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03일
And She Said, ~ 확신
"난 정말로 궁금했어. 어째서 그는 이 사람과 사귀고 있는 것일까.
'둘은 사귀고 있는거지요?'
라는 순진한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말없이 홍차를 한모금 마셨지.
나를 더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그의 긍정이었어. 왜냐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그가 자신과 사귀고 있다고 긍정한 그 사람은 어떻게 봐도 그와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니었거든.
그와 사귀고 있다고 한 그 사람은 이 거리의 유명인이야. 너도 알고 있을걸? 매일 다른 사람과 식사하고, 또 다른 사람과 차를 마시며, 같이 호텔에 들어간 사람과 같이 호텔을 나온 사람이 다르다고 하는. 그 정도의 호색이며 엽색인데, 지금 내 눈 앞의 이 사람은 차분하기 그지 없는 태도로 그와의 교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거야. 마치 그런 모든 행위가 환영이나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처럼. 나는 그 태도에 조금 화가 났는지도 몰라. 아니면 답답해했던가. 그는 분명 그 사람의 엽색을 모르는게 틀림없는거라고, 아니면 바보인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가 갑자기
딸그락
하고 약간 소리가 나게 잔을 놓았어.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랐지. 내 생각에만 빠져있다가 갑작스런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의도였는지도 몰라. 정신을 차리고 시야를 확보한 뒤 그를 보았어.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 동정? 한심함? 그런것들까지 모두 섞여있어서 약간은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눈빛이었어. 그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지. 홍차가 묻어 반짝거리는 체리빛의 얇은 입술이 열리며 그 사이로 새하얀 앞니가 살짝 보이는 모습은 솔직히 나를 약간 두근거리게 했다고 밝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정말로.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서 바다 끝까지 맨몸으로 헤엄쳐 가 머리 다섯개 달린 용을 잡아온다고 해도, 하늘 끝까지 닿아있는 화산 구덩이에 몸을 던져서 영원히 녹지 않는 금으로 된 왕관을 꺼내온다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그건 그의 일상이고, 나의 일상이니까. 그가 다른 누군가를 향해 불꽃같은 사랑을 한다고 해도, 그가 보석처럼 찬란한 사랑을 한다고 해도, 해바라기처럼 외곬인 사랑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해요. 왜냐하면 어떤 사랑의 마지막이라도 그의 사랑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살며시 눈웃음을 치는 그의 얼굴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것이었는지도 몰라.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은, 절대적인 자신감이라는 공포.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 받는 사람도, 아무도 부러워할 수 없었어. 갑자기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입술이 갈라지는 것 같은 기분에 눈 앞의 물을 꿀꺽꿀꺽 마셨지.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우아하게 홍차를 한 모금. 가볍게 입술을 축이듯이. 난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어. 잘은 몰라도 난 한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적어도 내 기분에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다른 무엇인가로 부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감정이었어. 아니, 정말로 그것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둘은 사귀고 있는거지요?'
라는 순진한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는 말없이 홍차를 한모금 마셨지.
나를 더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그의 긍정이었어. 왜냐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그가 자신과 사귀고 있다고 긍정한 그 사람은 어떻게 봐도 그와 사귀고 있는 것이 아니었거든.
그와 사귀고 있다고 한 그 사람은 이 거리의 유명인이야. 너도 알고 있을걸? 매일 다른 사람과 식사하고, 또 다른 사람과 차를 마시며, 같이 호텔에 들어간 사람과 같이 호텔을 나온 사람이 다르다고 하는. 그 정도의 호색이며 엽색인데, 지금 내 눈 앞의 이 사람은 차분하기 그지 없는 태도로 그와의 교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거야. 마치 그런 모든 행위가 환영이나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처럼. 나는 그 태도에 조금 화가 났는지도 몰라. 아니면 답답해했던가. 그는 분명 그 사람의 엽색을 모르는게 틀림없는거라고, 아니면 바보인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가 갑자기
딸그락
하고 약간 소리가 나게 잔을 놓았어.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랐지. 내 생각에만 빠져있다가 갑작스런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의도였는지도 몰라. 정신을 차리고 시야를 확보한 뒤 그를 보았어.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지. 동정? 한심함? 그런것들까지 모두 섞여있어서 약간은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눈빛이었어. 그는 천천히 입술을 열었지. 홍차가 묻어 반짝거리는 체리빛의 얇은 입술이 열리며 그 사이로 새하얀 앞니가 살짝 보이는 모습은 솔직히 나를 약간 두근거리게 했다고 밝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정말로.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서 바다 끝까지 맨몸으로 헤엄쳐 가 머리 다섯개 달린 용을 잡아온다고 해도, 하늘 끝까지 닿아있는 화산 구덩이에 몸을 던져서 영원히 녹지 않는 금으로 된 왕관을 꺼내온다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그건 그의 일상이고, 나의 일상이니까. 그가 다른 누군가를 향해 불꽃같은 사랑을 한다고 해도, 그가 보석처럼 찬란한 사랑을 한다고 해도, 해바라기처럼 외곬인 사랑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해요. 왜냐하면 어떤 사랑의 마지막이라도 그의 사랑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살며시 눈웃음을 치는 그의 얼굴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것이었는지도 몰라. 아름답지도, 숭고하지도 않은, 절대적인 자신감이라는 공포.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 받는 사람도, 아무도 부러워할 수 없었어. 갑자기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입술이 갈라지는 것 같은 기분에 눈 앞의 물을 꿀꺽꿀꺽 마셨지. 그는 그런 나를 보며 우아하게 홍차를 한 모금. 가볍게 입술을 축이듯이. 난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어. 잘은 몰라도 난 한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아.
그건 사랑이 아니야.
라고. 적어도 내 기분에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다른 무엇인가로 부르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감정이었어. 아니, 정말로 그것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 by | 2007/01/03 11:56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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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와서는..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으음.. 지독한 소유욕..?처럼 느껴지는 건.. 그냥 느낌일 뿐일까나용..( ..)a)
아주 자신만만하게 확언하는 게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불쌍하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 @w@;
요즘 읽은 책이 FBI 수사관이 범죄자들을 인터뷰하고 해서 그들의 심리를 파헤쳐 놓은것인데, 거기에 이렇게 나오더군요. (스토커 혹은 성범죄자들)
범죄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피해자들과 어떤 관계를 갖는다구요. 범죄자중에는 피해자들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단지 그들의 머리속에서의 생각이긴하지만, 그 생각에 맞춰서 살인도 하고 한다고;;
"그"는 스스로의 머리속에서 그와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위성도 있고 나름의 자신감도 있을거예요. "그"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겠죠.
옆에서 보면 단지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밖에는 안 보여요.
뭐 그런 사랑도 있는법이지요(...)
이끼// 우웅>~< 그런가요...
JUNEI// ...실은 말이죠, 결국, 돌아온다구요. 그 사람.(웃음) 그렇지만 저 자신감 자체가 정말 무서운거예요.
Lord// 네 ㅇㅂㅇ;
파김치// 으응. 무섭게 하려고 했으니까. 이힛.
나인볼// 근거가 있으니까 무서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