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05일
Psycho Piki

아침부터 흉한 그림 보여드려서 죄송하다.(...)
(사실 난 저 표지 처음 봤을 때 마이클 조던인줄 알았다[...].)
오늘은 Up-set의 7호 동인지 'Psycho Piki'에 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1997년 기준 Hyun, Core, Rio, Kyaaa, Niee의 다섯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Up-set은 1993년 6월 Pinokio라는 이름의 동호회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동년 12월 Pinokio 1호 회지를 발행하였고, 1994년 6월 2호 회지를 발행하였다. 1995년 1월에는 동인지의 이름을 지금의 이름인 Psycho Piki로 바꾸어 제 3호 회지를 발행하였고, 동년 6월과 이듬해 6월에 각각 4호와 5호 회지를 발행하였다. 5호 동인지를 발행하고 한달이 지난 1996년 7월에는 동호회의 이름을 Up-set으로 바꾸었으며 그 이듬해인 1997년 2월과 8월에 각각 6호와 7호 동인지를 발행하였다.
(난 이렇게 연혁이 잘 정리된 동인지가 참 좋다;ㅂ;)
이들의 이전 동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니 일단 7호 회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 보자.
표지를 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이전의 Trash나 Velvet Goldmine과 유사한 사이즈의 대형 동인지이다.
첫 주자인 Core님은 이런 사이즈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원고를 그리신 듯, 큰 컷에 시원시원하게 그림을 그려넣음으로써 동인지를 처음 펼치는 사람에게도 큰 부담없이 빨리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하였다. 페이지를 위와 아래로 2분할 하여 사용한 것은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2분할된 페이지의 상하 속에서 잔 컷들을 미묘하게 배치해 놓아 통일감 속에서의 변화를 꾀한 것이 엿보인다. 만화에서 컷은 단지 그림이 담기는 상자일 뿐만 아니라 페이지라는 커다란 캔버스 안에 놓이는 오브젝트 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다음 주자인 Hyun님은 그야말로 평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무난한 원고를 실었다. 물론 페이지의 크기가 큰 탓에 원고 자체가 조금 더 박력있어 보인다는 기분도 든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오구(烏口)로 그은 듯 한 컷 선. ...조금 그립다.
Hyun님이 비교적 무난한 원고를 해서인지 그 다음 주자인 Rio님의 원고는 더욱 튀어보인다. 일단 그 가늘고 날카로운 선과 병들어보이는 신경질적인 눈 터치, 섬세한 머리카락 묘사가 그렇다. 그러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솜씨와 서투른 사물묘사, 컷의 배치가 오히려 개성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와 조금 아쉽다. 사람하고 동물은 참 괜찮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주자인 Kyaaa님은 여러가지로, 그냥 그렇다. 그렇지만 나름 여러가지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 부분은 칭찬해줄만 하다고 생각한다.
Niee님과 Kyaaa님의 주제원고 역시 그냥 보통. 그렇지만 Kyaaa님의 단독원고보다는 재미있었다.(...) 오히려 자신의 개인원고보다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연출을 많이 사용한 듯 해 기묘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 기획기사는 당시 한창 만화계를 시끌시끌하게 했던 만화탄압에 관련된 것이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만화가 장태산님이 작성한 장문의 원고가 참으로 절절하여 볼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지금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혹은 지금 만화를 그리고 있는 비교적 어린 십대의 소년소녀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
아무리 가난한 남매라도 남녀가 유별하여 만화 속에서는 항상 각방을 써야 했고
아무리 가난한 가족이라도 가난을 묘사할 수 없어 만화 속에서는 항상 양옥집에 살아야 했으며
권투 만화를 그리되 세컷 이상은 격투할 수 없었고, 상대의 몸에 주먹이 맞아서는 아니되었으며
전쟁만화를 그리되 총쏘는 장면과 총에 맞는 장면을 묘사해서는 아니되었고
여자를 그리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이 두려워 어깨조차 노출해서는 아니되었고
만화행사에서 만화가를 '만화가 새끼'라고 부르는 시절이 있었으며
일년에 한번, 만화를 쌓아놓고 불태우며 희희낙락하는 시절도 있었음을,
지금의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의 한국만화계와 한국만화가들이 그러한 시대의 역경 속에서도 대차게 살아남은 풀뿌리 같은 존재인 것을 알고 있을까.
빼앗긴 들판은 되찾았으나, 봄은 아직 오지 않은걸까 하는 기분도 든다.
# by | 2007/01/05 09:26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어휴 정말... 봄이 오려면 아직도 먼 것같아요.
말로는 살린다 살린다 하지만서도 정작 하는 거 보면 아직 무시하고 깔보는걸요. ;ㅅ;..
여담이지만 이현세님 같은 원로화백분들이 무뇌아들한테 욕먹는거 보면
울화통이.....-_-^
그렇게 심의기준이 엄격했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이끼// 헉 ㅇㅁㅇ;; 그렇단말예요?
gaze// 네. 그렇지만 심의기준이 엄격한거랑 말도안되는 심의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 기준은 솔직히 너무 억지임=-=
파김치// 어; 몰랐구나;;
중고딩때만해도 만화책 엄청 샀거든요. 한 천권 좀 넘게 있었는데, 집 수리한다 (한옥집이어서;;) 하다가 할머니가 고물장수에게 모두 넘겨버렸다는걸 뒤늦게 알고 후회했었죠. 20년전에 나왔던 잡지랑 만화책도 있었는데...;ㅅ;
요즘에는 안 사게 되네요. 역시 나이대가 틀려서 그런가 요즘 만화책에서 이야기하는것에 도대체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공감이 안되니 사지도 않게 되구요 ^^;;
JUNEI// 아유 저런^^;; 그거 굉장히 쓰라린데요;;; 으으음;; 잡지를 보면 단행본도 사게 되는데 잡지를 안 보니 단행본도 잘 안사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