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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Sister, My Sister. 03

 
"면으로 되어 있는 시트의 느낌이 새삼스레 낯설게 느껴지는 밤이었어. 어슴푸레한 빛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것 조차 아프게 느껴져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해야 했지. 마치 바람에 낙엽이 뒤집어지듯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인지조차 알 수 없고, 자신의 존재조차 불분명해질 정도로 몽롱한 기분 속에 있어야만 했어. 답답하고 먼지 투성이인 이불 속에 웅크려 토해낸 숨을 도로 들이마시며 그나마 외부와의 감각적 소통을 억지로 잇고 있었지.
 그런 나를 갑작스레 현실로 돌려 놓은 것은 작은 충격이었어. 무엇인가가 내 침대 위에 올라왔다고 하는 공진의 감각. 바보같을 정도로 몽롱한 나머지 내 방 문이 열리는 것은 느끼지 못했지만 내 피부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진동을 놓칠 정도로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지. 화들짝 껍질을 벗어내듯 이불을 치우고 몸을 일으켰어. 눈을 치뜨고 입을 다무는 것도 잊은 채로 어둠 속 어딘가에 있을 충격의 원인을 향해 온 정신을 날렸지. 어둠과 빛이 섞여있는 가운데 아름다울 정도로 빛나고 있는 새하얀 미모가 있었어.
 그래. 내 '여동생' 이 침대 귀퉁이에 앉은 채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웃고 있었지. 나는 놀라지 않았어. 놀라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일지도 몰라. 경악이라는 이름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경악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알 수 있었어. 여동생의 눈빛은 내가 잘 알고 있고, 아주 익숙한 눈빛이라는 것을. 그것은 분명히 말해서 '암컷' 을 탐하는 '수컷' 의 눈빛이었어. 여동생은 그 청순한 얼굴로 요염하게 미소지으며 가만히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내 볼을 쓸어내렸어. 섬찟했지. 도마뱀의 피부가 스치는 듯한 감각이었어. 그리고 그 기다랗고 새하얀 손가락은 내 볼을 살짝 잡았다가 놓고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지.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싫은 기분이 들었어. 여동생은 몸을 살짝 일으켜서는 침대 위에 무릎으로 앉았어. 불쾌한 기분에 어느정도 이성을 찾은 나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이고, 상대가 누구인가를 간신히 인지한 뒤에 사고를 수습했지. 당연하겠지만, 나는 여동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어.

 '...뭐하는 짓이야?'

 여동생은 여전히 웃고 있었어. 어슴푸레한 공간 안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앞니가 예뻤지. 싫을 정도로. 그리고 그 잇새가 살짝 열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당연하잖아. 우린 부부니까. 당신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남편이고 당신은 내 아내이기 때문이야. 이 몸은 남자가 아니고, 당신의 여동생이었던 사람의 몸이지만 그것과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 나는 그저 이 아름다운 육체가 좋은 것 뿐이고, 지금 내가 이 육체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희열을 느껴. 매일 매일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다리가 풀릴 정도의 오르가즘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결이 고와 빛나는 머리칼도, 단아한 이마도, 귀여운 눈매에 아담한 콧날, 붉고 툭 터질듯한 입술, 새하얀 치아와 각이 예리한 턱도, 조금 긴듯한 목과 도드라진 쇄골, 모양좋은 젖가슴과 약간은 신경쓰이는 둥근 배, 그 아래로 절벽처럼 유려하게 떨어지는 다리... 그 모든것이 사랑스러워 미칠것만 같아. 당신도 알고 있지? 이 육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것인지를. 그렇지만 당신은 한가지를 알아두어야만 하는 것이 있어. 그것은 내가 이 육체를 사랑한다는 사실과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결코 동일선상에 놓여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거야."

 한참을 장황스레 떠들던 여동생이 잠시 숨을 삼키며 쉬는 사이 나는 다시금 여동생에게 주목했어. 자기 자신에게 도취된 역겨운 눈빛과 욕정에 가득한 숨을 헐떡거리는 추한 암컷이 거기 있었지. 여동생은 다시 말을 이었어.

 "나는 여자를 사랑해. 아니, 당신을 사랑한다고 해야겠지. 내게 있어 당신은 예전과 다름 없이 사랑스러운 여자야. 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 있었을 때도, 당신과 재회 했을때도, 매일같이 당신과 마주칠때도 끊임없이 당신 생각에 욕정하고 몸부림쳤지. 그리고 나는 지금, 당신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사랑스런 육체를 얻었어. 이제야말로 완전하게 사랑을 완성시킬때야. 자,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로서 나에게 작은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 줘. 당신이 지펴주는 작은 불씨로 내 사랑을 화산처럼 불태워보이겠어. 이 사랑스런 육체에 당신이 직접 사랑의 낙인을 새겨주길 바래."

 그리고 말을 마친 여동생은 입술을 살짝 핥았어. 끈적하게 빛나는, 애욕의 생물같은 혀로 말야. 그 추태를 지켜봐야만 했던 나는 더 이상 잠조차 들지 않는 정신으로 가만히 생각했어. 정말로 죽여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 죄책감이나 망설임따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던거야. 여동생이 왜 그렇게 미웠는지 몰라 방황했던 얼마전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by 제절초 | 2007/02/09 08:33 | And She Said,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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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케 at 2007/02/09 17:25
이 연작.. 정말 따로 빼내도 좋을 것 같아요. 매번 내용이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듯. (이혼까지 했으면서 무슨 이유로 저렇게 부인에게 집착하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앞으로 차차 풀어내실려나요? 아니면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기시려나요 ^ㅡ^) 그나저나 문장력 정말 좋으십니다. 첫째, 둘째문단 너무 좋네요. >ㅅ<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2/10 00:26
미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치만 남편과는 미워서 이혼한게 아니라 행방불명으로 실종신고를 냈다고 보는 것이 옳아요 'ㅂ'
Commented by Lord at 2007/02/10 03:04
뭔가 덜덜덜;; 한 내용이네요 //ㅁ//
Commented by Rosa at 2007/08/25 11:31
아름다운 것이..흥미 진진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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