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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She Said, ~ 애정행각 18제 : 키스

 
"내가 웃는다. 그녀도 웃는다. 귀염성 있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애교만점의 웃음이다.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발짝을 움직일 때마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점차로 좁아져간다. 그녀와 나 사이엔 불과 주먹 한개가 들어갈 법한 공간만이 존재한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세상의 모든 달콤함과 황홀함을 모아 입술 끝에 맺는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기울여 입술을 포갠다. 본능적으로 안다. 그녀와 입술이 맞닿았음을. 타액이 입술을 매끄럽게 한다.
점액 위로 입술을 미끄러뜨리며 살짝 입을 벌려 달콤한 숨을 토한다. 하악 하고 제멋대로 소리가 난다. 옛 사람들은 감창(甘唱)이라 했다. 과연 듣기에 달콤하다.
부끄럽지만 혀끝을 내민다. 그녀와 혀끝이 맞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혀를 움츠린다. 아직 여기까지 할 용기가 없다.
갑자기 기분이 사그라든다. 입술이 닿는 감미로움 보다 점액질의 불유쾌함을 먼저 느낀다. 나는 조용히 입을 오므리며 여운을 남기듯 천천히 입술을 떼어놓는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응시한다. 신경을 타고 흐른 달콤함이 아직 남아있는 듯 몽롱한 얼굴이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몹시 바보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 끝에 한숨을 푹 쉰다. 역시 거울은 그만두자고 생각했다."


 

by 제절초 | 2007/02/28 11:18 | 애정행각18제(完) | 트랙백 | 덧글(9)

이름 m

 

오늘은 동호회 '이름' 의 'm' 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최명수님, ozzburn님, 무료님, 영희님, DoRi님, elegance님 으로 구성된 동호회 '이름' 의 첫 동인지인 'm'은 2001년 7월에 있던 판매전에서 판매되었다.

그들의 '이름' 은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이름' 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에 이르다' 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그들은 어디에 닿고 싶었던 것일까. 여하튼 이 첫 회지는 그들이 '이른 곳' 중의 하나로 기록이 되리라.

그들은 세마리의 물고기로 자신들의 문장을 삼았다.

그것은 '삼여도(三餘圖)' 때문이었다. 삼여란, 밤과 겨울과 비오는 날 세 가지의 '여가시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은 이 삼여도에 잉어를 그려넣음으로써 저 삼여에 열심히 공부하여 잉어가 용이 되듯 과거에 급제하라는 소망을 담았다.

그래서 이들은 세마리의 물고기로 자신들의 문장을 삼았다. 용이 되기 위해.

난 이 책의 원고와 그림들 중에서 무료님의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카이저 수염, 혹은 멋쟁이 수염에 집착하는 듯한 그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내용으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DoRi님의 '별주부 그의 진실' 원고였다.

일단 그림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는데다가 내용도 익숙한 것을 적당히 비틀어 놓아 즐겁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선이 절묘하여 당장 팬시로 써먹어도 흠잡을데 없을 생선들과 열심히 관찰한 끝에 그린 것이 분명한 토끼와 거북이가 의외의 리얼함을 자랑하고 있는 것도 그 매력의 하나다.

어딘지 약간 아쉬웠던 것은 elegance님의 원고다.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뿌옇게 인쇄된 원고도 그렇지만, 조금 밋밋한 내용이 되었다는 것이 특히 그렇다. 분명 그림만 가지고 보면 상당히 정통적인 한국 여자만화의 그것을 따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동인게에는 너무나도 아쉽게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동인들이 사라져버리는 것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그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저 이제 만화 안그립니다' 라고 말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럼없이 발을 들였듯이 스스럼없이 발을 뺀다.

덕분에 그들의 발자국만을 보며 아쉬워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by 제절초 | 2007/02/28 11:10 | Boy`s Love | 트랙백 | 덧글(5)

건강하신가요 ~ 나카지마 미유키

 
'건강하신가요' 하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여자가 있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싫은 저입니다
그만두자고 생각했지만
여러가지 것들을 알고 있지만
당연한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여자에게 건강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에게 행복한거냐고 물었습니다
알고 있는데도 알고 있는데도
에둘러 속을 떠보는 저입니다
비웃을 생각으로 부러 미움받을 생각으로
싫은 저입니다......
그에게 미움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여자의 목소리는 탁하지 않고
한밤중이었지만 전화를 받아주었습니다
분명 알고 있을텐데
그가 말했겠지요 저에 대한 것을
시끄러운 여자라며 말했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지요
알고 있어요
그에 대한 것은
정신 사납게 달라붙었던 저
누구라도 알고 있지요
그렇지만 당신만은 웃지 않았어요
다정했지요 다정했지요
그 즈음엔 이미 사랑받고 있었으니까?

......무엇을 원했던 걸까요 저
그 여자도 언젠가
싫증이 날 거라는 것을!?

그 여자는 언제까지나 전화를 받아주었고
저는 그다지 하고 싶은 이야기 같은건 없고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을 뿐이지요
어떤 목소리를 그가 좋아하는지
어떤 말투를 그가 좋아하는지
......저는 전화를 걸었던 거예요
'그가 무척이나 당신의 그림을 칭찬했어요'
'저도 저 그림이 좋아요'
'그렇지만요 그 모델 실은 저의 그이와... 그래요 그이와 조금 닮았네요......'
......거짓말만 잔뜩.....

한번 떠봤을 뿐입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일 어떻게 하실건가요' 라며
그런 일 알 리가 없는데도 말이지요
어째서 그렇게 대답하는 걸까요
알고 있어요 저는
알고 있다구요 저는
사실은
'거기에 있는 그를 바꿔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을요
......
......

그 여자가 마지막까지 시치미를 뗀 것은
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겠지요
알고 있어요 저는
알고 있어요 그 여자는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도
부러워서
부러워서
......전화를 받아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밤은 저, 울자고 생각합니다
부러워서
역시
부러워서
부러워서
부러워서

오늘밤은 울자고
......생각합니다

by 제절초 | 2007/02/27 10:28 | Those were The Day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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