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24일
And She Said, ~ 애정행각 18제 : 눈 마주치기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그래. 사랑하는 사람. 사랑한다는 행위는 사랑받는다는 행위와는 별개로 이루어진다는거, 알고 있지? 물론, 사랑을 나눈다는 행위와도 전혀 다른거야. 그러니까,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비록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나는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이 되면 집을 나서지. 내 걸음으로 지하철 역까지는 이십분 정도 걸리고, 여덟시 쯤 돼서 지하철을 타면 사십분 쯤 걸려 회사 근처의 역에 도착해. 그리고 언제나처럼 회사 옆의 작은 테이크 아웃 까페에서 좋아하는 에스프레소를 더블로 주문해 회사에 출근하지.
내 사랑은 하루에 단 사십분 동안 지하철 안에서만 이어지는 사랑이야. 언제나 지하철 뒤에서 두번째 차량의 가장 왼쪽 문으로 오르면 맞은편 좌석의 가장 오른쪽 끝 자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어. 어디에서 타는지, 어디에서 내리는 지도 알 수 없지만 그는 항상 거기에 있지. 때로 시간이 어긋나 만나지 못하는 일도 많지만 여덟시경에 타는 전철에는 항상 있는 것으로 보면 그도 어딘가의 회사원이 아닐까. 매우 시간을 잘 지키는 성격의.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면 그는 상당히 좌석이 많이 비어 있을 때 거기에 앉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종점 근처에 사는 것 같지는 않아. 가끔은 끝에서 두번째나 세번째쯤의 자리에 앉아있을 때도 있으니까.
결단코 말해서 그는 결코 빼어나게 잘생긴 사람은 아냐. 오히려 입술이 두툼하고 턱 아래의 살이 부푼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미남은 아닌 얼굴이지. 그렇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처럼 매력적인 얼굴도 좀처럼 없을거야. 손에 닿는 곳에 존재하고, 손으로 만졌을 때 그 촉감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리얼한 존재. 때때로 나는 그를 욕망해. 내 손바닥이 방금 깎은 턱수염이 미세하게 느껴지는 그의 두터운 턱 아래 피부를 감싸는 감촉이라거나, 내 손 끝이 살짝 튼 것 처럼 보이는 그의 입술을 스치는 느낌 같은 것들을. 때로는 그의 곁에 서서 그가 풍기는 코롱의 향을 빨아들이고 싶다고도 생각해. 아마도 이루어지기는 지난(至難)한 일이겠지만 말야.
그날도 나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위치에서 지하철을 탔고, 그 역시 어김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 그리고 언제나처럼 무료하면서 황홀한 사랑으로 가득 찬 나만의 사십분이 시작되었지. 문은 닫히고, 차량은 덜컹거리고, 문은 열리고, 찬바람이 확 하고 몸 전체에 끼쳐 오고, 다시 문은 닫히고, 지하철은 큰 몸을 뒤뚱거리며 정해진 레일을 달렸어. 그날은 묘한 날이었나봐. 어느 역에선가 올라탄 영감님을 위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거야. 검정색의 슈트 아래로 살짝 배부분의 곡선을 짐작할 수 있는 건장한 그의 몸이 두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본 날이었어. 어쩌면 그렇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황홀하던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남성적인 힘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 말야. 나는 시선만으로 그를 탐욕스레 먹어치웠어. 그를 이루는 한 조각 한조각이 모두 나에게는 감미로웠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늘 빨리 지나치는 법인가봐.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 지하철은 내가 내려야 할 역에 임박했어. 나는 문을 향해 뒤돌아서면서도 몇번이나 아쉬움에 그를 돌아 보았지. 이윽고 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었을 때 나는 무릎에 힘이 풀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친거야. 그 순간만은 영원처럼 정지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차가운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세상에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세상에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그와 나 뿐인 양 그런 느낌을 받았지.
그러나, 시간이란건 잔혹한거야. 어떤 순간에라도 멈추지 않고 우리를 채근하지. 나는 무정한 시간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떠나야 했고, 나와 그의 첫번째 접촉은 그것으로 막을 내렸어. 내 그림자 만이라도 그와 함께 지하철에 태우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하철 창문 너머로 등돌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어. 그나마도 곧 흐릿하게 사라져 버렸지만."
나는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이 되면 집을 나서지. 내 걸음으로 지하철 역까지는 이십분 정도 걸리고, 여덟시 쯤 돼서 지하철을 타면 사십분 쯤 걸려 회사 근처의 역에 도착해. 그리고 언제나처럼 회사 옆의 작은 테이크 아웃 까페에서 좋아하는 에스프레소를 더블로 주문해 회사에 출근하지.
내 사랑은 하루에 단 사십분 동안 지하철 안에서만 이어지는 사랑이야. 언제나 지하철 뒤에서 두번째 차량의 가장 왼쪽 문으로 오르면 맞은편 좌석의 가장 오른쪽 끝 자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어. 어디에서 타는지, 어디에서 내리는 지도 알 수 없지만 그는 항상 거기에 있지. 때로 시간이 어긋나 만나지 못하는 일도 많지만 여덟시경에 타는 전철에는 항상 있는 것으로 보면 그도 어딘가의 회사원이 아닐까. 매우 시간을 잘 지키는 성격의.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보면 그는 상당히 좌석이 많이 비어 있을 때 거기에 앉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종점 근처에 사는 것 같지는 않아. 가끔은 끝에서 두번째나 세번째쯤의 자리에 앉아있을 때도 있으니까.
결단코 말해서 그는 결코 빼어나게 잘생긴 사람은 아냐. 오히려 입술이 두툼하고 턱 아래의 살이 부푼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미남은 아닌 얼굴이지. 그렇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처럼 매력적인 얼굴도 좀처럼 없을거야. 손에 닿는 곳에 존재하고, 손으로 만졌을 때 그 촉감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리얼한 존재. 때때로 나는 그를 욕망해. 내 손바닥이 방금 깎은 턱수염이 미세하게 느껴지는 그의 두터운 턱 아래 피부를 감싸는 감촉이라거나, 내 손 끝이 살짝 튼 것 처럼 보이는 그의 입술을 스치는 느낌 같은 것들을. 때로는 그의 곁에 서서 그가 풍기는 코롱의 향을 빨아들이고 싶다고도 생각해. 아마도 이루어지기는 지난(至難)한 일이겠지만 말야.
그날도 나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위치에서 지하철을 탔고, 그 역시 어김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 그리고 언제나처럼 무료하면서 황홀한 사랑으로 가득 찬 나만의 사십분이 시작되었지. 문은 닫히고, 차량은 덜컹거리고, 문은 열리고, 찬바람이 확 하고 몸 전체에 끼쳐 오고, 다시 문은 닫히고, 지하철은 큰 몸을 뒤뚱거리며 정해진 레일을 달렸어. 그날은 묘한 날이었나봐. 어느 역에선가 올라탄 영감님을 위해 그가 자리에서 일어선거야. 검정색의 슈트 아래로 살짝 배부분의 곡선을 짐작할 수 있는 건장한 그의 몸이 두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본 날이었어. 어쩌면 그렇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황홀하던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남성적인 힘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텐데 말야. 나는 시선만으로 그를 탐욕스레 먹어치웠어. 그를 이루는 한 조각 한조각이 모두 나에게는 감미로웠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늘 빨리 지나치는 법인가봐.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 지하철은 내가 내려야 할 역에 임박했어. 나는 문을 향해 뒤돌아서면서도 몇번이나 아쉬움에 그를 돌아 보았지. 이윽고 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고,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었을 때 나는 무릎에 힘이 풀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어.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친거야. 그 순간만은 영원처럼 정지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차가운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세상에 숨을 쉬고 있는 것은, 세상에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그와 나 뿐인 양 그런 느낌을 받았지.
그러나, 시간이란건 잔혹한거야. 어떤 순간에라도 멈추지 않고 우리를 채근하지. 나는 무정한 시간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를 떠나야 했고, 나와 그의 첫번째 접촉은 그것으로 막을 내렸어. 내 그림자 만이라도 그와 함께 지하철에 태우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하철 창문 너머로 등돌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 뿐이었어. 그나마도 곧 흐릿하게 사라져 버렸지만."
# by | 2007/02/24 08:12 | 애정행각18제(完)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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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닭// 풋- 그러니^^?
미케// My Rule에 충실한 것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