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05일
잔인하기에 존재한다

오늘 아침의 포스팅은 야마다 유기 씨의 '잔인하기에 존재한다' 이다.
이 책은 데뷔작인 '기관지염'이 실려있는 초기의 작품집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다 유기 특유의 색채는 잘 살아있는 편이다.
(그 구리구리한 컬러도 포함해서! 난 이 사람처럼 컬러가 안 예쁜 작가는 거의 본적이 없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궁상맞음이라던가, 미묘하게 적나라하고 짐승같은 씬이라거나, 그리고 그 안에서 물씬 묻어나는 개그의 향기라던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표정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여하튼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 진다고 해야 할까.
사실 이 책에 실려있는 어떤 에피소드든 간에 재미있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Choose Me I 과 II의 두 작품이다.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던 치카라, 미치루, 키지마.
치카라와 미치루는 같은 옷을 입혀 놓으면 부모도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사이다.
그리고 치카라는 키지마를 좋아하고, 키지마는 미치루를 좋아하며, 미치루는 치카라를 좋아하는 삼각관계.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으며 밝고 원기왕성하게 치카라를 대하고, 때로는 치카라를 위로하기도 하는 미치루가 이 만화의 핵심.
미치루가 없다면 이 단편 Choose Me는 별볼일 없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야마다 유기 씨의 만화를 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역시 '사람은 키스 한번이나 섹스 한번으로는 변하지 않아' 라는 것.
그런 부분이 미묘한 사실감을 주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얼렁뚱땅 수염 숭숭 난 키지마와 부엌에서 난폭한 애정행각을 보인 후 둘 다 점눈이 돼서 만담을 하다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래저래 복잡한 기분이 든다.(섹스가 끝난 뒤의 남자가 저렇게 로맨틱한 인간일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잡상이라던가... 아무튼.)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긴 하지만.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야마다 유기 씨 다운 것은 마지막 에피소드인 '잔인하기에 존재한다 2'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야마다 유기 씨가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인 '바보 짐승공'이 나오기 때문이다.
바보 짐승공 타다시와 순진수 카즈히코의 미완성 자유련애 이야기랄까.
다른건 다 제쳐두고, 에피소드 마지막에 카즈히코가 하는 독백이 이 에피소드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사카모토에 대해 또 한가지 알게 된 것은, 키스를 잘한다는거다.
그리고... 역시 짐승이었다.'
...아무튼 귀여운 순진수 카즈히코의 마음졸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에피소드.
아아. 분명히 난 야마다 유기 씨의 팬인지도 모르겠다.
# by | 2007/02/05 11:47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토우// 아하하하^^;; 실은 노렸습니다!
미케// ...아. 고양이. 그러고보니 꽤 비중이 크군요-ㅂ-
gaze// 맨날 맨바닥 아니면 소파 아니면... 그나마 청년14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