 있네요.^^;
Commented by 아르젠틴 at 2006/12/13 11:46
와. 표지가 굉장히 맘에들어요!
기획기사도 그 때 당시로서는 굉장한 것들이었네용.
그 때만해도 클램프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요샌 시들시들.
(진짜, 심심하면 다 죽여 ;ㅂ;)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2/13 11:50
이끼// 아이쿠 그 무슨 과찬입니까;; 전 쥐구멍이나 찾아야(...). 음음. 게이들의 뇌는 유독 여성적이라고 하니까 말이죠 ㅇㅂㅇ
gaze// 네. 그야말로 꿀단지.(웃음) 전 아이노쿠사비를 한 10분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음; 명작이라니;; >~<
아르젠틴// 아핫. 이런 그림 좋아하셨나요? 뭐, 클램프야 학살자 토미노에 버금가는 도살자라고 봐야(웃음). X에서 쓰레기처럼 죽어나가는 캐릭터들이라니;;
Commented by 파닭 at 2006/12/13 15:37
어라 연상이었습니까?! 모, 몰랐어요;;; 동경바빌론 완전분석 보고싶네요>ㅁ<
Commented by 예헌 at 2006/12/14 01:58
와아 ㅇ<-< 동경바빌론 분석 너무 보고싶구요 ㅠㅠㅠ!!!!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6/12/14 08:23
파닭// 나도 세 본적은 없어도 그렇대(...).
예헌// 지금 와서 보면 별거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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